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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규

    한성규 프로필

  • 국적 대한민국
  • 데뷔 2013년 판타지 소설 '안기부 4과'
  • 수상 제7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2017.10.27.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작가가 되기 위해서 뉴질랜드에 있는 파라파라우무라는 해변에서 글을 쓰고 있다.

친구들이 나보고 미쳤다고 한다. 나도 그런 거 같은데 미치지 않고 사는 친구들이 나보다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 것 같지는 않다. 오늘도 알람시계에 의지하지 않고 일어났다. 아주 개운하다. 냉장고에서 아무거나 집히는 데로 주워 먹으며 글을 쓴다. 다시 점심을 재빠르게 흡입하고 산책을 나간다. 해변을 몇 시간동안 산책한 후에 다시 글을 쓴다. 생각이 날 때만 샤워를 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저녁을 먹고 아니면 계속 그냥 글을 쓴다. 쭈그리고 잠을 잔다. 순간순간 하고 싶은 일만 한다. 자신을 속이는 뇌보다는 몸의 본능에 충실한 삶이다. 이런 생활이 나라는 인간에게는 너무나 재미있다. 죽기 직전에 침대에 누워서 이렇게 외치고 싶다.

“참 재밌었다.”

부모님은 내가 어릴 적 여기저기 싸놓은 똥을 치워주셨다. 이 소설을 위해 최근에 돈을 긁어모아 필리핀에 취재를 갔다가 사기를 당했다. 내 지갑에 현금이 얼마 없어서 놈들은 열이 받았는지 내 신용카드를 살짝 빼가서 한도까지 긁었다. 현지 친구가 생겼다고 좋아했고, 같이 축제를 구경하러 간다고 들떴는데, 축제는 못 봤고, 잠이 들었는데 내가 잠든 사이에 내 카드를 긁고 고스란히 다시 꽂아 두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카드 값으로 내가 쓰지도 않은 몇 백만 원을 결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없는 돈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보다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내 카드를 긁었을까 생각하며 슬퍼졌다. 놈들에게서는 돈을 받을 방법이 없었다.

부모님께서 또 서른이 넘은 아들의 똥을 치워주셨다. 갚을 길이 막막하다. 부모님이 벽에 똥칠을 하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70장 넘게 썼지만 싸놓은 글 꼬라지를 보아하니 앞으로도 내가 싸는 똥을 내가 치우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생각이다.

글을 쓰는 순간만이 내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싸지르지 않으면 다른 똥을 쌀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인생은 길게 나열되어 있는 순간순간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이야기를 듣고, 또 이야기를 싸고, 먹고 싸다가 또 구부러져서 잠이 든다. 나라는 인간은 오늘도 이렇게 살고 있다.

<고요한 협조자들>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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