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란 말 뒤에 “교육”이란 말이 붙을 때
대한민국 엄마들은 미치기 시작한다.
엄마들은 이랬다. 이 세상에 놀라운 존재 하나를 부려놓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엄마. 아이의 하루하루 변화에 환성을 질렀던 엄마. 남들이 이러니저러니 말하면 우리 아기는 달라, 라고 확신에 차서 이야기했던 엄마.
그랬던 엄마들이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한다. 마치 자신의 아이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갖다 붙인 ‘교육’이란 말 앞에서 멍해진 순간부터다. 불안감, 강박감, 경쟁심리 또는 보상욕구가 엄마들을 사로잡는다. 사교육 업체의 능수능란한 유혹, ‘스피커 아줌마’들의 은근한 귀띔은 사실상 엄마들에겐 협박이다. 엄마는 오로지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 “남들 보기에 좋은 대학, 번듯한 일자리를 잡는 것”만 바라본다. 아이가 몸으로 마음으로 저항해도 통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아이는 지치고, 엄마는 아프고,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슬퍼해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처럼 되어버린다. 이것이 정말 ‘현실’이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엄마들의 착각, 사교육의 기만, 엘리트 전문가들이 깔아놓은 망조의 시나리오를 가혹하리만치 끄집어낸다. 그리고 바꿀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의 제안을 ‘이상’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이미 ‘이상’이 아닌 ‘현실’로 구현되고 있음을 실천적 대안과 사례들로 반격한다.
이 책은 아이 교육에 병든 엄마들에 대한 백신이다. 또한 아내에게 교육의 전권을 빼앗겨버린 아빠들, 공교육을 어깨에 진 교사들, 교육 정책을 세우는 당국자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듬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집단 자기반성문이다.
결국 엄마가 풀어야 한다
사교육의 폐해를 말하는 책은 여럿 있다. 학원이 어떻게 엄마들을 속이는지에 대한 책도 있고,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성적을 올렸다는 책도 있다. 그러나 사교육을 다루는 이런 책들의 결론은 대체로 성적 향상의 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성적을 절대 유일의 전제로 위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엄마들이 사교육에 유혹당하고 매몰당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을 짚어내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란 불가능하다.
물론 이 책도 사교육 업자들의 속마음을, 그리고 교육판을 짜는 대한민국 전문가들의 무능함과 무책임성을 그 누구보다 통렬히 까발리고는 있다. 하지만 이런 외부적 환경을 폭로하는 것보다 더 가혹하게 엄마들의 착각과 잘못들을 끄집어낸다. 왜냐하면 환경이 아무리 암울해도 아이의 교육 문제를 해결할 키는 결국 엄마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서 ‘교육’이란 말(외부에서 주입된)이 개재하는 순간 엄마들은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아버린다. 영재교육, 조기영어교육, 국제중, 특목고, 일류대라는 꿈의 루트를 향해 허겁지겁 달려간다. 여기에 아이는 없다. 아이에 대한 이해와 소통은 사라지고, 루트를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과 자책과 강요가 아이와의 관계를 대신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먼저 이 루트에 대한 엄마들의 착각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루트의 종착지랄 수 있는 남 보기 좋은 직장과 직업에 대한 허상도 속속들이 까발린다. 모두가 달려가고 싶어 하고, 달려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 목표점이 사실 우리의 인생 성패와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냉철하게 지적한다.
이 책에는 실천적 대안과 사례들이 풍부히 실려 있다. 국내외의 모범적인 교육 사례는 물론이고, ‘엄마 자격증’ ‘엄마 민방위 교육’ 등과 같은, 약간의 풍자를 곁들인 대안도 제시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결코 허투루 들을 수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교육 현실이, 엄마의 교육 제자리 찾기가 심각한 문제로 닥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
Chapter 01에서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엄마들의 교육 일반에 대한 생각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것들이 사실은 아이들에게 매우 유해할 수 있고, 아이들의 미래를 심각하게 어둡게 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것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 현장을 너무나 당당하게 왜곡하고 있는 사교육 업체들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흔히 접하는 사교육 업자들의 일반적인 모습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속마음에 대한 것이다. 그들이 늘 내세우는 최고, 최선, 일류 강의 프로그램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들이 성공시켰다는 원생들의 실체에 대한 고발이다. 그리고 소위 일류 대학, 일류 직장, 일류 직업의 현재 상황도 알려준다.
Chapter 02에서는 그렇게 왜곡되고 방기된 교육 현장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절대 다수가 가는 길이라 할 수 없이 따라가는 것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와 엄마가 다 행복한데도 교육이 제대로 되도록 할 것인지, 운동, 노래, 만화 게임에 빠져 공부를 아예 놓아버린 경우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생명 연장만 하고 있는 듯한 최고로 심각한 경우는 또 어쩔 건지에 대한 답변이 등장한다. 대학을 안 가도 되는 이유가 아니라 대학을 가면 안 되는 이유, 이 나라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학교를 모두 그만둬도 별 문제가 아님을 알려준다.
Chapter 03에서는 우리나라 교육 관계자들에게 몹시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아이들 교육에 거의 전권을 행사하는 나라에서 정작 엄마들이 그리고 아이들이 알아서 교육 관련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사실 기가 막힌 일이다. 문제의 크기나 심각성으로 보아서는 관련 전?현직 공무원들을 모두 징벌해야 할 정도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그들이 모르고 있을까 하여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엄마들에 대한 대책이 나온다. 풍자를 곁들인 글에서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가 아니면 교육 제도와 시스템이 어?게 바뀌어도 우리나라 교육은 부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든 제도야 어떻든 간에 그들이 저마다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시나브로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