검은색 슈트를 입은 여러 명의 남자들 사이에서 유독 키가 말쑥하게 큰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는 담배를 빨아들이며 분명하게 이쪽을 보고 있었다. 희진과 그의 눈이 마주친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사는 세계가 다른 남자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그냥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민망했던 희진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그가 턱 끝을 잠깐 들어 올렸다. 누군 줄 알고 저렇게 인사를 하는 건지. 희진은 그의 무례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