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문삼석

2015.02.05.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 문삼석
나는 어머니 나이 마흔다섯에 아들 없는 집안의 늦둥이로 태어났다. 그런 경사가 없을 터였지만 기실 나는 애물단지에 불과했다. 하루가 멀다고 앓아누울 만큼 허약하게 태어났던 것이다. 약은커녕 변변한 먹거리조차 챙기기 어려운 가난한 시절이었으니 병을 달고 사는 일은 오히려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결석을 밥 먹듯이 했다.
그런 나를 지켜 준 것은 그래도 괜찮은 성적이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시험 때마다 좋은 점수를 받는 나를 병약하다고 탓하거나 따돌리지 않았다. 공부가 나를 지켜 준다는 걸 안 나는 방 안에 들어앉아 공부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원래 병약한 데다 운동 부족이었던지라 무슨 일에나 앞으로 나서기보다는 뒤로 움츠러드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굳어져 갔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여수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써낸 기행문이 뜻밖에 신문에 실린 사건이 일어났다. 운동장에 도열한 전교생 앞에서 나는 그 신문을 펴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낭독을 했다. 이 사건은 나를 무척 난처하게 만들었다. 마침 학교에 들렀다가 내 낭독을 들은 선배가(대도시 고등학교에 다니던) 나를 꼬드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너는 소질이 대단하다, 앞으로 문학가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문학이 무엇인지 짐작조차도 할 수 없는 나이였지만, 나는 그 선배의 말이 싫지가 않았다. 이후부터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문학이라는 말이 나오면 귀를 곤두세웠고, 막연하게나마 문학은 내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동경을 품게 되었다.
그렇지만 문학을 향한 길은 쉽지가 않았다. 첫 번째 계명이랄 수 있는 다독의 길부터 꽉 막혀 있었던 것이다. 전시였던 당시, 궁벽한 시골에 책이라곤 교과서가 유일했다. 문학에 관련된 책이나 잡지란 10리가 넘는 읍으로 나가야 겨우 구경할 수 있는 처지였던 것이다.
한번은 읍내 서점 주인이 잡지를 들고 학교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새벗≫이라는 생전 처음 보는 월간 잡지였다. 침만 삼키고 있는데 서점 주인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외상으로 줄 수가 있을뿐더러, 현금이 아닌 배추나 무 같은 채소로도 값을 쳐 받겠다는 것이었다. 배추는 우리 텃밭에 있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면서 ≪새벗≫ 잡지 한 권을 받아 들었다.

<문삼석 동시선집> 저자 소개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