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다양성 경영’, “자연을 되살려야 기업도 산다!”
자연도 자본이다!
■ 야생동물 개체군 69%나 감소, 생물다양성 손실은 인류에게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
■ 세계 GDP의 절반인 44조 달러 자연에 의존
■ 세계은행, “생태서비스 붕괴 시 매년 글로벌 GDP 2.7조 달러 감소”
■ 196개국, “육상과 해상 30% 보전”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채택
■ 기후공시에 이어 오는 9월에 자연관련 공시 최종안(TNFD) 발표
■ ESG 환경은 향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두 개축으로 진행
■ 자연 친화적 경영 이뤄지면 매년 10조 달러 기업가치 창출도
ESG가 기업 경영의 핵심적인 틀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이어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가 ESG의 ‘넥스트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변화, 벌채와 남획 등으로 자연이 무너지면서 생물다양성에 빨간 불이 커졌고, 자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경제와 기업도 리스크가 커지는 등 비상이 결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간된 이 책의 주제인 생물다양성은 동물과 식물 등 생명체의 다양성, 그리고 생명체가 지구상에 자리 잡고 있는 생태계의 다양성으로 정의된다. 즉, 동식물의 종 다양성, 동일한 종의 유전적 다양성, 그리고 생태계 다양성 등을 뜻한다.
문제는 생물다양성 손실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데 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 등 요인으로 꿀벌이 대규모로 사라졌다는 것과 같은 맥락의 얘기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지구생명보고서 2022’는 지난 1970년부터 2018년 사이에 관찰된 야생동물 개체군이 평균 69%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국제자연보존연맹에 따르면 ‘적색 목록’에 올라있는 9만 6,500종 중 27%가 넘는 2만 6,500 종이 멸종 위기에 직면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생물다양성 손실로 지구가 6차 대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는 향후 수백만 년 동안 모든 생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결과 생물다양성 손실은 향후 10년간 인류에게 가장 큰 리스크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꼽히고 있다. 생물다양성에 이처럼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은 토지와 해양 이용의 변화, 기후변화, 자연 자원의 과도한 사용, 오염, 외래종의 유입 등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생물다양성에 이처럼 비상이 걸림에 따라 당장 경제와 기업 경영에 큰 주름살이 우려되고 있다. 경제과 기업이 자연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생물다양성 손실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WEF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 44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자연과 생태적 서비스에 크게 기대고 있다. 의존도가 높은 3대 산업은 건설(4조 달러), 농업(2.5조 달러), 식음료(1.4조 달러)이다. 게다가 화학, 항공, 여행, 부동산 등 6개 산업의 공급체인이 창출하는 총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이 자연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창출되고 있다. 이렇듯 자연의 기여도가 큰 만큼 생물다양성이 흔들리고 있는 현상은 그대로 경제 및 경영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자연은 식량을 비롯해 물, 연료, 유전자 자원, 약품 등을 제공해 준다. 또 기후를 조절하고 물을 정화하며 자연재해를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이다. 자연이 이처럼 다양한 가치를 창출해 주고 있는 만큼 이제 ‘자연도 자본’이라는 인식은 ‘기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계은행은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가 붕괴하면 오는 2030년까지 매년 글로벌 GDP가 2.7조 달러씩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손실로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됨에 따라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왔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2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96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는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 계획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했다. GBF의 핵심은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의 각각 30%를 보전·관리한다는 내용이다.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손실을 중단하고 회복시켜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를 이루겠다는 로드맵이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기후협약의 자연 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기업의 부정적 영향을 줄여나가기 위한 투자자 등 민간의 보폭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특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자연과 관련된 공시제도의 도입으로 현재 TNFD(자연 관련 재무 공시 태스크포스)가 운영되고 있다. TNFD는 블랙록,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금융기관과 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기후 관련 공시 프레임워크인 TCFD와 유사한 틀로 만들어지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자연 관련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측정지표와 목표치를 공시하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오는 9월에 TNFD는 최종 공시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기후공시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TNFD와 협의해 기후공시와 생물다양성 등 이슈를 연계하는 안에 대해서도 검토에 들어갔다. GBF의 채택과 TNFD 공시안 추진에 따라 앞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은 제도화된 틀 속에서 진행되게 됐다. 결국 ESG의 환경 대응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물다양성 손실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자연 친화적인 기업 경영이 이뤄지면 2030년까지 매년 10조 달러의 새로운 기업 가치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은 자연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과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뤘다. 제2장은 생물다양성 손실이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떤 문제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진단했다. 제3장은 자연을 보존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국제 논의가 진행돼온 과정과 그 결과로 채택된 GBF의 내용, 그리고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자연공시 프레임워크인 TNFD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마지막 장인 제4장에서는 생물다양성이 경영의 핵심 이슈가 된 만큼 기업이 생물다양성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해 정리했다.
저자인 최남수 교수는 “기업이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진정성 있는 대응을 해나가는 데 이 책이 디딤돌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 독자의 공감대도 형성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출간의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