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이수희
스무 살에 대학에 입학했고 졸업하자마자 직장인이 되었다. 서른네 살에 결혼했고 곧 첫애를 낳아 키우게 될 줄 알았지만 결국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주변의 성화는 날로 거세졌고 혹시 문제가 있을까 봐 들른 병원에서는 수치는 정상이지만 ‘난임’이라고 했다. 난임 시술 탓인지 갑자기 건강이 나빠졌다. 출근길에 식은땀과 코피가 멈추지 않아 주저앉기를 여러 번,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사직서를 내고 몇 달 동안 집에 처박혀 있었다. 그 후로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결국 남편과 오랜 시간 상의한 끝에 결심했다. “아이 없이 살자.” 아이 없는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과거에 큰 무게를 두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퇴사 이후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어느 날 남편이 대뜸 “의미 없는 일을 해 봐. 그냥 놀아 봐”라고 제안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덕분에 자연스레 ‘어떻게 살지? 어떤 삶이 행복한 거지?’라는 고민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럭저럭 아끼면서, 답답할 땐 가까운 친구들과 차 한잔하면서, 남편이 일찍 들어온 날이면 술 한잔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