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나비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선정한
기후변화 지표나비 10종의 생태로 살피는 기후변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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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곤충학자로서 ‘기후변화 지표나비’가 지구상에 출현하여 어떻게 지질시대의 혹독한 기후변화를 견뎌내고 살아왔으며, 왜 이 나비들이 기후변화 지표생물로 지정되었으며, 고난의 기후변화 여행을 떠나야 했는지, 진화와 기후, 환경, 생태적인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적으로 알기 쉽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_전 환경부 장관 이만의
실체현미경으로 확대한 나비 날개의 환상적인 추상화에서 기후, 생태, 환경 이미지를 찾아내어 독자에게 잠재된 상상력을 일깨우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이제까지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미시세계를 탐구하는 매우 독보적인 열정과 독창성이 엿보이는 자연과학 에세이다.
_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개호
46억 년 전 지구 탄생 이후 지구는 태양계 내의 태양과 행성들의 생성과 역학적인 관계에서 지구 자체의 기후변화를 거쳐 태양계 내에서 현재의 위치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성장해왔다. 생명의 탄생과 5번의 대멸종 등 수많은 시련 속에 대(Era, 代)→기(Period, 紀)→세(Epoch, 世)를 거친 끝에 현재에 이른 것이다. 최근 지구상의 생물들이 살아가는 데 큰 이슈가 발생했다. 바로 기후변화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종 중 유일하게 지구를 힘들게 하는 단 한 종이 있으니, 바로 인간이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지구온난화가 기후변화를 초래한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힌다. 가속화된 지구온난화는 극심한 기후변화를 야기하여 기온상승과 강수량의 변화, 계절 변화 등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곤충 중에서 나비목(目)은 빠른 이동 수단인 날개의 진화와 발달로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 중 기후생태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류군이다. 태양계 내에서 유일하게 나비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행성은 지구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나비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나비에겐 인간이 필요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지구상에서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가장 해로운 생명체인 인간은 어쩌면 사라져야 할 존재일지도 모른다.
나비들은 기후변화를 비켜 가지 않는다. 따뜻한 바람을 따라 앞만 보고 날아가는 질주본능이 있는 탓이다. 예를 들어 남방계의 나비들은 제주도에서 남해안을 지나 북쪽으로 서식처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반면에 북방계의 나비들은 기존의 서식처에서 점점 북상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흔히 보던 종이 사라지는 추세이다.
필자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2017년 12월에 선정한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100종과 30후보종 중 7종의 나비를 선정하여 각 나비들이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과 그 대응 방식을 기술하였다. 온난화의 기후앞잡이 남방노랑나비, 은빛 날개를 뽐내는 뾰족부전나비, 묵향 따라 천리 길을 가는 먹그림나비, 독수리처럼 월북하는 푸른큰수리팔랑나비 등 모두 이름만 들어도 사연이 깊은 나비들로 기후변화에 몸살을 앓고 살아가는 불쌍한 녀석들이다. 또한 제비처럼 봄바람을 몰고 오는 무늬박이제비나비, 파도치는 바다를 건너오는 물결부전나비, 상륙작전을 시도하는 소철꼬리부전나비 등 바다를 건너 육지로 올라오기 위해 기후와 혹독한 밀당을 하고 있는 고수들도 있다.
환경부 지정 나비들은 지구온난화에 의해 난대지역의 제주도에서 온난대지역의 남부지방, 온대지역인 중부지방까지 올라와 점점 북쪽으로 분포를 확대해가는 기후환경의 바로미터가 되는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나비들이다. 또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부문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예측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농경지와 그 주변에 서식하는 생물 중 「기후변화 지표생물 30종」을 2017년 10월에 선정 발표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계절에 따른 발생횟수와 출현시기, 군집변화, 분포변화 등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어 지정한 「기후변화 지표생물」중 나비목 4종이 있다. 이들이 바로 환경부와 중복 지정된 남방노랑나비, 농업 생태계의 바로미터인 배추흰나비, 농사철 기상 예보관 호랑나비, 농번기의 사랑둥이 노랑나비 등 농민들의 고된 일터의 현장에서 동행하며 아름다운 춤으로 애환을 달래주는 고맙지만 한편 안쓰러운 친구들이다. 특히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나비들은 지역 농경지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나비로서 생명체의 생활사와 세대수 변화 등을 통해 농업생태계의 시금석이 되는 중요한 나비들이다. 이 지표나비들은 뜨거운 대지 위를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힘겨운 나비여행을 하는 중이다. 물밀듯이 떠밀려가는 현재 진행형의 기후변화 여행을 동참할 수밖에 없다.
나비는 곤충 중에서 활동성이 매우 큰 종에 속한다. 특히 기후에 민감하여 과학적인 추적 관리가 필요한 종이기도 하다. 이 책은 곤충박사인 필자가 주인공 나비 10종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각각의 생태를 따라가며 풀어낸 흥미진진한 나비여행기이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다. 각 나비의 날개를 근접 촬영한 추상화 같은 확대사진을 통해 우리 인간과 지구의 생명체를 위협하는 자연의 경고를 기발하고 아름답게, 혹은 상상력 넘치는 시선으로 톺아보게 해주는 데 있다. 기후위기는 자칫 날씨나 계절감의 차이처럼 사소한 변화로만 생각될 수 있지만 실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자연조건이다. 천천히 진행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낯선 현상으로 나타나는 기후위기의 전모와 그 결과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특히 학교에서 기후위기 관련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에게 이 책은 “읽고 보고 활동지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직접 촬영한 나비사진과 나비날개 현미경 확대사진은 이 책만의 장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