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 상세페이지

경영/경제 경제일반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간의 미래
소장종이책 정가17,000
전자책 정가30%11,900
판매가11,900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작품 소개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 “알파고 이후 우리는
또 어떤 놀라운 사건과 마주하게 될까?”
내일의 한국 사회를 좌우할 새로운 질서에 대한 최고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

포스트휴먼, 인공지능, 가상현실, 지식혁명…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기술은 무엇인가?


미래는 얼마만큼 열려 있고 또 닫혀 있는가? 이는 미래학자나 과학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화두다. 2016년 들어 특정 사건을 계기로 미래 문제는 사회 전반의 비상한 관심사가 됐다. 그것은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서 드러난 인공지능의 성능과 새로운 경제 시스템 출현을 예고하는 4차 산업혁명의 선언이다. 알파고와 4차 산업혁명은 별개의 장소에서 전혀 다른 목적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두 사건은 실제로 깊은 연관성을 갖고 우리를 미래로 이끌어간다.
대체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알파고 이후 우리는 또 어떤 놀라운 사건을 경험하게 될까?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는 이런 시대의 부름에 응하기 위해 28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생각을 모은 책이다. 과학기술과 사회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미래연구센터가 기획을 맡았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를 필두로 과학, 공학, 법학, 의학, 철학, 경영학 등 각 분야 최전선에 선 연구자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 그리고 전문 연구원들의 생동감 넘치는 현장 이야기가 결합되어 탄생했다. 이들은 모두 국내외 학계를 주도해왔고 활발한 연구로 각자의 분야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통찰을 줄 수 있는 최고 멘토들이다.
저자들은 한국 상황에서 보다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할 미래 이슈로 포스트휴먼 플랫폼, 인공지능, 가상현실, 지식혁명, 재난 대응, 기술혁신 등 여섯 가지를 선정한 다음 각 주제에 대해 최신 동향과 미래 전망, 사회적 해석을 내놓았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연구자들이 내다본 미래는 여러 갈래로 흩어지고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우리가 경험하게 될 과학기술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고 또 서로 공명하며 미래에 대한 제언을 내놓는다.
미래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바꾸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동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내일의 한국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질서에 대한 최고 전문가들의 통찰력 넘치는 분석과 전망을 담은 이 책은, 우리가 꿈꾸는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해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죽지 않는 인간 포스트휴먼, 장식물이 되어가는 몸

2016년 초에 열린 다보스포럼은 모바일인터넷,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사물인터넷 등이 기존 생산 시스템과 결합해 새로운 산업혁명을 유도할 것이라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인간의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릴 것이다. 이른바 포스트휴먼(post-human) 시대가 시작된다. 포스트휴먼은 미래에 나타날 영생하는 새로운 인간을 말한다. 이 시점이 되면 인간은 더 이상 늙지도 죽지도 않으며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포스트휴먼은 증강된 성능과 최적화된 물질적 토대로 인간의 몸을 대체하며 생명을 연장하고 심지어는 영생을 얻는다. 포스트휴먼에게 인간 몸 자체는 존재 기반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고 인공 생명의 외부를 둘러싼 껍질이나 한낱 장식물에 불과하다. 인간의 몸은 여러 가지 다른 물질이나 모습으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는, 이처럼 과학과 기술을 통해 정신적·육체적 능력을 개선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사회의 발전 방향을 주도한다면 포스트휴먼이 도래하기도 전에 일자리를 잃고 권태에 빠져 중독자로 전락한 인간이 사회를 붕괴시키는 역설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이런 위험에 대비하려면 포스트휴먼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 없는 미래와 슈퍼스타 경제의 출현

인공지능이 주체가 되는 4차 산업혁명은 한편으로는 기존 일자리를 파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마치 산업혁명이 농업 분야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파괴했음에도 공장 노동자와 사무직 관리자라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고도의 역량을 갖춘 지적 자본가 그리고 인공지능과 로봇을 소유한 물적 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소위 ‘슈퍼스타 경제(superstar economy)’의 출현이 예고된다고 말한다. 슈퍼스타 경제에서는 문화예술, 스포츠 분야처럼 극소수의 재능 있는 엘리트가 큰 보상을 받고 절대 다수는 평균 또는 그 이하의 소득을 얻는다. 이들 슈퍼스타가 천문학적 규모의 부를 축적한 뒤 다양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소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새로운 서비스 산업의 출현을 촉발할 것이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인공지능 개발에는 인간이 서로에게 요구하는 서비스조차 로봇이나 가상현실로 대체하려는 목적도 내포되어 있다. 인간은 백화점 안내, 노인 간호, 심지어 섹스까지 인공지능이 담당하는 미래를 열고자 한다. 일본에서 이미 시판되고 있는 감정 인식 로봇 페퍼(Pepper)가 그 증거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어 미래의 어느 시점에 완성된다면 인간은 모두 필요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요컨대 인간이 할 일은 없는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고도의 기술이 문명 재난의 원인

자연 재난에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과학기술 장치들이 오히려 문명 재난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과학기술의 역설은 재난에 대해 인간보다 민감하게 위험을 감지하고 인간보다 지능적으로 대처하는 스마트 시스템이나, 인간을 비롯한 모든 것을 만물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총체적 디지털화에 그 원인이 있다.
만물인터넷으로 구현되는 초연결사회는 그것을 능가하는 안전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가중된다. 게다가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전면적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디지털 산불(digital wildfire)’이란 이런 위험을 경고하는 새로운 용어다.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만일 미래에 모든 것을 광속으로 연결하는 만물인터넷이 완성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오류가 확산되는 ‘디지털 산불’의 위험이 상존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고도로 정교한 과학기술 장치들은 그 복잡성 때문에 오히려 재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과학기술의 역설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만물인터넷에서만 우려되는 일이 아니다. 이런 위험은 이미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수백만 개의 부품과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선과 배관, 수만 개의 용접 지점과 밸브 등이 이상 없이 작동해야 하는 고도로 복잡한 시스템이다. 이들 시설과 부품을 완벽하게 점검하고 안전성을 확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노후화될수록 그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과학기술의 선용과 가상현실

과학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우리가 꿈꾸는 가치 있는 미래를 열 수 없다. 가치 있는 미래는 과학기술발전 그 자체가 아니라 과학기술을 선용하는 사회에서 만들어진다. 사회 구성원이 고통을 받는 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이 선용될 수 없다. 그런 잠재적 위험이 내재된 대표적인 기술이 최근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생산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상현실이다. 가상현실의 열렬한 옹호자였던 컴퓨터공학자 재론 래니어(Jaron Lanier)는 가상현실에 몰입한 이유를 묻자 우울하고 비참한 자신의 현실을 잊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래니어의 고백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진단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 경쟁 심화, 청년 실업, 노후 빈곤, 양극화, 자살률 1위 등의 키워드가 지배하는 매우 우울한 상태다. 청년들은 이런 현실을 ‘헬조선’이라고 칭하며 비관하고 있다. 여러 가지 경제지표를 근거로 우리 사회가 헬조선이 아니라는 반박도 가능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의 사회 현실이 청년들을 비탄에 빠지게 한다는 사실이다. 최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가상현실 기술은 래니어의 사례처럼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한다. 만일 가상현실이 청년들에게 환영을 심어줌으로써 현실의 우울감을 달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마약이 진통제로 선용될 수도 있지만 현실 문제에서 도피하는 환각제로 악용되는 것과 같다.
일부 철학자들은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가상현실에 몰입하는 삶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인간의 탄생과 죽음이 일어나는 실존적 삶의 현장이 아니다. 모순으로 가득한 실존적 사회에서 구성원이 이를 개선할 의지를 포기한 채 가상현실로 도피한다면, 실존적 현실은 더욱더 비극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가치 있는 미래를 향한 제언

결국 우리가 꿈꾸는 가치 있는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구성원의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바로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저자들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서로 공명을 일으키며 주장하는, 미래를 향한 제언이다.
어떤 저자는 복잡계 이론으로 생태계를 조명하여 구성원의 자발적·민주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생태적 질서는 생태계 내부에서 살아가는 독립적인 활동 주체들이 분산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다양성이 핵심이다. 따라서 복잡계 사회에서 다양한 행위 주체 간의 적절한 관계망 구축, 신뢰와 규범 형성 같은 사회적 자본 축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어떤 저자는 과학기술에 내재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재난 대응 패러다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재난 대응 패러다임은 전문가 지식의 한계와 구성원 지식의 유용성을 인식하는 ‘겸허의 기술’에 기반한다.
저자들은 미래로 가는 역사의 행로는 과학기술 혁신만으로는 열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과학기술의 발전에 집착하는 혁신은 미래의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것. 가치 있는 미래로 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동력 확보가 필수적이며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기획 과정에서 발상의 전환이 따라야 한다. 지금처럼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시장 수요를 만들어내고 이를 활용해 자본을 축적한 뒤, 그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부수적 과제로 생각하는 정책 기획에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나아가 이런 제도가 시장에서 지속될 수 있는 시장 메커니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혁신의 첫걸음을 통해 우리는 가치 있는 미래로 향하는 길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본문 맛보기

- 포스트휴먼이 사는 방식은 어떨까? 인간은 선택의 여지없이 현실에 몸과 함께 처해 있지만, 포스트휴먼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자기가 처할 가상현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복수의 가상현실 속에 사는 포스트휴먼은 인간의 생체적 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현재의 개인용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바꾸어도 기능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포스트휴먼은 여러 가지 물리적 기반을 바꿔가며 삶을 지속한다. 지능은 자연인과 같이 살을 지닌 생체적 몸을 기반으로 할 필요에서 벗어난다. 또 초기의 컴퓨터처럼 진공관일 필요도 없고 현재처럼 실리콘을 기반으로 할 필요도 없다. 지능은 물리적으로 다양하게 실현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최절정인 포스트휴먼은 자신의 지적 능력을 여러 가지 상이한 물리적 기반의 컴퓨터에 업로드시켜 지속할 것이다. 지능을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작업은 두뇌의 신경생리학적 작동원리가 정보공학적 패턴으로 이뮬레이션되고 이 이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최적으로 구현하는 물리적 기반이 나노, 바이오, 정보, 인지의 융합기술에 의해 제작되면서 실현 가능하다. 이렇게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두뇌의 활동과 기억이 운명적으로 지니고 태어난 생체를 떠나 다른 물리적 기반의 컴퓨터로 옮겨질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그 몸이 생물학적 수명을 다해 소멸한다 해도, 다른 컴퓨터로 자신의 삶을 업로드해 영생할 수 있게 된다. 영화 〈트랜센던스〉는 클라우드 컴퓨터에 업로드되는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결국 포스트휴먼에게 몸은 삶의 근거가 아니라 장식물이다. 지능이 잠시 인간의 몸을 빌렸을 뿐이다.

- 팔과 다리 외에도 인공물로 대체할 수 있는 장기는 많다. 심장 판막, 달팽이관, 관절, 치아 등을 대체하는 인공물은 이미 대량으로 생산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심장, 신장, 폐, 간 등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장비도 활용되거나 개발 중이다. 인간 정체성의 표상으로 여겨지던 뇌도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 파킨슨병, 간질, 우울증 등의 장애를 보이는 환자의 뇌 깊은 곳을 전기로 자극해 증상을 완화시키기도 한다. 뇌에 생기는 질병과 손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정보 중에는 뇌와 인간 정체성의 관계에서 지금까지의 통념을 뒤집을 만한 위력을 가진 것들도 많다.
이제 우리는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거나 제거함으로써 사람의 감각과 성격, 욕망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안다. 인간 존엄성의 근거로 여겨지던 정체성과 자유의지가 사실은 뇌의 신경회로에서 발현된 특정한 신경자극 패턴의 결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통적인 철학과 종교의 기반이 흔들린다고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의 정체성, 즉 ‘내가 나인 것’과 이 시대의 과학기술은 분리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생물학적 개체이면서 동시에 인공물을 품고 살 수밖에 없는 자연과 인공의 혼합인 사이보그다. 나는 생물학적 개체로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사이보그다. 나의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으로 남긴다. 하루 동안 걸은 걸음수와 걸은 시간, 자전거나 자동차로 이동한 시간과 거리, 오고 간 장소, 주고받은 통화와 문자 등이 기록으로 남는다. 이 기록은 부지불식간에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판매된 로봇이 소유주의 말을 따라 사람을 치거나 물건을 파손하는 등 사고를 일으킬 때 책임은 소유주에게 있을까? 아니면 그 명령을 따르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한 제작자에게 있을까? 이를 판가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불법행위에 사용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로봇 자체에 인체를 해하거나 파괴하는 명령은 거부하게끔 설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제조사나 설계자의 선택에 따라 로봇은 자율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있다면, 로봇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덕적 행위자로 의제하고 로봇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로봇의 자율적 판단에 대한 책임을 로봇 스스로가 지려면 로봇의 기술이 어느 수준에 도달해야 할까? 이는 2035년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아이, 로봇〉의 주제기도 하다.
만일 로봇이 기계적인 작업뿐 아니라 인간 고유의 영역에 들어와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일을 하는 경우, 로봇의 불법 행동이나 부작위에 대해 수동적 기계라는 이유로 면책해야 하는가는 심각한 문제다.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새로운 개체 또는 주체의 출현을 의미한다고 다수가 수용하고 있고, 사람들이 로봇을 기계 덩어리가 아니라 의인화된 대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사이보그는 사이버네틱스와 조직체의 합성어다. 인간과 결합해 결여된 신체 기능을 보완하거나 특정 부분을 강화하는 기능적 조직이다.

- 그간 인류가 활용해온 대표적인 정보 전달 플랫폼은 무엇일까? 우선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텍스트’, 19세기에 발명된 ‘사진’ 그리고 최근에야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를 통해 보편적으로 공유하게 된 ‘동영상’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이 섬세하게 정보를 전달하긴 했지만 수용자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형태 면에서는 여전히 간접 경험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가상현실에선 실제와 거의 근접한 직접 경험이 가능한데, 바로 ‘몰입감’과 ‘현장감’에 그 차별점이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가상의 환경을 사용자가 실제처럼 느끼고 그 내용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목표다. 따라서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 등 오감에 전달하는 정보를 조작해 종합적인 가상의 경험을 피험자에게 제공한다. 그 결과 정보의 수용자는 다채로운 감각 정보를 뇌에서 통합해 스스로가 특정한 가상환경에 존재한다고 지각하는 것이다. 즉 세계의 선별적인 정보를 제공받아 수용하는 메커니즘에서스스로가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아나서고 체화하는 일대 전환이 일어나는 셈이다.

- 문제가 되고 있는 과학기술, 특히 재난 관련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있어 때로는 전문가조차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재난 관련 과학기술적 이슈에는 인식론적 불확실성에 내재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식론적 불확실성은 인식의 차이가 유발하는 지식의 불확정성과 인간 인식의 한계, 즉 무지에서 발생한다. 사실 과학기술에 대한 신비화 과정을 통해 널리 퍼져 있는 통념, 즉 과학기술 지식은 언제나 확실하고 믿을 수 있다는 일반적 인식은 그릇된 것이다. 실제로 일반인의 지식이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해결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일반인도 스스로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자신의 삶에서 경험과 통찰을 통해 끊임없이 학습하며 그 결과 사물에 대한 나름의 안목과 지식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이런 ‘보통 사람’의 안목과 지식은 전문가의 그것과 달리 체계적으로 정리되거나 쉽게 코드화되기 어렵고 암묵적 지식의 형태로 축적되는 특성이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가의 지식은 주로 교과서나 통제된 실험실의 탐구 활동 결과로 발생하는 데 반해, 일반인의 지식은 주로 삶의 현장에서 경험을 통해 발생한다는 차이가 있다.

- 머지않아 정상인이 장애인을 부러워하는 시대가 온다. 로봇 및 인공 감각기 기술의 발달로 신체의 장애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탄소섬유의 가격 하락과 리튬이온 전지보다 1000배 더 오래가는 리튬에어 전지의 개발로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균형을 잡고 달리고 점프하는 외골격 로봇을 착용할 것이다. 그리고 정상인보다 더 빨리, 더 오래 숨차지 않고 뛸 수 있게 된다. 시각, 청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인공 감각기는 뇌에 이식돼 정상인보다 더 정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적외선, 자외선, 초음파까지 인지한다. 새로운 지역 응급 체계가 구축돼 응급 상황이나 사고 현장에 드론형 헬리콥터 응급실이 출동한다. 피해자는 원격 수술 장비를 갖춘 날아가는 응급실에서 사고 현장에 있는 응급 구호사와 원격에서 조종하는 외과의사의 협업으로 응급 처치 및 수술을 받는다.

-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정보사회의 정치 형태는 참여 민주주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보사회는 권력의 중심을 군사와 경제에서 정보와 지식으로 이동시키며,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하도록 발판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주지할 것은 토플러의 견해는 기술의 발달이 민주주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는 일종의 기술결정론적 시각이란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혁명을 통해 정치적 의견이 쉽게 교환되고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높아지면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가 탄생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정보 격차가 심화되면 이는 권력의 집중을 낳는다. 따라서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 낙관적 시각은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시민 간 연계가 강화돼 직접적인 참여와 양질의 토론이 보장되며 민주주의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시민 참여가 증가된다고 해서 대의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 그러므로 디지털 시대의 정치 과정과 권력 작동 방식에 대한 순기능과 역기능을 이해하는 게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다.



저자 소개

저자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STEPI Center for Strategic Foresight)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과학기술과 사회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국책 연구기관이다. 2011년 원내 연구부서로 독립한 미래연구센터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급격한 기술발전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연구하고 새로운 기회와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트렌드와 한국적 함의, 기술발전과 사회변화, 극단적 사건, 사회 회복력, 혁신 시스템의 미래, 국가 기간 인프라 위험 등을 연구해왔다. 또한 체계적인 미래 연구를 위한 방법론과 프로세스 디자인, 관련 지식의 창출과 공유를 위한 다양한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유럽 난민 사태와 빈번한 테러,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등은 글로벌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이런 사건들의 원인과 영향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선제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사실이 바뀌면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명제 앞에서 미래연구센터는 사회변화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참여 필진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강신익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
권철홍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정현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두갑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 교수
이원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정덕영 ㈜클릭트 대표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최은창 프리인터넷프로젝트 연구원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부교수
최형섭 서울 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
박병원 STEPI 미래연구센터장
박성원 STEPI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
윤정현 STEPI 미래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이성호 STEPI 미래연구센터 연구위원
정장훈 STEPI 기술규제연구센터 부연구위원
김석현 전 STEPI 미래연구센터 연구원

목차

머리말_ 우리가 꿈꾸는 가치 있는 미래
서문_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간의 미래

1장 포스트휴먼 플랫폼
인간을 능가하는 인간의 출현 | 똑똑한 소비자와 투명한 시장이 온다 | 의학이 인문학이기도 해야 하는 이유 | 몸 전체가 미디어 된다 | 인간 본성과 가치에 대한 성찰

2장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과 기회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들 |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인공지능 | 스마트를 넘어 다정함까지 | 이미 시작된 인간과 기계의 공생 | 로봇에게도 죄를 물을 수 있다? | 정부도 똑똑한 기계로 대체된다

3장 실생활 속 가상현실
현실 속에 들어온 가상현실 | 인류 형태를 바꿀 거대한 융합 플랫폼 | 현실과 가상현실의 교류가 시작된다 | 킬러 콘텐츠 개발에 나선 교육과 문화 | 가상현실이 범죄에 사용된다면… | 실제처럼 생생하게, 시장 선점의 조건

4장 지식혁명과 미래문해력
열린 지식 생태계와 인식의 전환 | 지식 정보 시대의 한국적 지식 | 미래 지향적인 지식 생태계 구축 | 미래문해력이 필요한 이유 | 질문하는 사회를 위한 노력

5장 불확실성 시대의 재난 대응
우리가 살면서 만날 모든 재난과 그 대응 | 만일 원전 사고가 일어난다면? | 인간의 창의성과 지능형 시스템이 만났을 때 | 사회적 대응력을 향상하는 재난 시티즌십 | 재난 안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취약성 진단 | 재난의 기록, 재난 보고서

6장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미래 사회
기술적 돌파가 왜 필요한가 | 포스트휴머니즘 시대가 왔다 | 젊은 노인이 활보하는 세상 | SNS가 바꾸는 정치혁명 | IT 기술을 통한 권력의 집중과 분산 | 세계 에너지 질서의 변화와 충격


참고문헌
파트별 필진


리뷰

구매자 별점

0.0

점수비율
  • 5
  • 4
  • 3
  • 2
  • 1

0명이 평가함

리뷰 작성 영역

이 책을 평가해주세요!

내가 남긴 별점 0.0

별로예요

그저 그래요

보통이에요

좋아요

최고예요

별점 취소

구매자 표시 기준은 무엇인가요?

'구매자' 표시는 리디에서 유료도서 결제 후 다운로드 하시거나 리디셀렉트 도서를 다운로드하신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무료 도서 (프로모션 등으로 무료로 전환된 도서 포함)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시리즈 도서 내 무료 도서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유료 도서를 결제한 뒤 리뷰를 수정하거나 재등록하면 '구매자'로 표시됩니다.
영구 삭제
도서를 영구 삭제해도 ‘구매자’ 표시는 남아있습니다.
결제 취소
‘구매자’ 표시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이 책과 함께 구매한 책


이 책과 함께 둘러본 책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