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원은 나를 싫어한다. 합병으로 어수선한 회사를 단번에 정리한 능력도, 그리 좋지 않은 성격을 사르르 잊게 하는 외모도, 서윤에겐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 자신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팀장. 그게 다였으니까. 그러나 어느 밤, 술과 감정과 그의 나른한 눈에 취해 서윤은 단 한 번도 그려본 적 없던 하룻밤을 보낸다. “실수였습니다. 없던 일로, 해 주시면 안 될까요?” 톡, 톡. 손끝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 칼처럼 날이 선, 내면을 꿰뚫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