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경란은 히틀러의 도시, 프로이센 제국 시절의 흔적이 살아 있는 베를린에 안착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카프카가 왜 베를린을 사랑했는지 몇 년이 지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파닥거리는 예술적 생동감과 그 안에 녹아든 다양성으로 나름의 생활 방식을 이루는 이곳은 매력적이었다. 처음엔 이민자 복지단체에서 홍보 협력 일을 하면서 스러져 가는 사람들을 만났고, 점점 만남의 폭은 넓어졌다. 나에게 있어 1세대 파독 근로자들을 만난 건 분명 행운이었다.
카페 유리창, 내 소소한 작업실의 전화기, 비 오는 날의 오후, 진한 에스프레소, 차가운 어깨를 감싸는 회색 카디건. 이 모든 것은 그들과의 만남에서 도움이 된 배경 그림들이다. 그들과 떠난 50년 전 시간 여행은 장밋빛이기도, 차갑고 우울한 추상처럼 다가오기도 했지만 우리를 구원한 것은 지금 현재의 그리움이었다.
저서로는 《나는 독일맥주보다 한국사람이 좋다》 《베를린 오마주》 등이 있으며, 파독 간호사 50주년 기념 희곡 〈베를린에서 온 편지〉를 썼다. 이 희곡은 독일과 한국에서 공연으로 이어져 그들의 50년 삶을 재조명했다. 잡지사 기자로 10년을 일하고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 지금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