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정
채음
3.9(268)
서혜. 천한 계집종에게 주어지기에는 어여쁜 이름. 글을 아는 주인 나리가 지어준 그 이름이 선물처럼 기뻤으나, 이제는 무섭고도 두려웠다. “서혜야.” 머리채를 잡히고, 뺨을 맞고 엉망이 된 그녀와 달리 그녀의 주인은 하나부터 열까지 단정하고 품위가 있었다. “네가 감히 도망을 쳐?” 내가 너에게 너무 물렀나? 나리가 몸을 낮추고는 눈물로 얼룩진 서혜의 뺨을 쓸었다. 땅에 스미는 눈처럼 차갑고도 부드러운 웃음이 그의 입가에 매달려 있었다. “나리
소장 2,200원
마뇽
로매니즈
4.3(118)
란희는 그렇게 명락가의 며느리가 되어 그 대문을 넘어선다. 란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숨 막히는 신수의 저주였다. “네가 명심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혈통이다. 가문의 혈통을 이어가는 것이 네게 주어진 책무라는 것을 명심하거라. 우리 가문의 핏줄이 아닌 자가 신수에 물을 주면 신수가 말라 죽게 된다. 신수가 시들면 나라가 망한다. 알겠느냐? 네가 짊어진 책무가 얼마나 중한지 알겠느냐는 뜻이다. 우리는 이 혈통을 천년 동안 지켜왔다. 그리고
소장 3,000원
허도윤
일랑
4.1(150)
“마님께서 사내 맛도 못 보고 늙어 죽으셔야 되겠습니까.”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리께서 목숨을 놓으시기 전에, 마님께서 구십구 칸 기와집 뒷방에 갇히시기 전에, 즉 마님께서 여기 이 집에 계시는 동안에 일을 도모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은애하는 지어미에 대한 지아비의 도리입니다.” 백이가 한 호흡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무엇을 말인가.” “제가 마님과 동침하겠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정
소장 1,000원
박희
필연매니지먼트
4.2(277)
※ 본 작품은 인외존재의 비정상적인 가치관과 정사 장면이 포함되어 있어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난리통에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용두산에 숨어든 열아홉 살의 모비는 죽기 직전, 황룡의 등천의 순간 그 발밑에 있었다는 이유로 덕을 받아 선녀가 되어 하늘에 오른다. 황룡이 지배하는 땅인 관천은 놀랍도록 평안하고 아름다웠으며 모두 모비에게 정답고 또 그녀를 사랑한다. 모비는 그곳에서 모든 슬픔과 괴로움을 떨치고 황
피플앤스토리
4.3(228)
*본 작품에는 3p 등 호불호가 강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시묘살이를 하던 서방이 그만 급사를 하고 말았다. 시아버지의 시묘살이가 끝나기 한 달 전이었다. 남은 시아버지의 시묘살이와 서방의 시묘살이를 위해 장씨 부인이 산 위에 올랐다. 말이 좋아 효부요, 열녀라는 소리를 듣는 장씨 부인이었지만 그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시아버지라는 인간은 입만 열면 장씨 부인의 친정 가문과 그녀를 무시하기 일쑤였고, 시아버지가
소장 2,300원
그래출판
총 2권완결
3.9(158)
공주의 붉은색 눈동자를 보면 돌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괴물 공주라 불리며 천으로 눈을 가린 채 갇혀 자라는 공주 하리. ‘붉은 눈의 공주를 시집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늘이 비를 내릴 것입니다.’ 나라에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죽어 나가자 국사는 왕에게 하늘의 뜻을 전한다. 저주받은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왕은 하리를 시집보낼 사내를 찾아낸다. 선대에 역모를 저지른 죄로 몰락한 가문의 사내 중혁. 어렸을 때 눈을 다쳐
소장 500원전권 소장 3,000원
LINE
4.3(156)
중죄를 저질러 인간 세상으로 쫓겨난 천신의 딸 겨을. 인간 세상으로 쫓겨난 겨을은 하찮은 우렁이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다시 하늘로 돌아가려면 인간에게 주워져 그의 우렁이가 되어 그의 살림을 도와주며 그의 입에서 ‘덕분에 잘 살게 되었다’는 말을 들어야만 한다. 우렁이로 변한 겨을을 주워간 사내는 산중에 혼자 사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사내. 어쨌든 주워지긴 했다. 수순대로 그 사내는 겨을을 항아리 안에 넣어뒀고, 사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겨을
소장 2,250원(10%)2,500원
4.3(311)
*본 작품에는 인외존재(뱀) 등 호불호 강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궁의 지하에는 오래된 감옥이 있다. [아래에는 절대로 가서는 안 돼. 거기에는 뱀이 있어.]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금기의 말. 지하 감옥에 갇힌 뱀을 봐서는 안 된다는 말. [뱀이 풀려나면 나라가 망할 거야.] [그 뱀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재앙이란다.] 호기심에 어른들 몰래 내려간 지하 감옥에서 청아가 본 것은 쇠창살 안에 갇혀 있는 시커멓고 거대
4.0(166)
※ 본 작품에는 신체를 지칭하는 비속어 및 인외존재와의 관계 소재가 포함되어 있사오니 작품 감상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지긋지긋해! 세상 천지에 누가 시집살이를 오백 년이나 한다고!” 청아로 말할 것 같으면 동쪽의 교룡 가문에서 태어난 금지옥엽 아가씨로, 용이 될 싹수가 보인다는 이 북쪽 문해 가문으로 시집온 날, 신랑을 보고 그만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인물도 좋아, 체격도 늠름해, 게다가 밤일도 잘 해.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신랑
소장 2,500원
홍단아
레드라인
총 3권완결
4.0(101)
“도둑이라니?” 행랑 아범이 곤란한 듯 이마를 긁었다. “별채에 묵던 손님이 책임을 여줘야겠다며 행수님을 뵈어야겠다고 하십니다.” 지난밤 자신이 별채에서 나올때 들고 온 물건은 없었다. 오히려 돈꾸러미를 던져주고 나왔었다. 행단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문이 나서 좋을 것이 없으니 그 선비를 들이라 했다. “도둑 맞은 것이 무엇입니까?” “아주 귀한 것입니다.” “찾는 데 까지 찾아보겠습니다. 어찌 생긴 물건인지 알려 주셔요.” 연서의 말에 도령은
소장 1,000원전권 소장 3,000원
4.3(332)
한양에서 개망나니 도련님이 내려오셨다. 물론 이유는 ‘몸이 아파서’, ‘요양’을 내려오신 것이지만 요양은 개뿔. 한양에서 하도 사고를 치고 다녀서 결국에는 요양을 핑계로 유배를 보낸 것이다. 이 도련님이 한양에서 무슨 사고를 그리 쳤나 살펴보면 유부녀든 양갓집 규수든 가리지 않고 추문을 일으키다가 끝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구중궁궐 금지옥엽 공주마마까지 울리는 바람에 없는 병까지 급조해서 일단 시골로 쫓아낸 것이다. ‘적어도 반년은 처박혀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