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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화

    노신화 프로필

2020.09.07.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살가운 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바쁜 일상이 갈라놓은 자연스러운 거리였을 뿐. 언저리로 밀려났던 아빠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식 때문이었다. 말기 암 선고, 되돌릴 수 없는 병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행복한 기억만 심어 주려고, 아빠를 눈 안에 담고 또 담았다. 부디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랐다. 참 무심한 딸이었다. 남의 경조사는 살뜰하게 챙기면서 아빠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남의 얘기는 궁금해하면서도 아빠가 살아온 날들에는 아는 바가 없었다. 누군가 나로 인해 받았을 상처에는 민감했으면서 정작 나 자신이 아빠에게 준 상처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 책은 말기 암 치매 아빠와 함께한 마지막 76일을 기록한 딸의 일기다. 시한부 선고는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몰랐던 아빠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76일이란 시간은 절망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삶을 살아갈 딸에게 아빠가 남긴,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었다. 아빠의 죽음 이후 17년간 몸담았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현재는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되어 주는 삶을 살고자 한다. 아빠가 지어 준 이름처럼 기적 같은 ‘신화’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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