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R.C. 셰리프
1896년 햄프턴 위크에서 보험회사의 사무직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자신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즉시 보험회사에 취업했으나 1차 대전이 발발하며 입대했다. 서부전선으로 보내졌던 그는 폭탄의 여파로 콘크리트 52조각이 몸에 박히는 부상을 입고 본국으로 송환된다. 참전 당시 가족과 일상에 대한 절박한 그리움을 담아 부모님께 매일 보냈던 편지가 문학 세계의 기초가 되었다. 제대 후 다시 보험회사에 복직한 후에도 계속해서 글을 썼고 이프르의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희곡 「여행의 끝Journey’s End」(1928년)을 집필했다. 극장들에게 계속해서 거절당하던 이 작품은 우여곡절 끝에 웨스트엔드의 아폴로 극장에서 젊은 로렌스 올리비에를 주인공으로 상연되었고 곧이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전쟁의 참상과 지난함을 다룬 이 작품은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1차 대전을 다룬 희곡 중 단연 고전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교과서에도 실렸다. 마침내 셰리프는 전업 작가로 살 수 있게 되었으나 이어진 희곡들은 모두 실패를 거뒀다.
어느 날 바닷가를 찾은 그는 지나가는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주 만에 쓴 그 이야기가 셰리프의 첫 소설인 『구월의 보름』이다. 어떤 기대도 품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해 쓴 작품이었으나 출간 즉시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으며 여러 나라로 수출되었다. 그는 이후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두 차례에 걸쳐 BAFTA 각본상,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으나 활동을 접고 귀국했다. 평생 결혼하지 않았던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다가 1975년 세상을 떠났다.
「여행의 끝」이 참호에서 보고 겪은 것들을 담았다면 『구월의 보름』은 참호에서 돌아가기를 꿈꿨던 것들을 그린 작품이다. 절판 이후에도 복간을 거듭하며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알려졌던 이 작품은 2021년 가즈오 이시구로의 극찬을 받으며 ‘일상사의 명작’으로서 그 자리를 되찾았다.
<구월의 보름>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