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이영희

    이영희 프로필

  • 국적 대한민국
  • 출생 1931년
  • 학력 1956년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 영어영문학과
    1954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사
  • 수상 1979년 제1회 대한민국 아동문학 상
    1972년 제7회 소천 아동문학 상
    1969년 대한민국 교육문화 상
    1968년 해송 동화상

2015.02.05.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 이영희
어려서부터 유난히 빛깔에 끌렸다.
첫 생일 날, 어머니는 나를 사진관으로 데려가 돌 사진을 찍으셨는데, 돌잡이 딸은 극성스레 울기만 했다. 캄캄한 사진관 안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때, 눈물 속에서 내려다본 내 털코트의 흰빛을, 지금껏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따금 환상처럼 떠오르는, 한 살 때의 빛깔이다.
서너 살쯤 되었을까. 외삼촌이 몇 권의 그림책을 안고 왔다.
그중에, 복숭아 그림이 그려진 동화책이 있었다. 연분홍 빛깔의 그 커다란 복숭아는, 촉촉한 은빛 털까지 보송보송 그려져 있어서, 눈부시도록 예뻤다. 그 황홀했던 느낌을 지금껏 잊을 수 없다.
그맘때였을 것이다. 한밤중에, 어른들이 모여 앉아 밤참 드는 소리에 깨어난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커다란 수박을 깨고 계셨고, 어머니는 그 옆에서 큼직한 유리그릇에 수박 살을 떠 담곤 하셨다. 유리 그릇 안에는 얼음덩이도 있었다.
말간 유리그릇 안의 얼음덩이 옆에 떠 있는 수박살. 그 말간 빛깔을, 잠결에 황홀하게 지켜보았던 생각이 난다.
중·고교 때는 열렬한 화가 지망생이었다. 특히 물기 머금은 글라디올러스를 즐겨 그렸다. 이 그림은 전국 고교 그림 대회의 특상도 받았다.
그러다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싱싱한 소나무의 푸르름과, 우람하고 싱그러운 갈색 가지에 이끌렸던 탓이다.
서울대 미술대학에 가라는 미술 지도 교사의 말씀대로, 서울대학을 가려다 그만두었다.
학비 스폰서였던 외삼촌의 완강한 주장을 따라, 이화여대 영문과로 방향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해야만 취직이 잘된다는 것이, 당시 중앙청 공무원이었던 외삼촌의 주장이었다.
색채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도 내 가슴에 응어리지고 있어서, 글 쓸 때 그것이 빚어져 나오는 경우가 많다. ‘색채성’이 없는 글은 쓰고 싶지 않은 성향이 그것이다.
동화를 쓸 때, 항상 환상 작품에 기우는 것도, 이 색채 감성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이따금 하게 된다.
판타지 동화에는, 빛깔과 물이 항상 함께한다. 메마른 땅에 판타지 동화는 움트지 않는다.

겨울의 북해도(北海道)에 간 적이 있다.
북해도는 일본 북방의 한 섬이지만, 원래 아이누족이 살던 이국적인 고장이다. 근대에 들어와, 미국인 개척자들이 개발한 하코다테시는 특히 서양식 건축이 즐비한 색다른 고장이다.
마침, 가루눈이 내리고 있었다. 호텔에서 건너다보이는 하코다테 시장(市長) 관사의 불빛이 흩날리는 눈발 속에 두드러져 보였다.
서구풍의 그 건물이, 옛 동화에 나오는 작은 성처럼 아름다웠던 것을 돌이키게 된다.
한겨울의 북유럽에는 하얀 레이스 커튼처럼 고운 눈이 온종일 내린다. 눈 오는 날, 안데르센의 생가(生家)가 있는 덴마크 오덴세 마을에서 맛본, 브이용을 잊을 수 없다. 진하고 뜨겁고 양이 많은 이 고깃국 사발 옆에는 달걀노른자가 따라 나왔는데, 이것을 국 안에 풍덩 넣어 휘저어서 훌훌 마시는 것이다. 국이 어찌나 뜨거운지, 노른자는 몇 번 휘젓는 사이에 반숙을 닮아 간다.
투박한 청자(靑磁) 사기의 국사발이 지니는 소박한 아름다움까지 거들어, 나긋한 풍요감이 가슴 가득히 괴어 온 그 눈 내린 날의 기억이 새롭다.
영국에서 만난 것은, 새벽마다 짙은 안개로 하늘과 물이 맞닿는 드넓은 호수다. 물풀이 우거진 아름다운 늪도 많았고, 그 늪을 에워싼 거목이 키 큰 동상처럼 치솟아 있기도 했다.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꽃 들판도 흔히 이어져 있었다. 판타지 동화의 세계가 널려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판타지 동화를 쓰는 작가가 드물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한국의 풍토가 판타지 동화를 생산하는 데 적합치 못한 탓이라는 말도 듣는다.
요정의 나라 영국처럼 넓고 푸른 호수도 별로 없고, 물풀이 우거지고 들꽃으로 에워싸인 동네 늪도 많지 않다. 더군다나 잔물고기 헤엄쳐 다니는 마을 시냇물조차 좀처럼 보기 어렵게 된 메마른 요즘의 풍토가, 한국인의 상상력을 저하시키고, 판타지에 대한 관심도 상실케 만들었다.
서울 청계천의 복원은, ‘판타지의 복원’을 의미한다. 서울 도심에 정갈하고 넉넉한 물을 흐르게 한 것은, 서울 시민의 마음에 정갈한 판타지를 꽃피우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국의 마을에, 판타지의 냇물을 흐르게 할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 마을에, 제2, 제3…의 청계천이 흐르게 되는 날, 우리는 아름드리 판타지를 꽃피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빛깔 있는 판타지 동화 한 편 쓰고, 문필 인생 마감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다.

약력과 작품 및 수상 연보

1931년 일본 도쿄 출생.
1950년 이화여자고등학교 졸업.
1954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수석 졸업.
1951년 시 동인지 ≪죽순≫에 추천.
1955년 동화 <조각배의 꿈>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1956년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수료.
1956년∼1959년 ≪새벗≫ 편집장과 주간 역임.
1958년 동화집 ≪책이 산으로 된 이야기≫(신교출판사) 출간.
1960년∼1981년 ≪한국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 역임.
1967년 수필집 ≪레몬이 있는 방≫(동화출판사), 동화집 ≪꽃씨와 태양≫(숭문사) 출간.
1968년 해송동화상 수상.
1969년 대한민국교육문화상 수상.
1972년 동화집 ≪별님을 사랑한 이야기≫(샘터사) 출간. ≪별님을 사랑한 이야기≫로 제7회 소천문학상 수상.
1973년 수필집 ≪살며 사랑하며≫(서문당) 출간.
1977년 수필집 ≪꽃과 유리의 언어≫(평민사), ≪동화를 에워싼 단상≫(범우사) 출간. ≪문학사상≫ 5월 호에 동화 <도깨비 도돌이의 도깨비 공부> 발표. ≪한국문학≫ 6월 호에 동화 <날씨를 굽는 가마> 발표.
1978년 어린이 수필집 ≪생각의 꽃씨≫(갑인출판사) 출간.
1979년 ≪한국문학≫ 6월 호에 <도깨비와 쌍동이> 발표. 동화집 ≪도돌이의 도깨비 공부≫(서문당), ≪사탕나라 꿈나라≫(계림) 출간. 제1회 대한민국 아동문학상 수상.
1981∼1985년 11대 국회의원 재직.
1982년 동화집 ≪어린 선녀의 날개옷≫(동화출판공사) 출간.
1988년 동화집 ≪도깨비와 쌍둥이≫(견지사) 출간.
1990년 수필집 ≪사랑학 에세이≫(해냄) 출간.
1992년 동화집 ≪왕거미 검서방≫(국민서관) 출간.
1994년 역사서 ≪노래하는 역사≫(조선일보사) 출간.
1997년 소설집 ≪달아 높이곰 돋아사≫(동아), 동화집 ≪견우와 직녀≫(삼성) 출간.
2003년 동화집 ≪별님네 전화번호≫(예림당) 출간.
2005년 동화집 ≪날씨 굽는 가마≫(효리원), 동화집 ≪아리영과 사리영≫(바우솔) 출간.
2009년 역사서 ≪무쇠를 가진 자, 권력을 잡다≫(현암사) 출간.
1998년∼2012년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
1998년∼현재 한일 관계사를 바로잡는 일본어판 계간지 ≪마나호(진실)≫를 84권째 발행.

해설 - 김은숙
1947년에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1969년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1970년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다. 1984년에는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원 국문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2년에는 대한민국 문학상 아동 부문에서 우수상을, 1998년에 소천문학상을, 2000년에 방정환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꽈리불≫, ≪뽕뽕돌과 성게≫, ≪엄마의 일기≫, ≪초대받은 꽃반디≫ 등 다수가 있다. 2004년부터 김요섭이 창간한 ≪아동문학사상≫을 복간해 연간 무크지로 발행하고 있다.

<이영희 동화선집> 저자 소개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