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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소다

2024.08.22. 업데이트

자작과 하녀의 딸, 릴리안 아르테가.
번번이 사업에 실패하는 아버지 탓에 수도 생활도 정리하고 땅끝 영지에 적응하며 살아가는데.
채권자가 계약서를 들이밀며 영지를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가족의 유일한 터전인 영지를 지키기 위해 부유한 상인의 혼담을 받아들였다.
수도로 올라와 소꿉친구 에드워드에게 푸념했을 뿐인데.

“상인이 보낸 혼담을 승낙했어. 올해 예식까지 마치려고 해.”

옅은 미소로 이야기를 들어주던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러면 나는?”
“…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창 너머에서 백합 향기를 실은 바람 한 줄기가 들이쳐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오후 햇살이 가느다란 금발을 투명하게 비추고 머리카락이 뺨을 간지럽히는 흔한 순간에서 그는 눈을 떼지 않았다.

“릴리안. 내가 너를 좋아해.”

갑작스러운 고백에 마시던 차를 뿜을 뻔했다.
말도 안 돼. 짝사랑이 짝사랑이 아니었다고?
그는 대귀족 매그너스 백작이잖아!
황녀의 아들과 하녀의 딸, 이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런데 왜? 우리가 한 침대에서 다 벗고 일어난 걸까?


***


- 똑똑.

닫힌 창문 너머로 잘게 지저귀는 새소리에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끼어들었다.
공작 성의 하인은 늘 조용히 들어와 세면실에 물을 받고 침대맡에 향긋한 차를 놓아 아침을 깨웠다. 오늘은 별다른 일정도 없으니 잠을 깨우진 않을 터였다. 머리가 어지럽고 아랫배가 화끈거려서 눈이 떠지지 않는 상태니까, 더욱이.

최소한의 소음만 내며 문이 열리고 전실의 공기가 밀려들어 난로가 타는 방을 환기했다. 소리 죽인 발걸음이 자박거리나 싶더니,

“히익!”
“어머나!”

- 쨍그랑!!

고요히 자기 일을 마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나가리라 여긴 하인들이 기겁해 댔다.

“릴리안이 아직 자고 있으니 소란 떨지 마라.”
“네, 네, 백작님. 죄송합니다.”

뭔가 깨져 나갈 때 한쪽만 떠진 눈이 다 벌어졌으나 정신은 혼몽했다. 밤하늘이 그려진 침대 돔, 상아 기둥에 묶여 반쯤 풀어진 레이스 커튼.
분명 그녀의 방인데… 어째서…….

“쯧, 네 잠을 깨웠군.”

에드워드가 손을 뻗어 얼굴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었다.
이마를 간질이는 머리카락, 손끝의 감각이 또렷했다. … 뭐지. 꿈결을 헤매며 눈만 깜빡였다.

“… 에…드워드.”
“응, 릴리.”

잠이 덜 깼음에도 틀림없이 에드워드가……. 점점 선명해진 눈에 에드워드가, 상의를 탈의한 에드워드가 분명히 보였다!

<소꿉친구와 한 침대에서 일어났다> 저자 소개

파스텔소다 작품 총 1종

소꿉친구와 한 침대에서 일어났다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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