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조열
1930년 함경남도 함주군에서 출생해 함흥고급중학교를 졸업한 뒤 원산공업학교에서 문학 교사를 지냈다. 한국전쟁 중 월남해 12년간 육군으로 복무한 뒤 드라마센터 연극 아카데미 연구 과정에 입학하면서 희곡과 방송극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민족의 고통, 분단 현실에 대한 작품을 다수 창작했는데 다소 무거운 소재들을 희극적으로 풀어냈다. 남북문제를 다룬 작품 중 다수는 검열 때문에 공연 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다.
1964년 <토끼와 포수>가 당시 유일했던 연극상인 동아연극상 대상·연기상·희곡상을 수상하면서 평단에 이름을 알렸고, 1988년 <오장군의 발톱>으로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했다. 2000년 카이로 국제실험극연극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했고, 문화훈장 옥관장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토끼와 포수>(1964), <목이 긴 두 사람의 대화>(1966), <흰둥이의 방문>(1970), <오장군의 발톱>(1974) 등이 있다.
작품 창작 외에도 1973년 여석기 교수와 함께 한국 극작 워크숍을 개설해서 신인 극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자극한 것은 물론, 이들이 토론을 통해 자기 작품에 대한 비판력을 키우고 참가자들의 다양한 개성과 접촉하면서 극작 세계에 대한 인식을 넓히도록 해 주었다. 1986년 4월, 연극협회 극작분과위원회가 창설되자 그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되어 20여 년간 극작가들을 괴롭혀 온 공연윤리위원회 사전심의제도의 위헌성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공연윤리위원회의 강한 반발이 있었으나 굴하지 않고 오히려 강도를 높여 가면서 논설을 통해 수년 간 공연법 개폐 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사전심의제도는 1991년 초에 폐지되었다. 1988년에 숭의여전 출강을 시작으로 이후 20여 년간 강사 또는 겸임 교수로서 한양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극작법을 가르쳐 신진 작가들을 배출했다.
<오장군의 발톱>에 대한 공연 금지 결정과 통일 문제에 대한 정부의 편협한 정책, 희곡 창작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웠던 점 때문에 1976년 이후에는 라디오 극과 텔레비전 극 등 방송극을 썼다. 창의력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에 희곡을 쓰지 못한 것은 작가에게 이후 줄곧 후회로 남았지만, 1981년 대한민국방송대상 극본상(대하 드라마 다큐 <땅의 아들들>, 임영웅 연출)을 수상하는 등 이 분야에서도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오장군의 발톱>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