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까칠한 괴짜가 아니다, 역사의 발전을 고민한 인간적인 사람들이다!
인류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처에 출현했던 수학!
수학자들의 노력은 인류 지성사의 흐름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이 책은 20세기 지성사를 빛낸 수학자 13명의 삶과 놀라운 업적을 다룬 것으로 수학적 발견에 대한 개별적인 성과를 파헤치기보다 수학자들의 생애에 방점을 찍었다.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적인 면모를 한층 부각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식이다. 양자 역학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시한 수학자인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딴 나비가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로랑 슈바르츠’, 논문 심사자로 하여금 “이게 신학이지 수학이란 말인가?”라는 경탄을 자아내게 한 ‘다비트 힐베르트’, 전쟁의 방향을 바꾸고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열어준 ‘앨런 튜링’, 자연에서 불규칙성의 규칙성을 찾아낸 ‘브누아 망델브로’를 비롯하여 수학과 물리학에 통달했던 마지막 보편주의자 ‘앙리 푸앵카레’, 20세기 수학사에 최고 업적을 남긴 ‘앤드루 와일스’, 협력 연구의 달인이었던 ‘폴 에르되시’, 수학과 세상 사이에서 경계를 넘나든 ‘스티븐 스메일’, 최연소 필즈상 수상자로서의 기록을 62년째 보유 중인 ‘장 피에르 세르’ 등 기라성 같은 서양 수학자들, 그리고 인도의 라마누잔, 일본의 헤이스케, 중국의 천싱선처럼 아시아 출신으로 장대한 업적을 남긴 천재들의 이야기, 학문적 성취에 비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수로서 학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은 에미 뇌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이 소개하는 수학자들의 면모는 가히 경이롭다. 이처럼 『내가 사랑한 수학자들』은 20세기에 활약했던 다양한 개성을 지닌 수학자들을 통해 ‘인간의 얼굴을 한 수학’을 그린 책으로 “내 눈에는 오직 수학만 보여”라고 외쳤던 이면에 숨어 있는 인류애를 통해 그들이 수학을 기반으로 어떻게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는지,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어떤 방식으로 기여했는지, 인류사의 흐름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는지 보여주는 교양 필독서다. 입시 수학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류 지성사를 수놓은 위대한 천재들의 삶에 관심을 지닌 또 다른 독자들에게 이 책이 새로운 영감의 출발이자 위안이 되길 바란다. 과학자로서 드물게 인문학적 글쓰기가 돋보이는 저자의 ‘색다른 수학 칼럼’ 세 편은 독자들을 위한 흥미로운 보너스다.
수학은 시험을 치르려고 배우는 학문이 아니다
독자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의 능력’을 갖춘 시민 양성은 21세기 교육의 주요 가치다. 논리적 추론을 거쳐 결론을 이끌어내는 수학적 활동이 진지하게 재고되는 배경이다. 수학의 본질은 수식을 외우고 이를 활용하여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호한 현상들을 잡아내어 원인에서 결과에 이르는 길을 정교하게 짚어가는 사색의 과정에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수학 교육은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통해 학습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으며, 수능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변별력이 커진 만큼 점수를 위한 수학 교육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재능을 발휘하던 아이들이 고학년이 될수록 문제집을 몇 권 끝냈는가, 어떤 책을 풀고 있는가에 집중하면서 순수 과학의 길에서 멀어지는 배경이다. 수학 교육의 진짜 목적은 폭넓은 수학적 내용을 재미있게 배우고, 자신의 미래 설계와 연계하도록 돕는 데 있다. 따라서 어려운 영역을 빼내어 교과 내용을 줄일 것이 아니라 이러한 분야들이 왜 필요한지, 이것이 어떻게 인간의 실생활과 연결되어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지 관찰하고 도전하게 해주는 흥미 유발의 관점에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 풀이의 무한 반복은 지적 성장에 큰 해악을 가져올 뿐이다.
수학의 쓸모를 어디에서 찾을까?
저자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마사이족이 살고 있는 마을 근처에 머문 적이 있다. 그는 당시 방문했던 학교 풍경을 묘사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좁은 교실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학교 앞마당엔 원조기구에서 파주었다는 우물이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얼굴을 내비치지 않던 아이들이 수업 후 우물에서 물을 한 통씩 퍼가게 하자 비로소 하나둘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이들에게는 수와 기호가 난무하는 칠판 을 바라보는 일보다 평원에서 소를 돌보는 편이 더 행복할지 모릅니다. 그런 삶도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그 수와 기호 너머에 어떤 신세계가 있을지, 그걸 가지고 자신의 삶과 공동체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그 가능성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물 때문에 억지로 셈을 배우던 아이들 중 일부는 고대 문명이 수와 모양을 다루던 방법을, 더 나아가 뉴턴이 천체의 운동을 이해하려 만든 미적분을 언젠가 깨우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사실들이 실은 얼마나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 관계를 규명하게 되고, 인류의 역사 발전에 단초를 제공할 유의미한 결론에 다다르는 ‘생각의 기술’을 익혀서 언젠가는 자신의 조국에 과학기술의 토대를 만들지도 모른다면서!
수학자의 삶을 이해하면 수학이 보인다
위대한 문학작품이나 명화, 명곡 등의 정신을 이해하는 데 창작자들의 삶이 모티브가 되듯 수학자들의 삶을 이해하면 그들이 왜, 어떤 배경에서 그 같은 수학적 연구에 몰두했는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흔히 “수학 천재들은 괴짜일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삶을 조금 더 파헤쳐보면 우리와 똑같이 ‘인간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세상을 등진 채 연구에 몰두하며 은둔자로 살았던 수학자도 있고, 세상을 바꾸어보자면서 변혁가로 살아간 참여형 수학자도 있다. 또한 은둔과 참여의 두 모습을 삶 속에서 보여줌으로써 긴 여운을 남겨준 수학자도 있다. 어떤 유형의 삶을 살았는가는 개개인의 성향이나 기질과도 관련되지만, 그가 속했던 시대와의 관계를 빼고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당면하게 되는 문제의식이 다르고, 삶의 질을 개진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의제들이 다르게 나타나는 탓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고귀하고 가치 있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전제되어야 진정한 학문이 가능하다는 점, 개인적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역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주도할 때 진정한 지성인의 탄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인류사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학자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들이 발견한 새로운 수학적 원리들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성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