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장희
1970년대 이전 대한민국은 너나 할 것 없이 참 가난한 나라였는데, 그 때 저자도 폐결핵에 걸렸다. 폐결핵 2기 말.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발견되었는데 죽어가는 저자를 살려낸 것이 어머니였다. 자식들 때문만이 아니다. 외조부가 항일 독립운동을 했으므로, 일제시대부터 어머니는 이미 고생길에 들어서 있었다. 해방 후 외세에 편승하여 친일파가 득세하고 좌익과 우익의 이념분쟁이 몰아치던 당시에도 어머니는 가난과 피곤에 젖은 외조부를 뒷바라지했다.
그렇게 반세기가 흘렀고, 시간 강사하며 애쓰는 딸을 보기 민망해하던 어머니가 82세 되던 해에 의문사 했다. 그 딸인 저자가 이 글을 쓴 것은 어머니의 의문사를 밝히려고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된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에 경악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리스에 유학했다. 예로부터 민주주의 온상으로 알려진 그리스는 사회가 더 투명하고 공정하다. 또 최근의 심각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굶어죽는 사람이 없고 조용하기만 하다. 현재 정부가 돈이 없긴 한데, 사회 안전장치가 우리보다는 더 촘촘하다. 그 안전장치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행해지는 전통에서도 기인한다. 또 우리나라 교수와 시간강사(지금은 ‘초빙교수’) 같은 그런 터무니없는 보수의 차별도 없다. 돈 없는 정부가 재원을 마련할 때도 저소득자를 털어 유리 지갑을 만들기보다는 있는 자에게 누진적으로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한민국도 하루바삐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직권을 남용하는 경찰, 진실 앞에 침묵할 뿐만 아니라 허위사실을 우기기까지 하는 의사, 노동은 교수 못지않게 하고도 터무니없는 보수에 시달리는 많은 수의 이른바 ‘초빙교수’들, 이런 현안들은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연관된 것으로, 다 사회가 투명하지 못하고 또 돈만 눈에 보일 뿐 공생의 가치관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들이다. 특히 한 인간이 어이없이 개죽음 당했는데도 없었던 일처럼 무시당하고 ‘찍’소리도 못내는 그런 사회는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엮었다.
<어머니의 의문사>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