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글
20세기 미국 대표 시인으로 에즈라 파운드와 함께 이미지즘의 개척자이다. 1883년 미국 뉴저지주 러더퍼드에서 영국인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전문의 훈련을 받은 후에 미국으로 돌아와 평생을 고향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며 시를 썼다. “한쪽이 나를 지치게 할 때 다른 쪽이 나를 쉬게 한다.”라고 말하면서 의사‐시인으로 사람들을 정성껏 ‘보는’ 일을 했다.
윌리엄스는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쓰는 구어를 다양한 시적 실험 안에 녹여 내어 그림을 그리듯 시를 썼다. 이미지즘에서 시각예술, 일상어의 시적 활용 외에도 역사적 질료를 시에 과감히 활용하는 등 초기에서 후기까지 수많은 변모를 거듭하며 동시대 사람들과 풍경을 사실적이고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신비평이 문단을 휩쓸던 20세기 초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말년에 이르러 그 성취를 인정받기 시작하여, 지금은 현대 미국문학사에서 가장 미국적인 시인으로 자리매김된다. 연작시 『패터슨』으로 1950년에는 미국에서 시 장르 최초로 ‘내셔널북 어워드’를, 1952년에는 ‘볼링겐상’을 수상했고, 『브뤼겔의 그림들에서』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정은귀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시를 통과한 느낌과 사유를 나누기 위해 매일 쓰고 매일 걷는다. 때로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는 것과 시가 그 말의 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믿음의 실천을 궁구하는 공부 길을 걷는 중이다. 시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한 산문집 『바람이 부는 시간: 시와 함께』(2019)를 출간했다.
우리 시를 영어로 알리는 일과 영미시를 우리말로 옮겨 알리는 일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앤 섹스턴의 『밤엔 더 용감하지』(2020),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패터슨』을 한국어로 번역했고,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Fifteen Seconds Without Sorrow)』(2016), 이성복의 『아 입이 없는 것들(Ah, Mouthless Things)』(2017), 강은교의 『바리연가집(Bari’s Love Song)』(2019), 한국 현대 시인 44명을 모은 『The Colors of Dawn: TwentiethCentury Korean Poetry』(2016)를 영어로 번역했다. 힘들고 고적한 삶의 길에 세계의 시가 더 많은 독자들에게 나침반이 되고 벗이 되고 힘이 되기를 바란다.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