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 서로 만나고 웃고 껴안기
‘다문화’ 는 어느새 그 말 자체가 하나의 틀이 되어버렸다. 교육이나 취업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인들이 외국에 나가기도 하고, 또 비슷한 이유로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기도 한다. 하지만 백인과 유색인종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떤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에 따라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떤가? 왜 그럴까?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우리는 모두 나름의 추억과 희망을 품에 안고, 하루하루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들인데 말이다. 우리는 의식하지도 못한 채 ‘다문화’란 딱지를 붙이고 막연히 그들을 도와줘야 할 사람, 불쌍한 사람, 뭔가 부족한 사람들로만 여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책은 그러한 편견과 오해를 소박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으로 말끔히 씻어낸다. 나아가 다문화에 대해서도 늘 한국인들만 발언하고 주장하는 현실에서 다문화의 당사자들이 직접 취재하고 엮은 이야기들을 통해 그런 오해가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이었는지, 오히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예민한 감성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느끼고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유학생이 각각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한국생활 좌충우돌기
이 책은, 이주민 동료 혹은 가족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며 겪고 느꼈던 여러 에피소드들을 취재해 담담하면서도 유쾌한 문체로 엮은 책이다. 100여 개가 넘는 여러 에피소드 중 60개를 추리고, 부산 지역의 예술가들이 그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일러스트와 사진 등을 작업해 함께 묶었다. 12월 18일이 이주민의 날이란 점에 착안해 각각 12, 18, 12, 18개의 에피소드를 4부로 엮었다.
한국인으로 귀화해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는, 김치를 좋아하는 네팔에서 온 한국인 수베디 목사는 이주노동자들과 성인남성의 입장에서 동료들과 지인들을 취재했다. 네팔국립대를 졸업하고 모국어인 네팔어는 물론 한국어와 힌디어, 파키스탄어와 영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경남 김해에 한국에서는 두 번째로 외국인 선교교회를 개척했고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인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아내와 아들, 딸과 함께 17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친구들이 ‘자가’ 라고 부르는 자신감 넘치는 몽골여성 작드허르러는 이주여성의 입장에서 여러 이야기들을 취재해 엮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에 왔고 한국생활이 6년 차인 그녀는 귀여운 아들을 키우면서도 2007년부터 이주여성 인권센터에서 다문화 강사, 상담 등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외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에 와서 이렇게 다양하고 수많은 나라의 친구들과 만나고 친해지고 또 함께 이야기 나누고 웃고 울며 사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라 말하는 그녀가 엮은 이야기들은 때론 큰 웃음을, 때론 이국땅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성으로서의 적나라한 삶을 보여주며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올해 22살의 투르크메니스탄 청년 엘리야스는 결혼하지 않은 젊은이들, 즉 유학생의 입장에서 재기발랄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부산대학교 공대에 재학 중이며 한국에 온 지 3년쯤 되는 그는 매우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진심으로 원하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 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는 활발한 청년이기도 하다. 영어, 러시아어, 한국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할 뿐 아니라 과학이나 스포츠,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2012년 겨울, 한 통의 편지를 띄우다
서로 얼굴조차 모르던 이들과 부산 지역의 문화기획자, 예술가들이 2012년 9월 ‘문화다양성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다정다감 多情多感’ 이란 이름 아래 처음으로 마주앉았다.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며 매년 한 통씩 아름다운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고 이제 그 첫 번째 편지를 세상에 띄워 보낸다.
하늘과 바다가 똑같이 푸르고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아마도 국가나 민족, 이념이나 종교처럼 서로 편 가르고 경계 짓는 일이 없이 무한히 넓게 퍼져있으면서도 동시에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하늘이나 바다 같지 않아서 종종 수많은 편견과 부조리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특히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맺게 되는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피부색이나 역사, 종교와 이념 등 무수한 잣대를 먼저 들이대며 서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기어코, 어느 따뜻한 봄날 언제 어디서든 우연처럼 만나게 될 그 날을 기다리며 사랑의 마음을 듬뿍 담아 보내는 이 한 통의 편지가 우리의 마음을 한층 더 가깝게 해주고 따스하게 건드려줄 것을 확신한다.
문화다양성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다정다감 多情多感
2012년 부산의 문화기획자와 예술가, 이주민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이야기들을 기획, 출판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벌이기 위해 만든 문화기획프로젝트다. 미술, 사진, 디자인 등 시각예술은 물론 다양한 장르 간 융복합을 통해 이야기를 출판하고, 출판결과물을 토대로 워크숍, 문화예술교육, 공연 등으로 연계한다. 일상의 단상부터 각 나라의 속담, 민담, 동화, 고전까지 더 많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풍요로운 문화다양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