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떤 책인가?
1~9권은 화성외국인센터 한윤수 소장이 기록한 895편의 외국인 노동자 상담 사례이고 10권은 이에 대한 해설이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합법 체류자만 2만 5000명)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도 악명 높은 경기도 화성시. 이 책은 이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을 해 주고 있는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한윤수 목사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기록한 상담 사례이다. 젊은 시절 출판사를 운영하며 논픽션과 10대 노동자들의 글을 모은 운동권 필독서를 출간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담 사례를 기록할 의무감을 느꼈다. 월급 떼인 이야기, 퇴직금 못 받은 이야기, 폭행당한 이야기, 산재 이야기, 부당해고 이야기와 같은 불평등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소한 생활 이야기까지 센터를 거쳐 간 그들의 이야기를 몽땅 기록했다. 이는 우리와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세계 시민으로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에 관한 생생하고 진실한 최초의 기록이다. ‘화성외국인센터’는 돈 잘 받아 주고 문제 해결 잘 해 준다고 소문이 나 전국 방방곡곡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한윤수 소장은 그들의 가지가지 이야기를 매주 두 편 이상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과 센터의 블로그에 연재했다. 언젠가는 이 기록이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렇게 모은 글이 무려 895편이다. 이를 총 9권에 나누어 실었고 10권에는 엮은이 홍윤기 교수의 해설과 한윤수 소장이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 2편을 수록했다.
이 책을 왜 내는가?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긴 시간 동안 우리는 그들과 산업 현장에서 동고동락했지만, 부끄럽게도 그들 삶에 관한 기록이 우리에겐 없다. 그들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지만 이게 사실이다. 한글 배우기, 컴퓨터 학습, 한국 문화 체험 등 관제 행사에 동원된 그들의 어색한 미소 뒤에는 인간으로서의 절실한 욕구와 좌절과 희망과 희로애락이 숨어 들끓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우선 리얼한 생활 현장 이야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상황부터 알고, 그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 나가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생활 이야기의 양이 많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사회·문화·인류학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왜 ‘오랑캐꽃’인가?
외국인 노동자들! 3D 업종 등에서 일할 사람이 없기에, 한국 쪽에서 절실히 필요해서 불렀으면서도, “너희들 나라에 가만히 엎드려 있지, 한국에 왜 왔냐?”라는 식으로 불청객 취급을 당한다.
“걔네들은 돈 좀 더 받기 위하여 뭐든지 한다니까!” 하는 식의 모멸 어린 시선을 받는다.
“도무지 보고 배운 것이 없어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고!” 하는 식의 근거 없는 모함에 시달린다.
의식 있는 소수를 제외한 많은 한국 대중에게 영락없이 오랑캐 취급을 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하지만 삶의 속내를 알고 보면 오랑캐꽃처럼 어여쁘기에 이 제목을 붙였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누구인가?
외국인 200만 시대의 주역, 외국인 노동자들! 한국 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경제의 근간을 떠받치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동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는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농어업에서도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 없이 지탱하기 어렵게 되었다. 1990년대 초 산업기술 연수생 제도를 시작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2003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이들을 정식 근로자로 인정하고 노동법도 적용했다. 2023년은 고용허가제 도입 20년이 되는 해다. 그간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을 거쳐 갔고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고, 근래 4년간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금액은 매년 1000억 원이 넘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왜 쓸까?
첫 번째 이유는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3D 업종에서 그렇다. 한국인은 돈을 많이 준다 해도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직종에서 좀처럼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 화학약품 공장에 한 번 간 적이 있다. 똥냄새 비슷한 구린 냄새가 심하게 났다. 숨 쉬기 힘들어 단 5분도 못 견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일하는 사람은 모두 외국인이고 사장님만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그 사장도 지게차를 몰고 있었다. 지게차를 몰 한국인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공장이 전국적으로 한두 군데가 아니다. 수천 개, 수만 개이다. 그러니 외국인을 쓸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인 노동자에 비해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덕트 공장에 갔을 때 인사 담당 이사가 이런 말을 했다.
“외국인을 왜 쓰는지 아세요?”
“모르죠.”
“한마디로 ‘돈말결’이죠. 외국인은 돈 적게 줘도 되고, 말(불평)이 없고, 결근이 없기 때문이죠.”
이런 형편인데도 외국인은 돈을 떼이고 폭행당하고 성추행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왜 그럴까? 한국의 외국인 고용 제도가 무척 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