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과 포기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부부들을 위로하다
부부란 무얼까?
얼마 전 TV에서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집집의 부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부부가 무어냐고, 부부들의 세계는 어떠해야 하느냐고.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결혼한 아내와 남편이 인생의 공동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함께 고군분투하며 헤쳐 나아가는 전 과정이 부부의 세계가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부부가 중심이 되어 돈을 벌고 모으고, 장을 보고 식사준비를 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면서 자식을 양육한다. 그러나 어찌 보면 단순한 이 과정들이 여러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그 문제들은 끊임없이 갈등과 오해와 미움과 할큄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처음 결혼의 시작점으로부터 너무 많이 멀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되돌리기에 적절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세상에는 이미 다양한 ‘부부’들의 이야기가 얼마든지 있다. 교과서같이 모범적인 부부, 절절한 사연을 가진 부부, 강력한 솔루션으로 위태롭게 지탱해가는 부부, 데면데면한 부부 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부부들의 이야기가 넘친다. 그러나 지금 다시 부부의 이야기를 내놓는 것은 세상 모든 관계의 중심은 ‘부부’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고, 각자의 인생과 뗄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로부터 시작된 ‘건강한 관계’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남편과 아내의 직장, 자녀들의 학교, 그리고 그들 모두를 아우르는 지역 사회에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순환적 기능을 발휘한다. 따라서 각각의 단계에서 발현되는 순기능을 통해 가족 구성원 모두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각자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 갈 수 있다.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부를 통해 가정이 든든히 자리를 잡게 되면 그곳으로부터 부부와 자녀들이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사회 속에서 선순환의 구조를 정착시키며 우리들 인생을 빛나게 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여러 사례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고전 문헌과 영화 등에 나오는 부부들의 사례를 불러내어 미화하거나 혐오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각각의 부부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부부가 무어냐고. 건강한 부부의 관계를 잘 이어가고 있느냐고. 물론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모든 부부는 모두의 답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그럼에도 너무 많이 지쳤거나 터무니없이 큰 상처를 입었다면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의 삶에서 잠시 위로를 얻고 추스르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어떨까 조심스레 권유한다.
저자는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은 ‘집착과 포기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것’과도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반복된 용서가 습관이 되고 분노와 부정, 수용과 포기를 거쳐 달관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부부의 세계에는 포기해야 할 것도 위험한 것도 많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폭이 크지 않은 사랑과 미움 사이에서 오늘 하루를 보냈다면, 짝을 바라볼 때 너무 밉지도 너무 좋지도 않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상처받고 아파하는 우울한 부부들을 위로한다.
더욱이 명로진 작가 특유의 감성과 위트로 전달하는 글맛은 매력적인 메시지가 되어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다양한 부부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이끈다. 그뿐 아니라 글의 이곳저곳에서 불쑥불쑥 드러나는 문장들은 밑줄을 그으며 따로 적어두었다 써먹기에 좋은 적절한 어록이 될지도 모르겠다.
본문은 전체 4편로 구성되어 있다.
〈매일 이렇게〉에서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결혼 후에도 ‘엄마’에게 의존하는 남자, 도무지 같은 생각과 감정으로 함께 하기 어려운 일상의 문제를 가진 부부들. 그들이 흔히 마주하는 어려움과 그것에 대처하는 지혜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음이 답하다〉에서는 주로 심리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여자와 아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부장제로 사사건건 멍들어 간 마음, 특히 남편이나 아버지의 폭력으로 무너진 영혼의 상처와 더불어 남편의 외도, 시어머니의 터무니없는 지배논리 등이 아프게 마음을 울리며 ‘부부란 무언가’에 대한 답을 반추하도록 한다.
〈안녕하오, 당신들의 성생활〉에서는 가감 없는 성생활 전반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부의 세계를 안정적으로 결속시키는 성생활을 들여다보면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부부관계를 위한 저자의 지혜를 도구 삼아 부부들의 안녕을 점검해보도록 이끈다.
〈생각 너머〉에서는 일상을 넘어서는 여러 문제들을 짚어본다. 소설 속의 사랑, 미디어 속의 사랑, 이웃 부부들의 사랑을 통해서 부부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헤아려 보고, 경제권에 대한 문제, 양육의 어려움 등 속 시원히 따져봐야 할 문제들을 들추어낸다.
부부는 서로 사랑하여 결속된 공동체다. 그러므로 영혼 깊은 곳에서 홀로 울고 있는 아이(남편 혹은 아내)를 발견하면 보듬어줌으로써 사랑을 표현하고, 상처 나서 피를 흘릴 때 여며 매주고 흐르는 눈물 닦아주어 위로하면 된다.
그러기에 이제 그 사랑이 어떻게 멀어지게 되었는지, 찬란하지는 않더라도 소박한 연민으로 바라볼 수는 없는지, 그래도 남은 사랑을 확인하며 위안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