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만 해도 ‘죽는다’는 말이 횡행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죽음은 그저 입에 올리는 것만도 사위스러웠다. 그런 시절에 각당복지재단에서 연 죽음준비 교육과정을 이수했던 대여섯 명이 안국동 길가 2층 다방에 모여 앉아 죽음에 관한 책을 읽고 수다(?)를 떨어댔던 게 바로 우리 메멘토 모리 독서모임의 시작이다. 이처럼 그 시작은 미약했으나 꾸준한 지속성만은 내세울 만하다. 어느 한 달 거른 적이 없다. 날씨가 아무리 사나워도 모인 인원이 서너 명밖에 안 돼도 여전히 모임을 가졌다. 중단 없이 꾸준히 20년이 다 되도록 이어 오는 독서모임이다. 마침내 우리 회원들이 매달 모여서 읽은 책들이 2021년 6월 현재, 어언 200권! 20~8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우리 회는 그야말로 자율적이다. 들고 남이 자유롭다. 아무도 간섭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모이면 돈도 모이는데, 우리 모임은 회비란 것이 없다. 때로는 책을 읽는 대신 죽음을 주제로 한 영화도 보고 더러 연극도 보고 시 낭송회도 갖는다. 바라기는 80대, 70대 회원을 뒤이을 젊은 회원들이 우리 메멘토 모리를 이어받기를 바란다. 부디 메멘토 모리 독서모임이 그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심히 창대해지기’보다는 ‘심히 오래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