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분임(대상 “매조도梅鳥圖를 두근거리다”)
진화가 되려면 한참 멀었는데 벌써 퇴화가 시작된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몸이, 생각이 둔해지자 금세 눈치 를 챈 이 짐승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달래고 어르다 주저앉을 때도 많았다. 돈도 되지 않는 고삐를 잡고 왜 시간을 허비 하느냐,는 주위의 힐난도 감수하며 詩를 붙들고 있다. 자신이 한심할 때도 있었지만 다른 길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어느 한 모퉁이조차 돌지 못하고 머뭇거리지만 이 짐승의 고삐가 마치 스스로의 목줄인 양 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놓고 싶지 않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지루한 길 위에서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사실은 즐겁다. 여름의 한가운데서 동서식품이 깔아준 멍석 ‘멘토링클래스’ 게시판을 들락거리며 불안한 증상이 다시 시작됐다. 놀이판이
마냥 행복하면서도 초라한 글을 내보이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고삐를 바투 잡고 욕심을 부렸다. 칭찬과 격려의 회초리를 내리쳐 준 신용목, 박성우, 문태준, 박성준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힘드셨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겐 잊지 못할 두 달이었다. 가슴 속 스승으로 기억될 것이다. 몸도 마음도 지친 어느 날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매조도에 얽힌사연을 접하게 됐다. 그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다 부인 홍씨에 빙의되듯 글이 가슴에서 터져 나왔다. 본부인에게서 난 딸과 소실 에게서 난 딸에게 남긴 매조도는 한 달 간격으로 그려진 것이었음에도 그림의 분위기와 詩는 사뭇 달랐다. 생각이 많아졌다. 가슴이 먹먹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다산초당을 조만간 다녀올 생각이다. 저 세월 안쪽 그분들에게 죄송함과 감사함이 겹친다.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무데나 슬쩍 발을 넣어 보는 짐승을 엄살 부리지 말고 끌고 가라는 채찍질임을 압니다. 서로에게 덤덤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 서로 고삐를 놓치지 않게 늘 한 끝을잡아주는 소래문학회 식구들, 자매처럼 살뜰히 챙겨주는 대구의 백년회 멤버들, 일일이 이름 거론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친구들, 시흥문협 회원들, 천북초등학교 43회 동기들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제12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수상작품집>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