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와 같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결정으로부터 결혼, 이사, 취업 같은 큰 결정에 이르기까지,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과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 통상 1만 번 정도의 결정을 하며 산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대개는 혼자 판단하여, 때로는 가족이나 지인의 의견을 물은 후에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리스도인의 경우,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나 신앙의 문제에 부딪쳤을 때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실 어떻게 분별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분별에 대한 기준이나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박준형 선교사의 신작 <일상의 분별>은 ‘분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넘어 ‘우리의 일상사에서 어떻게 분별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의 분별은 단순한 의사결정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그 과정의 중심에 우리의 일상을 초월하는 하나님이 계시고, 그분으로부터 확답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분별이란 우리 문제의 주체를, 결정의 주체를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으로 옮겨가는 대단히 전복적이고 의도적이며 영적인 과정이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구하고 성취해내는 것은 자아성취나 자기완성이지 분별이라 할 수 없다. 분별은 우리가 원하는 바를 하나님께 내어 맡기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결정된 것을 우리가 무모할 정도로 순종하며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모든 일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 법”이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저자는 큰일이 닥쳤을 때만 혹은 영적이고 신앙적인 문제에만 분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일상 가운데서 분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인은 크고 작고, 화려하고 수수하고, 폼나고 초라하고, 세상적이고 교회적인 구분을 넘어 모든 일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아무리 바쁘더라도, 또한 가장 하찮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일조차 건너뛰지 말고, 세심히 분별할 것을 주문한다. 분별을 생활화하지 않으면 큰일에 부닥쳤을 때도 분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한 일상에서의 분별뿐만 아니라 오늘 날 그리스도인들이 마주하고 있는 동시대적인 문제에 대한 분별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자리는 시대와 사회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도대체 분별해야 할까? 사실 분별은 기도한다고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지 않는다. 신앙의 연수가 오래됐다고 해서 분별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특정한 사람에게 허락된 은사도 아니다. 분별은 하나의 보편적인 기술이고 훈련이고 연습이기 때문이다. 이 책 전체에는 일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분별을 훈련하고 연습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과 안내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chapter 1 분별을 위한 열 가지 전제 조건”에서는 분별하는 그리스도인이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열 가지 함정에 대해서 소개한다. “Chapter 2 한국교회가 분별에 실패하는 열 가지 이유”에서는 한국교회가 현 시점에서 점검하고 재검토해보아야 열 가지 사항을 성찰해본다. “Chapter 3 분별하는 신앙인이 되기 위한 열 가지 실천 가이드”에서는 회중이 주인 되는 교회를 꿈꾸며 성숙하고 지혜로운 회중이 되기 위한 열 가지 관점을 소개한다. “Chapter 4 세대 간의 차이를 분별하는 열 가지 지혜”에서는 자녀양육, 이성교제, 결혼, 죽음, 임종 등 세대별, 세대 간 관련 문제들을 분별할 때 유념해야 할 열 가지 조언을 제시한다. “Chapter 5 동시대적 물음을 분별하는 열 가지 지혜”에서는 정치, 성폭력, 낙태, 자살, 신앙과 과학 등 동시대 관련 문제들을 분별할 때 유념해야 할 열 가지 지혜를 제시한다.
분별하는 사람은 어떠한 난관이나 어떠한 문제에 봉착하더라도 변함없고 한결같은, 요동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분별을 잘하게 되면, 하나님을 더욱더 잘 알게 되고 그럼으로써 하나님과 연합한 성숙한 신앙인이 되며, 지금보다 더 좋고 아름다운 모습, 더 나은 역사로 변화하게 된다고 말한다.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 어떻게 분별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이 책은 분별을 생활화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가이드를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