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성의 공주, 고세화의 인생은 실낱 위에서 위태로이 흔들리며 춤을 추는 광대의 것이었다. 친모는 죽었고, 동복동생 역시 언제 같은 꼴이 될지 모른다. 죽기 전에 죽일 작정으로 놓은 덫에 제가 빠졌을 때, 세화는 한 사내를 만난다. 지치지 않고 물어뜯을 틈을 찾아 맴도는,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짐승. 쏟아지는 빗속, 산속에 짐승과 같이 갇힌 세화는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 짐승을 길들여 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째서 끝을 내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