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륭륭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오로지 그대뿐이오.” 초하는 달이 미웠다. 제가 바란 건 아비의 작은 관심일 뿐이건만, 범의 귀(鬼)를 뒤집어쓴 듯한 사내를 서방으로 달라 빌어본 적 없건만, 아비의 명에 따라 여진족 출신의 장수에게 팔려가듯 혼인하게 되어버렸다. 초야에나 알게 된 지아비의 이름은 샨얀. ‘백색(白色)’이라는 뜻. 반은 여진족, 반은 고려인인 그 사내는 늘 어둠에 잠겨 있던 초하의 밤과 낮을 모두 하얗게 물들여버린다. “내가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