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이 기획한 〈아시아여성총서〉의 두 번째 책으로, 서구에 의해 타자화된 역사를 공유한 ‘아시아’라는 지리적 공간에서 탈/근대를 살아가는 아시아 여성들의 삶의 경험을 재해석해보는 연구서이다.
지구화가 확산됨과 동시에 지역의 차이와 특수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현 시점에서 아시아라는 공간과 아시아 여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아시아는 근대에 들어 식민, 개발, 여행, 전쟁 등을 통해 서구의 시선에서 타자화되는 경험을 해왔고, 그 가운데서 아시아 여성들은 종종 피해자의 위치에 처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하에서 주변화되었던 아시아 여성의 행위성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경험을 해석해봄으로써, 우리가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근대 주체의 행위성을 드러내고 성찰적인 논의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7편의 글로 구성된 이 책은 우선 토착성의 긍정적인 의미를 탐색해본다. 〈아시아 여성주의와 토착 공간〉(윤혜린)에서는 가부장제와 성차별 등 여성 억압의 맥락에서 비판되어왔던 ‘토착성’을 지구적 상품경제의 대안,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체계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아시아 여성의 지역 문화와 초국적 생태 연대〉(이동옥)에서는 태국의 코끼리 보살핌의 사례연구를 통해 지역 생태를 보존을 넘어서 여성 간의 초국적 연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 책은 또한 아시아의 기지촌을 둘러싼 여성의 역사, 행위성 등에 관한 논의도 전개한다. 〈사이공, 서울, 워싱턴의 젠터 퍼스펙티브〉(김미란)에서는 베트남전쟁에서 아시아 여성의 성적 재현과 한국 군인의 남성성 구성을 분석해보고, 〈글로벌 시대의 장소와 예술 실천〉(김영옥)에서는 한국이라는 국민국가 내에서 ‘외부’로 존재하는 ‘동두천’이라는 지역성에 기반한 두 개의 예술 작업을 분석한다. 또한 〈성적, 인종적 타자와 공간〉(이나영)에서는 기지촌과 양공주가 어떻게 구성되고 재현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포스트/식민지적 한국의 맥락에서 여성의 몸을 매개하는 권력 관계의 효과에 대해 살펴본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가사 사용인과 유모와 같은 여성 노동자 또는 엘리트 신여성의 위치에서 근대적 공간에서의 이동과 성별화된 근대 경험을 분석한다. 〈식민지 도시 공간과 친밀성의 상품화〉(서지영)에서는 1920-30년대에 등장한 ‘식모’나 ‘유모’를 근대의 노동에 결부된 친밀성의 관점에서 분석해보고, 〈근데 공간의 젠더 정치학과 나혜석의 풍경화〉(신지영)에서는 부르주아적 화가로 평가되는 나혜석의 풍경화를 근대의 성별 분업, 공사 담론, 섹슈얼리티 등 여성주의적 개념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아시아여성총서〉 소개
〈아시아여성총서〉는 21세기 지구화의 흐름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 이 지역 여성들의 삶을 좀 더 구체적으로 탐색하고자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에서 새롭게 기획한 연구총서이다. 이 시리즈는 아시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증진하고 아시아 국가들 간의 상호 교류에 기여하는 한편,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타자화되었던 아시아 여성들의 삶을 현재의 지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여성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대안적 지구화를 향해 아시아와 아시아 여성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지식을 쌓아나가고자 한다. 〈아시아여성총서〉는 2014년까지 매년 2권씩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