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인간이 혼례라.” “네.” “그게 제물이지 신부라 할 수 있나?” “신부라는 이름의 제물이죠.” 바보도 아닌데 그걸 모를 수가 있을까. 다만 제게 주어진 운명이 그게 전부였을 뿐, 다른 건 생각할 수 없는 삶이었을 뿐. ‘악신’이라 불리는 신이 이런 느낌인 줄 전에는 미처 몰랐듯이 말이다. “제법 의연하구나. 울고불고할 줄 알았더니 그러지도 않고. 적어도 다시 기절시킬 필요는 없겠다.” 제 손으로 잡아왔는데도 그 존재는 홀연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