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애독하는 작품인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이 《사상계》라는 잡지에 발표되던 해 서울 도심에서 태어났다. 연신내 헌책방 골목에서 아동 문학에서부터 세계 명작, 명랑 소설, 추리 소설까지를 닥치는 대로 잡식하며 성장한 끝에 연세대 국문과에서 한국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 시절 잠시 문학회의 문을 두드려봤지만 기형도, 성석제 같은 선배들 틈에서 주눅이 들어 창작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줄곧 소설만 읽었다. 대학원 재학 중이던 1980년대 말 북한 문학이 금서에서 풀리면서 문학사에서 잊힌 월북 문인의 작품을 부지런히 찾아 읽었고, 1930년대 모더니즘 작가인 구보 박태원의 단편 소설을 연구하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름만 전하던 일제 강점기 문학 동인지 《단층》 4호를 발굴해 학계에 소개하기도 했다. 모더니즘의 계보를 정립하겠다는 목표로 자료를 읽어가던 중 마침내 1960년대까지 이르러 ‘김승옥 소설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 논문을 제출했다. 1960년대 서울에서의 일상성 경험과 자본주의적 근대성 탐구 및 감수성의 본질을 고찰한 연구였다.
학위를 마치고 잠시 H-맥스라는 벤처 기업에 몸담았던 경험은 인터넷 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일깨워주었다. 이후 연구 영역을 팩션이나 SF 소설 같은 대중 문학에까지 꾸준히 확장하면서 문학과 영상, 문학과 종교에 관한 학제 간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16년 동안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쳤지만 ‘달인’이 되지는 못했다. 학생 중심의 수업, 독자 중심의 문학 교육의 모델을 만들어보고자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성신여대 국문과에서 현대 소설과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소설과 근대적 일상의 경험》, 《김승옥 문학의 감수성과 일상성》, 《글쓰기》(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