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도서
여성작가 김말봉, 장덕조, 박계형 소설의 러브스토리,
그 미학의 세계를 심층 탐구하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중소설계의 베스트셀러 여성작가의 계보를 이어온 김말봉, 장덕조, 박계형의 소설 속 러브스토리를 통해 이들의 창작방법론과 소설의 주제의식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는 연구서이다. 이 책에서는 이들이 각기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를 중심으로 소설 속 러브스토리가 만들어내는 힘의 근원에 대해 살펴본다. 일제 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남녀의 애정 문제를 주제로 한 대중소설을 통해 뛰어난 여성 심리 묘사와 선악의 대립 구도를 보여준 김말봉, 해방 전후부터 1960년대까지 흥미롭고 활달한 문체를 구사하며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진솔하게 다룬 장덕조, 그리고 1960년대 등단 이후 1970년대 후반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사랑이 주는 슬픔과 고뇌를 잘 표현해낸 박계형. 이렇게 세 여성작가는 여성으로서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 이들의 소설은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다. 베스트셀러 문학은 그 시대 대중의 가장 민감한 욕구를 정확하게 포착해낸 작품임과 동시에 당대 사회를 되비추는 거울이 된다.
문학적 글쓰기가 동시대인들의 삶과 생각을 담아내는 서사적 장치인 이상, 남녀 관계의 근본적인 형식으로서의 러브스토리는 빠질 수 없는 제재이다. 장르성을 바탕으로 하는 베스트셀러 문학 중 러브스토리만큼 다양하고 광범위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장르도 드물며,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다양한 영역과 통섭되기 때문에 베스트셀러 문학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장르라 할 수 있다. 독자들은 김말봉, 장덕조, 박계형의 소설 속 러브스토리를 통해 인간의 삶과 공동체의 문화, 휴머니즘적 가치 등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책 내용
이 책은 총 3부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말봉, 장덕조, 박계형의 작품 속 러브스토리를 3개의 코드로 주제화하여 다양한 작품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또한 자료학적 가치를 지닌 작가 연보 및 작품 연보를 책 뒷부분에 부록으로 수록했다.
코드 1에서는 김말봉의 베스트셀러 러브스토리를 ‘숭고의 멜로드라마와 대중의 모럴리티’로 주제화했다. 김말봉은 스스로를 대중연애소설가라 칭하며 1961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다양한 연애소설을 발표했다. 김말봉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을 통해 선과 악을 명확히 드러내며 인과응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의 소설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재로 정의가 승리하는 도덕성을 지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찔레꽃』, 『가인의 시장』, 『꽃과 뱀』, 『별들의 고향』 등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코드 2에서는 장덕조의 러브스토리를 ‘에로스의 러브스토리와 역설의 미학’으로 주제화했다. 1950년대의 장덕조는 신문연재소설의 연속된 히트와 영화화로 그 당시 문단에서 유명했던 대중소설가였다. 장덕조가 이 시기 신문에 발표한 러브스토리는 삼각관계, 외도, 원조교제, 불륜 등을 핵심 플롯으로 하여 인간의 에로스적인 욕망과 본능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으며,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성적인 묘사 등으로 독자들의 관음증적 욕구를 자극했다. 선정적이고 관능적인 장덕조의 러브스토리는 청춘 남녀의 본능적 욕망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연애 서사의 핵심적 속성을 잘 드러내준다. 초기 단편소설과 『은하수』, 『격랑』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논하고 있다.
코드 3에서는 박계형의 러브스토리를 ‘멜로망스의 판타지와 엘레지의 정동’으로 주제화했다. 박계형의 러브스토리는 운명적 만남과 열정적 사랑, 제도화된 결혼과 재생산 등으로 이어지는 낭만적 사랑의 전형을 그린다. 박계형의 소설은 사랑하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즐거움, 환희, 쾌락, 기쁨의 측면보다는 이별, 아픔, 외로움의 측면에 집중하면서 슬픔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비애의 정조를 바탕으로 소설의 결말은 실패, 죽음, 파멸, 불화, 배신으로 종결되곤 한다. 이러한 박계형 소설의 특성과 작가의 세계관이 당시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소설의 상업적 성공을 이끌게 되었는지에 대해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해가 지지 않는 땅』, 『그해 가을』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