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불가코프(Михаил А. Булгаков, 1891∼1940)
우크라이나 키이우신학아 카데미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1916년 키이우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지방 병원에서 의사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1921년 모스크바로 이주한 불가코프는 그곳에서의 경험과 인상을 바탕으로 〈악마의 서사시〉(1923)와 〈치명적 알〉(1924), 〈개의 심장〉(1925) 등을 잇달아 발표한다. 혁명과 내전의 경험을 토대로 백위군 장교들의 좌절과 패배를 그린 〈백위군〉(1924)과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희곡 〈투르빈가의 나날들〉(1925)이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상연된다. 1920년대 신경제정책 시기의 모스크바를 풍자적으로 그린 〈조이카의 아파트〉가 1926년 발표되고, 이어서 극장 권력의 전횡을 그린 〈적자색 섬〉(1927), 내전과 1차 망명을 다룬 〈질주〉(1928) 등의 희곡이 상연된다. 1931년 모스크바예술극장의 조연출로 활동한 불가코프는 극장과의 불화로 1936년 사직하고 이후에는 번역을 하거나 리브레토를 집필하면서 생계를 이어 갔다. 1930년대에 집필한 희곡으로는 〈위선자들의 카발라〉를 비롯해 〈아담과 이브〉(1931), 〈극락〉(1934), 〈이반 바실리예비치〉(1936), 〈알렉산드르 푸시킨(마지막 나날들)〉(1935), 〈바툼〉(1939) 등이 있고, 이외에도 각색과 리브레토를 여러 편 썼다. 특히 그가 죽는 날까지 집필한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1930년대 환상문학의 백미로 꼽힐 정도로 기괴한 상상력과 그로테스크한 활극으로 유명하다.
불가코프는 역사적 급변으로 몰락한 세대와 시대를 서정적이고 관조적인 분위기로 그렸다는 점에서 체호프와 비교되곤 한다. 실제로 〈투르빈가의 나날들〉의 경우 체호프의 부활이라 할 정도로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 그의 작품이 러시아 전역에서 체호프 다음으로 많이 공연된다는 사실도 이러한 유사성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불가코프는 또한 20세기 전반부 풍자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극작가로서 19세기 고골의 전통을 계승했다. 비극적 상황과 고통의 순간에도 불가코프의 인물들은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고 러시아의 전통적인 ‘눈물 속 웃음’을 추출해 낸다.
백승무
러시아 전문가이자 연극 평론가다.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러시아학술원 산하 러시아문학연구소에서 〈불가코프의 극작술 연구〉로 박사 학위를 획득했다. 2008년부터 서울대, 성균관대, 한예종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공연과 이론》, 《한국희곡》, 《TTIS》의 편집위원을 맡았다. 주요 논문으로는 〈불가코프의 메타드라마 연구〉, 〈스타니슬랍스키의 모순에 대한 소고〉, 〈메이예르홀트 공연의 음악성 연구〉 등이 있고, 저서로는 《20세기를 빛낸 극작가 20인》(살림출판사), 《한국연극, 깊이》(우물있는집)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부활》(문학동네), 《메이예르홀트의 연출 세계》(한국문화사) 등이 있다.
<아담과 이브>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