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날 만난 건 너였으니 난 부모님의 뜻에 따라 널 계속 만나 볼 예정이야.” “아니요, 저기, 그게…… 그날 말씀드렸잖아요, 전 대타였다고.” “알아. 그렇지만 네가 내 상대였어, 처음부터.” 그저 스치는 인연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냥 가슴속 저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죄책감과 호기심의 잔재일 뿐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 아이의 맑은 웃음이, 상처 입은 표정이 잊히지 않고 가슴속에 앙금처럼 남아 그를 괴롭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