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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니스 (blindness) 상세페이지

블라인드니스 (blindness)

  • 관심 1
소장
전자책 정가
3,800원
판매가
3,800원
출간 정보
  • 2017.12.11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18.6만 자
  • 2.6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25855255
EC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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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니스 (blindness)

작품 소개

티끌 하나 없는 하얀 운동화였다. 그 위로 검은 진은 스크래치가 과하다 싶을 만큼 무릎에선 사정없이 찢어진 모양이었다. 잠시 그 사이로 보이는 무릎 뼈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별 생각을 다하고 있지. 참.

옅게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굳어져버렸다. 마치 얼음처럼. 그 순간에도 문득 어릴 적 얼음땡 놀이를 하던 그때가 생각났다. 앉은뱅이가 된 어린 그녀는 어둑어둑 해가 질 무렵에까지 그렇게 앉아있었더랬다. 땡 해줄 아이들은 그렇게 바보처럼 앉은뱅이로 그 자리를 지킬 자신은 안중에도 없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버렸었다. 그렇게 누군가 자신을 건드려 깨워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얼마를 더 그 자리에 있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멍하니 굳어있던 눈빛이 하얀 티셔츠를 입은 상체를 지나 마침내 닿은 곳에는 절대로 볼 수 없을 것 같던 그 얼굴이 선명했다. 짙은 검은 눈이 차가운 빛을 마구 뿜어내며 저를 쏘아보고 있었다. 마치 꿈처럼.

“딱 걸렸네. 주희재.”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오는 붉은 입술을 또 멍하니 쳐다보았던가. 그제야 언 듯 굳어있던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랜, 만이야.”

퓨즈가 나간 듯 암전 상태인 머릿속을 고려했을 때, 그나마 가장 그럴 듯한 인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나마 말을 건넸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깨닫기도 전에 그의 손에 일으켜졌다. 그는 그녀의 팔목을 아프게 부여잡은 채 뒤흔들 기세로 힘을 주어 들어올린다. 마치 레이저라도 쏠 듯 지독하게 사나운 눈빛이 여과 없이 그대로 쏟아졌다. 그래서 알았다. 그 인사가 사실은 아주 잘못된, 아주 못된 인사였다는 걸.

“손님!”

소란에 뛰쳐나온 카페 주인이 그녀의 손목을 아프게 부여잡은 그의 손을 붙들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묻는다.

“괜찮아요?”

괜찮지 않을 리 없었다. 이쯤,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었으니까. 시원하게 뺨을 한 대 얻어맞았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희재는 카페 주인을 향해 살짝 고개를 까딱했다. 조금 안심이 되는 눈빛이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럼 빠져.”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말투였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었다. 저런 투의 말을 이 남자에게서 들어본 적 없었다. 그는 항상 눈꼬리를 접고,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해사하게 웃던 남자였다.

“이보세요!”
“빠지라고. 뭣도 모르면서 껴들지 말고.”

슬쩍 카페 주인에게로 시선을 비꼈던 그의 눈이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왔다. 이글이글 타는 눈이다. 화가 나 미칠 것 같은 그런 눈이다. 스물아홉. 8년 만에 마주하는 그 눈빛에 무채색으로 지나왔던 그 8년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이미 소란해진 카페 안에 더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민폐라니.

“죄송합니다.”

다시 고개 숙여 사과한 그녀는 의식적으로 허리를 꼿꼿이 편 채로 카페를 가로질렀다. 등 뒤로 살벌하게 이글거리는 석의 시선이 찌를 듯 따가웠다.

작가

차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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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기는 남자 (차선희)
  • 블라인드니스 (blindness) (차선희)

리뷰

3.8

구매자 별점
43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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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로태기인가 보는 책마다 so so 책이 읽히지 않네요 책을 정독 하는 스타일인데 한보름 계속 그냥 넘기면서 보네요

    iam***
    2019.02.28
  • 간만에 재밌게 봤어요....요즘 본게 다 별한개짜리라 인심이 마구 후해지네요 ㅋ

    dow***
    2018.01.30
  • 뭔가 소재는 풍부한데 그냥 홀라당 8년후가 시작되서 뭔가 잘라진듯한느낌이 드네요... 남주가 수절남이긴한데 ...음... 애절함이 별로 안보여서..... 그냥 글이 나쁜건아닌데 별생각없이 읽는느낌? 남주가 맹목적인데 읽는 나는 암생각도 안나는.......

    ssa***
    2018.01.29
  • 분명 자극적이고 격정적이고 마음을 흔들 법한 소재와 전개들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데도 뭔가 묘하게 수박 겉핥듯 감정이 깊이 와닿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풋풋하지만 순수하고 열정적이던 학창 시절 첫사랑, 출생의 비밀과 불행한 가정사, 얽히고 설키는 삼각사각 관계, 재벌가의 냉엄함, 천재성을 띈 주인공들 간의 예술적 교감까지... 넣을 수 있는 요소는 다 넣은 것 같은데도 드라마 자체가 아니라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쭉 읽어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허세끼라고 해야 할지, 과잉 감성이랄지... 작은 호기심과 관심으로 시작해 걷잡을 없이 절대적으로 변한 남주인공의 맹목적인 사랑과 집착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고 학창시절이나 8년 뒤나 내내 밀어내다가 갑자기 받아들이는 여주인공의 변화도 딱히 납득이 가질 않았네요. 남주인공의 몸도 마음도 지고지순한 순정 자체는 참 바람직했지만 그 외에는 딱히 몰입되는 부분이 없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입니다.

    mus***
    2018.01.26
  • 글에 흡입력이 없어요. 글자들의 나열같은 느낌.

    mjp***
    2018.01.25
  • 확실히 잘써진 글인데 아쉽기도해요

    iri***
    2018.01.25
  • 전작들 보다 더 숙성되고 유려해진 문체에 흠뻑 빠져읽었어요 :) :) 별점은 반올림 했구요 ㅋ 제가 창의적 이거나 유머러스한 리뷰를 남기는 재주는 없지만, 약파는것 처럼 과대호평을 하지는 않거든요 ㅋㅋ 다음달 십오야까지 기다지리 않고 구매해 읽으셔도 후회 않으실듯 해요. 저 처럼 ^-^ < Blind - Jason Derulo > < 너의 얘길 들어줄게 - 윤미래 >

    eve***
    2018.01.25
  • 스포일러가 있는 리뷰입니다.
    lap***
    2018.01.25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술술 걸리는거 없이 술술 읽어져요 여주가 남주를 떠나는 그 상황에는 울뻔했네요 ㅜㅜ 예쁘고 슬프고 사랑스럽습니다

    dut***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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