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
몰래 등굣길을 벗어나 숨어든 집의 텅 빈 고요를 누리면서 무의미한 나날의 다정함을 배웠다. 낯선 길을 걸을 때면 아득한 여행자가 되었고, 해 질 녘 엄마의 부름에는 쓸쓸한 귀환자가 되었다. 담을 즐겨 넘던 소녀가 서울대 법대생이 되었던 것은 외려 도주의 본능을 일깨웠고 졸업 후 무작정 프랑스행을 결정했다. 파리에서 영화 연출과 이론을 공부했고 도시 곳곳 어두운 방안의 환영을 배회하다 지중해 연안 영화제에서 만난 남자와 또 한 번의 도주를 감행했다. 현재는 미국 할리우드에 머물면서 Sophie Ville이라는 필명으로 페이스북에 관능과 연애에 관한 글을 올린다.
피상적 개념에서 벗어나 삶을 유지하는 감각작용의 총체로서 관능官能에 주목한다. 기억을 탐험하고 삶의 서사를 넘나들며 당신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서의 관능이기도 하다. 고로, 삶은 관능(적)이다.
<관능적인 삶>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