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살고 싶다면 오스카의 편지를 보라
“어떤 나무는 크게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왜 어떤 나무는
어려서 가지가 부러져
꽃을 피우기도 전에 죽는 걸까?
내가 소설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연극으로 공연하게 된 이유는
이 작품이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 배우 김혜자
김혜자의 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원작 소설
◆ 전 세계 39개국어로 번역 출간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는 고통과 무력함에 관한 가장 놀라운 형이상학적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렉스프레스l'Express
배우 김혜자가 6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프랑스 작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소설 『신에게 보내는 편지』. 이 작품을 각색하여 작품 속에 등장하는 10여 명의 등장인물을 혼자 소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가 2013년 11월 15일부터 2014년 연말까지 1년이라는 긴 시간 연기하게 될 이야기 『신에게 보내는 편지』. 이 소설 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한국 최고의 배우를 깊이 사로잡은 것일까.
하루에 열 살씩 먹는 소년 오스카가
12일 동안 깨달아간 아름다운 삶의 진실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열 살 소년 ‘오스카’가 하느님에게 보낸 열세 통의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오스카는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려 오랫동안 병원 생활 중이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베이컨’, 머리가 남들보다 두 배는 커다란 ‘아이슈타인’, 몸이 가로세로 모두 110cm인 비만 소년 ‘팝콘’과 함께 지내던 어느 날. 아들에게 마지막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부모님이 자신의 얼굴을 보러 오지 않자 오스카는 자신을 ‘겁쟁이’로 만들어버린 부모님에게 크게 화가 나고, 벽장 속에 숨어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걱정하는 병원 식구들에게 오스카는 단 한마디 말을 할 뿐이다. “장미 할머니를 만나게 해주세요.”
산타클로스 말고 하느님께 편지를 쓰라고요?
그럼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나요?
오스카가 간절히 찾는 ‘장미 할머니’는 병원 자원 봉사자 중 최고령자 할머니다. 일할 때 장밋빛 가운을 입어 오스카가 별명을 붙여주었다. 겁쟁이, 거짓말쟁이 어른들이 가득한 병원에서 장미 할머니만은 믿을 수 있는, 늘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스카는 얼마 남지 않은 나날들을 장미 할머니와(만) 보내게 해달라고 병원 측에 당당히 요청하고 허락을 받아낸다. 그런데 거짓말쟁이가 아닌 줄 알았던 장미 할머니가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한다. 자신은 전직 프로레슬러이며, 한 해의 마지막 12월에는 하루가 한 달이라고, 그러니 하루가 10년이라고 생각하고 12일을 보내 보자고, 그리고 하느님께 편지를 써보라고.
“네 생각을 고백하렴.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생각들, 그것들은 네게 들러붙고 너를 짓눌러 꼼짝 못하게 한 다음 새로운 생각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서 너를 썩게 만들지. 고백하지 않으면 너는 구닥다리 생각들로 가득 찬 악취 나는 쓰레기장이 될 거야.”
“매일 처음 본 느낌 그대로 세상을 바라볼 것.”
오늘 난 백 살이 되었어요. 장미 할머니처럼요. 계속 잠이 쏟아지지만 기분은 좋아요. 난 엄마랑 아빠에게 삶이란 참 희한한 선물이라고 얘기를 해줬어요. 사람들은 처음에 이 선물을 과대평가해요. 영원한 삶을 선물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나중엔 과소평가해요. 지긋지긋하다느니 너무 짧다느니 하면서 내동댕이치려고 하죠. 그러다 결국 선물받은 것이 아니라 잠시 빌린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예요. 빌린 것이니 잘 써야죠. _ 본문 중에서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엄숙한 목소리가 아니라 아이와 할머니의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대화를 통해 전해진 진실들은 읽고 또 읽어도 여전한 울림이 있다. 2002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이듬해 파리에서 연극으로 상연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당시 87세라는 고령에 ‘장미 할머니’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 다니엘 다리외는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70년간 명성을 누린 대배우로, 이 작품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몰리에르 연극상 최우수 여자 연기상을 수상했다. 작가 슈미트는 이 작품을 다리외에게 헌정했다.
삶의 마지막 12일, 신에게 편지를 보낸다면 당신의 편지 속에는 어떤 고백들이 담기게 될까?
“진짜로 흥미로운 질문은 질문으로만 남아 있게 마련이니까. 그런 질문은 신비를 감싸는 껍질이란다. 답에는 항상 ‘아마도’라는 말이 붙게 되지.
시시한 질문에나 확실한 답을 할 수 있는 거야.”
“삶에는 해답이 없다는 건가요?”
“삶에는 여러 가지 해답이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정해진 해답은 없는 거야.”
“내 생각에는요, 장미 할머니, 삶에는 사는 것 외에 다른 해답이 없는 것 같아요.”
_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