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고 싶다. 이 자리를 피할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원치 않는 선 자리는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앞에 있는 남자를 뒤로하고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고 있던 그때, “머리가 안 좋은가. 내가 좀 전에 말했잖아 거기 자리 주인인 새끼라고. 그러니까 좀 꺼지라고.” 빈정거리는 어투는 낯설었으나 그 목소리만큼은 소름 끼치도록 익숙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남자는 맞선 상대방에게 험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