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아침에 눈을 뜨면 마당에는 묘목이 늘 산처럼 쌓여 있었다. 나는 학교 가는 길에 그 묘목들을 잘 피해서 때로는 그 위로 올라타면서 집을 나왔는데 그때마다 지긋지긋한 묘목과 관련 있는 일은 절대 안 하리라 다짐하곤 했다.
북청농업학교 임학과 출신이셨던 아버지(김명원)는 피난 후 55년부터 양묘사업을 시작하셨다. 주말마다, 아버지는 어린 나를 데리고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걸어서 3시간 거리의 묘포장에 데려가셨다.
나의 역할은 잣나무 씨앗 뿌리는 아주머니들에게 껌 한 개씩 나눠주는 일이었다. 봄가을 철이 되면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일을 하곤 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옥천읍에 들러 나에게 옥천냉면 한 그릇을 사주셨다.
이 방문은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도 이어졌고 달라진 점이라곤 내가 직접 운전해서 아버지를 모시고 다녔다는 것이다. 1955년부터 90년까지 아버지는 총 87백만 본의 양묘를 생산하여, 정부에 납품하셨다. 1990년에는 이미 아버지의 연세가 70대 후반일 때였다.
백두산 근처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북청이 고향인 아버지는 백두산, 금강산, 칠보산, 묘향산 등 고향의 산천의 아름다움을 내게 들려주며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하셨다. 아버지께서 남한의 산림녹화를 위해 일생을 보내셨듯이 나에게 있어 북한산림복원은 평생의 사명이다.
저자 김성일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이자 산림학자로서 지난 25년간 자연환경보전에 있어 주도적인 교육과 정책개발 역할을 담당해왔다. 1990년대 초부터 한국에 처음으로 생태관광개념을 도입하였고 현재 한국생태관광협회 공동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IUCN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이사와 WCPA (세계보호지역위원회) 아시아의장을 2009년부터 4년간 역임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직을 역임했다.
저술, 강연, 정부 위원회 및 NGO 활동, 신문기고 등을 통해 국내외 산림, 환경 정책과 협력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훼손산림복원을 위한 지속가능한 전략개발과, 동남아시아 열대림의 보전과 생태관광을 통한 지역주민 민생지원연구에 전념하고 있다.서울대에서 임학, 환경조경학을 전공했고, 미국 예일대에서 산림환경학과 텍사스 A&M대학에서 관광과학을 전공했다. 최근 저서로는 2010년 '그린솔루션', 2012년 'North Korea Reforestation' (빅터 테플리아코프 교수와 공저)과 2013년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of Ecotourism in ASEAN Countries' 등이 있다
이동호
공동저자인 이동호는 서울 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산림자원의 효과적인 관리 및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정책과 자원관리를 위한 거버넌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북한의 황폐 산림 복원을 위한 거버넌스와 협력체계 구축 전략에 대해서 연구해 왔으며, 이 외에도 산림분야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거버넌스, 국제 탄소시장에서 산림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연구, 산림 보호지역의 관리 효과성 평가,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연구 등을 수행하였다.
<북한산림 한반도를 사막화하고 있다>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