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바람둥이 상사와 순수한 비서의 오피스 로망!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여, 내 앞에 무릎을 꿇으라!”
마유희. 첫사랑에 실패한 지 어언 10년, 그녀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은 남자는 없었다. 그녀가 한 번 찍은 남자는 기어코 눈물 콧물 다 빼어 그녀와의 사랑에 목숨을 걸게 된다. 사랑도, 일도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지난 10년 동안은.
그러나 이 남자, 진지한. 그녀의 개인비서에겐 모두 부질없는 짓. 징그럽게 충직하고 순진한 총각 비서를 사로잡기 위한 그녀의 유혹 작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이 세상에 여자가 이사님 하나뿐이어도, 전 이사님을 사랑하지 않을 겁니다.”
진지한. 그의 상사는 마녀다. 마녀 마, 유치찬란할 유, 희희낙락할 희, 마유희. 밤마다 남자 없이는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색녀. 재수 없는 변종인간!
이렇게 외치고 싶으나 오직 마음뿐. 천상천하 유아독존 마유희의 몸종이나 다름없는 그에게 달아날 기회란 없다. 차라리 무시를 당하던 때가 나았다. 차라리 돈벌이에 미친 좀생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때가 나았다. 마녀의 저돌적인 공격 앞에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그러나 정의(正義)는 항상 승리하는 법. 오늘도 마녀의 마수를 피해서 그는 고군분투한다.
<뒤표지 수록 글>
“우리의 싸움이 즐겁긴 해도 유치함에는 질렸어. 내일까지 시간을 줄게. 날 여자로 안을지, 아니면 내 부하 직원으로서 내 모욕을 감수할 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 분명히 말하지만, 난 당신을 괴롭히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야. 여자로서 거절당한 분풀이로 당신이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그 어떤 곳에서도 일을 하지 못하게 당신 경력을 망쳐놓을 수도 있어.”
“그럴 수가……”
“있어. 난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도덕심, 명예, 정의? 나하곤 상관없는 말이야. 사랑과 전쟁에선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법이지. 진 지한 씨, 지금부터 서른 한 시간의 여유가 있어. 심사숙고해서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해.”
마녀의 유혹은 치밀하고도 끈질기다. 마녀는 실패를 모른다. 오직 성공, 성공의 연속. 그런 마녀에게 맞서는 법은 오직 하나, 불굴의 순수함으로 가슴을 무장하는 것. 승률 0퍼센트의 러브 게임에서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인가?
이 시대 최후의 순진남 진지한의 심장 사수기. 기대하시라!
“난 구질구질한 거 딱 질색이야. 한 달 동안 즐거웠어.”
침대 위에서 남자에게 이별을 고하는 여자. 화끈하고 뒤끝이 없는 육체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건 유희에게 특별한 순간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늘 그래왔듯, 한 달이라는 유예 기간이 지나면 상대 남자에게 싫증을 느껴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귀찮게 매달리는 남자를 반 협박의 말로 떨어내고 꿀꿀한 기분으로 출근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그녀의 진지한 비서.
공채로 <신화무역>에 입사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 해외마케팅 기획이사인 유희의 비서가 된 진지한. 언제나 창백한 얼굴에 커다란 뿔테안경, 칙칙한 회색의 양복차림이 유독 그녀의 신경에 거슬리는 아침이다.
“지한 씨는 옷이 그것밖에 없어? 그런 누더기를 걸치면 우리 회사 이미지가 어떻게 돼? 적어도 대기업의 이사 비서라면, 알아서 수준을 맞춰야 될 거 아냐!”
맙소사, 왜 평소처럼 무시하지 못한 거야?
후회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진지한 비서가 반격을 해 온다.
“어젯밤에도 그 영화배우와 함께 계셨습니까?”
직장 상사의 사생활에 간섭해선 안 된다는 불문율을 깨는 그 질문에 두 사람 모두 놀라고 만다. 사적인 감정이 들어간 대화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유희의 끝없는 냉대와 멸시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 내리라 다짐하는 지한의 속은 숯검댕이와 다름없다. 유희의 커피 심부름은 물론, 남자들과의 만남을 위한 호텔과 레스토랑의 예약 등등 그녀의 손과 발이 되어 봉사해야하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지만 거기서 벗어날 길이 없다. 모두가 그의 형이 남긴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한의 충동적인 질문에 심술이 발동한 유희는 그에게 퇴근시간을 넘겨서까지 무리한 업무를 지시하게 되고, 슬슬 지쳐가던 무렵 문 앞에서 그의 전화 통화를 엿듣게 된다. 한 번도 듣지 못한 다정한 음성으로 상대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지한. 그 순간 유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엄청난 분노에 사로잡힌다. 그 뒤 며칠동안 지한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과도한 업무가 이어진다.
“전 마 이사님의 친구인 최도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희의 친구라는 남자가 나타나 지한의 눈앞에서 우정을 과시한다. 남자 비서는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유희의 말에 껄껄 웃음을 터뜨리는 도협을 지한은 본능적으로 싫어하게 된다. 알고 보니 최도협은 언론 재벌가의 후계자로, 유희와는 약혼 이야기가 오고가는 사이. 두 사람은 모멸감에 치를 떠는 지한을 남겨둔 채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간다.
일식집에서 돌아온 유희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지한에게 초밥을 내민다. 뜻밖의 선물에 당황한 지한은 허둥대고, 유희는 그에게 저녁 식사를 제의하려고 한다. 그때 지한의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에 유희가 응답하게 되고, 문고은이라는 또 다른 여자의 존재를 알게 된다. 수빈과 고은. 두 여자를 상대하는 지한에게 실망하는 자신을 추스를 새도 없이 지한에게 핸드폰을 빼앗긴다.
그 날 저녁 지한을 태우고 간 병원에서 문고은을 맞닥뜨리게 된 유희. 지한의 이웃사촌이자 친구인 고은에게 친절한 직장 상사인 척 행동한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또 한 여자인 수빈이 바로 지한의 3살 난 딸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렇다면 지한이 미혼부? 충격적인 그 순간, 지한을 남자로서 더욱 알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지한을 유혹하기 위한 첫 단계로, 그와 단둘이 부산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 출장 갈 계획을 세운다. 심포지엄의 첫째 날, 스위트룸에 올라오자마자 그녀를 비난하는 지한에게 야멸찬 말로 자신의 흑심을 숨기는 유희. 그러나 드디어 세 번째 날, 유희의 예전 남자 친구와 맞닥뜨리게 된 지한은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알게 된다. 경멸해마지 않는 마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샤워 중에 충격적인 깨달음으로 힘들어하는 그에게 벌거벗은 유희가 다가와 선언한다.
“난, 당신의 여자야.”
드디어 깊은 관계를 맺게 된 두 사람. 직장에서는 타인처럼, 일단 회사를 벗어나면 뜨겁고 열정적인 연인 관계를 지속한다. 그의 여자라고 선언했으나 좀체 속마음을 알려주지 않는 유희의 태도에 점점 지쳐가는 지한. 그런 그에게 유희의 친구인 도협이 만나자는 전화를 걸어오고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단둘이 마주앉게 된다.
“그녀가 누굴 선택하는 지 두고 봐.”
돈을 바라고 유희에게 접근했던 첫사랑의 이야기를 지한에게 들려준 도협은 최고에 길들여진 유희에겐 자신이 최고의 짝이 될 거라 자신만만하게 선언한다. 뒤이어 지한의 눈앞에서 도협과 유희의 밀애 장면이 펼쳐지고, 지한은 절망한다. 유희의 진심을 알지 못해 괴로워하던 지난 시간들이 모두 부질없음을 알게 되고…….
“지쳤어요. 이사님과의 관계를 끝내고 싶어요.”
아파트에 찾아온 유희를 쫓아낸 다음 날, 지한은 사직서를 내민다. 상심한 마음을 감춘 채 오해와 절망 속에 끝내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 필사적으로 그를 잡으려는 유희. 이유를 몰라 불안한 가슴의 통증을 애써 부정한다.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 속에 어느 날 저녁, 도협과 함께 있는 레스토랑에서 고은과 나란히 나타난 지한을 맞닥뜨리게 된다.
“지한 씨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우린 어쩜 사랑하게 될지도 몰라요.”
화장실에서 유희에게 자신의 본심을 알리는 고은. 유희에게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려고 시작한 연극이 어느덧 진심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고은의 말에 결코 흔들리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유희. 그러나 그 날 밤 술에 취해 지한에게 하소연을 하게 되고, 10년 전 연인에게 버림받았던 그 순간을 상기하며 마음을 닫아 잠근다.
질투 작전도 쓸모가 없음을 깨닫게 된 지한은 유희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할 결심을 한다. 때마침 걸려온 고은의 전화에, 사랑한다는 고백을 연습하는 장면을 유희가 엿듣고 만다. 10년 전의 사건이 되풀이된다는 악몽으로 이성을 잃은 그녀. 방 안으로 들어와 어렵게 사랑을 고백하는 지한의 뺨을 때리며 냉혹하게 결별을 선언한다.
내쫓기다시피 회사를 그만둔 지한은 상심 끝에 아파트를 옮기고, 대학 선배가 운영하는 광고 회사 <네오 크리에이션>에 입사하게 된다. 한편 도협과 약혼을 한 유희는 큰 결심 끝에 도협의 오피스텔을 찾아가고, 그와 깊은 관계를 나누려한다. 변태적인 욕구를 드러낸 친구의 본모습을 알게 된 마지막 순간, 지한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가 날 사랑하고 있었어. 맙소사, 그를 버린 건 나야!”
사랑을 믿지 않고, 지한을 믿지 않았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통탄하지만 너무 늦었다. 격투 끝에 도협을 뿌리치고 달려 나간 그녀는 지한의 아파트를 찾아가지만 고은에게서 그의 이사 소식을 듣게 된다. 아연한 심정으로 그저 후회만 하는 유희. 이제 지한을 찾아 그에게 사랑을 고백해야 한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지한의 행방을 알 수 없어 속을 태우던 어느 날, <신화무역>의 해외 무역부의 확장으로 광고와 마케팅 협력 업체를 선정하던 중, 지한의 이름이 적힌 중소기업체의 보고서를 접하게 된다. 먼발치에서 지한과 수빈을 바라만 보고 있는 유희. 당장 그들에게 달려가 고백하고 싶지만 10년 전보다 더 한 두려움으로 얼어붙고 만다. 결국 눈앞에서 사라지는 두 사람을 보면서 <네오 크리에이션>과의 협력을 지시한다.
“내일 저녁 식사를 함께 해요.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사장의 지시로 회사를 찾아온 유희를 접대하게 된 지한. 낯선 타인처럼 행동하는 유희에게 그는 초연한 태도를 보이지만, 유희의 얼굴에 난 지독한 상처와 파혼 소식에 가슴 아파한다. 두 번 다시 유희에게 휘둘리지 않을 거라 결심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연인의 상처에 결국 폭발하고 만다. 유희의 저녁 약속 제의를 받아들이고, 곧장 도협에게 달려가 줄곧 눌러왔던 울분을 도협에게 퍼붓는다.
다음 날, 마주앉게 된 두 사람. 유희는 주저하는 기색으로 지한에게 다시 연인이 돼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는 단순한 육체관계로는 더 이상 만족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울먹이는 마녀의 모습에 반신반의하는 것도 한 순간, 드디어 유희는 10년 동안 닫아두었던 마음의 빗장을 열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내게 자존심을 버리라면…… 그렇게 할게. 널 잃고 사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그러니까 나와 결혼해 줘.”
눈물로 호소하는, 감미로운 고백. 결코 울지 않는 마녀가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진실로 그를 사랑한다고, 결혼해달라고.
눈물로 화장이 번진 마녀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고,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럽다고 말한 지한은 그녀를 가만히 안아준다. 불신을 깨고 그녀와의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은 그렇게 ‘사랑’이라는 하나의 합일점을 찾아낸 것이다.
사랑을 믿지 않는 한 여자와 생애 처음 사랑을 시작한 한 남자의 사랑 만들기가 때론 유쾌하게, 때론 가슴 찡하게 펼쳐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