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일까, 죽을까.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만난 남자는 뭐랄까, 괴상했다. 눈동자는 한껏 색에 취해 있어 농염한데, 얼굴엔 따분함이 겉돌고 있었으니까. "여기 사람들은 사람 패는 게 취미에요?" "적어도 나는? 뭐, 보셨다시피." 내 어떤 도발에도 남자는 시종일관 웃는 태도였다. 그 붉은 입술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날 아찔하게 했다. 적의를 드러낼수록 진해지는 보조개를 보며 난 확신했다. 결이 다른 부류라고. 저놈이 진짜라고. "이름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