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인근
춘해(春海) 방인근은 1899년 12월 29일 충청남도 예산에서 태어나 배재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의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 중등부를 거쳐 주오대학(中央大學)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19세기 태생의 마지막 문인으로 1975년 1월 1일 삶을 마감할 때까지 전 생애에 걸쳐 100여 권의 소설 작품을 남긴 다작(多作)의 작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20년대 초기 작품들을 제외한 대다수가 통속대중소설로 분류됨에 따라 방인근은 문학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방인근에 대해 기존의 문학사는 작가로서가 아닌 문예지 ≪조선문단(朝鮮文壇)≫의 창간자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1924년 창간된 ≪조선문단≫은 순수문학을 표방하는 종합 월간 문예지로, 같은 시기 문단을 풍미했던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경향파 문학에 대항하는 민족주의 문학파의 거점 역할을 했다. 부유한 포목상의 아들이었던 방인근은 처남인 전영택과 이광수의 권유를 받아들여 사재(私財)를 내어 이광수를 주재(主宰)로 한 문예 잡지 ≪조선문단≫을 창간했다. 당시 ≪조선문단≫은 최서해, 채만식, 박화성, 이장희 등의 문인을 배출한 문단의 등용문이었을 뿐만 아니라, 김동인의 <감자>, 나도향의 <물레방아>, 현진건의 <B 사감과 러브레터>,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 등 수많은 문제작들의 산실 노릇을 톡톡히 함으로써 한국문단의 육성에 기여한 바가 컸다. 이광수에 이어 5호부터 방인근 자신이 편집을 주도하다가 1926년 재정난으로 판권을 남진우에게 넘기기까지 방인근은 ‘황금시대’를 구가한 ≪조선문단≫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방인근은 1927년 숭덕중학(崇德中學)에서 교편을 잡고, 1929년에는 기독교신보사(基督敎申報社)에 입사해 일하기도 했으나, 곧이어 ≪문예공론(文藝公論)≫ 편집장(1930), ≪신생(新生)≫ 편집장(1931), ≪시조(時兆)≫ 편집장(1935) 등을 역임하면서 잡지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1954년에는 춘해프로덕션 사장을 맡으며 영화에 잠시 간여하기도 했다.
작가로서 방인근은 초기에 <하늘과 바다>(1923) 등의 시를 쓰기도 했으나 소설로 전향하여 <눈 오는 밤>(1920), <어머니>(1924), <비 오는 날>(1924), <살인(殺人)>(1924), <죽지 못하는 사람들>(1925), <자동차 운전수>(1925) <마지막 편지>(1925), <최 박사>(1926), <강신애>(1926) 등 30여 편의 단편들을 발표한다. 그러나 방인근이 본격적으로 작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들어 신문에 대중소설을 연재하면서부터인데, ≪마도(魔都)의 향불≫(1932), ≪방랑의 가인≫(1933), ≪쌍홍무(雙紅舞)≫(1936) 등이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들이다. 해방 후에도 ≪인생극장≫(1954), ≪청춘야화≫(1955) 등 애정, 추리, 탐정을 소재로 한 통속 대중소설에 몰두해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얻었다. 이 밖에도 <금십자가(金十字架)>(1932) 외 몇 편의 희곡과 <농민문학과 종교문학>(1927) 등의 평론이 있다.
당대의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음에도 문학사에서 작가로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방인근, 그의 말로는 비참했다. 1954년 가산을 정리해 설립한 춘해프로덕션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그가 발표한 소설들이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판매되지 못했던 탓에 삶이 피폐해졌던 것이다. 숱한 연애 편린과 전설적인 주당(酒黨), 잡지 발간자, 대중소설로 이름을 알렸으되, 문학사로부터 그 이름 앞에 작가라는 명예로운 직함을 부여받지 못했던 풍운아 방인근은 1975년 파란만장하고 자유분방했던 생을 조용히 마감한다.
임정연
이화여자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국어문화원 박사 후 연구원(Post-Doc)과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안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사학위 논문 <1920년대 연애담론 연구−지식인의 식민성을 중심으로>는 ‘연애’라는 미시적 코드를 통해 근대 문학의 식민지 근대성을 탐색하고 성찰하려는 시도로, 이후 지식의 유통과 모럴(moral)의 형성, 문화의 소비 방식이라는 박사 논문의 문제의식을 발전시킨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1930년대 초 소설에 나타난 연애의 모럴과 감수성>, <임노월 문학의 악마성과 탈근대성>, <근대 소설의 낭만적 감수성−나도향과 노자영의 소설을 중심으로> 등은 근대 소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반영한 연구 성과다.
현재 ‘여행’이라는 테마를 통해 젠더 정체성과 장소 정체성이 맺는 상호 관련성을 규명하고 문화 번역 텍스트로서 여행 서사를 계통적으로 독해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파리’의 장소 기억을 통해 본 나혜석의 구미 여행의 함의>, <망명 도시의 장소 상실과 좌초하는 코즈모폴리턴의 초상−주세죽과 상해, 그리고 모스크바>, <1950−80년대 여성 여행 서사에 나타난 이국 체험과 장소 감수성>, <여성의 해외 거주 경험과 탈경계적 공간 인식−손장순과 김지원의 유학·이민 서사를 중심으로>, <기억의 토포스, 존재의 아토포스−독일 토포필리아와 전혜린의 글쓰기>, <1990년대 여행 서사의 문화 지형과 젠더 감수성>, <지도 바깥의 여행, 유동하는 장소성−2000년 여행 서사의 장소 전유 방식>, <여행 서사의 재난 모티프를 통해 본 포스트모던 관광의 진정성 함의> 등이 이에 해당한다.
2017년 ≪문학나무≫ 평론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고 현재 평론가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