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를 다스리지 못해 소중한 것을 놓아버렸다.
제 탓이라 믿었던 어머니의 사고를 네 탓이 아니라 말해주는 여자를 만났다.
그의 아지트였던 보건실의 새 주인 강희원, 하얀 가운의 그녀가 선생이 아닌 여자이기를 바라는 순간, 그는 비로소 남자가 되었다.
집안, 나이, 그가 절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뒤로하고 이대희라는 남자로 인정받고 싶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에 발목이 잡혀 허비해버린 5년.
다시 한 번 그녀 앞에 남자로 섰다.
그녀에게 당당하기 위해 이 악물고 버텼던 지난 세월을 이제는 보상받고 싶다.
강희원, 당신으로.
흔들리나 싶었는데 휩쓸렸고, 받아들이려는 찰나 버려졌다.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스물의 너.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네가 내민 손은 나에게 금기였다.
그럼에도 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실컷 흔들어 놓고, 헤집어진 상처에 저만 아프다 훌쩍 떠나버린 너를, 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까.
5년 동안 나 하나뿐이었다는 너의 말이 너무도 달콤하고 달콤해서, 누구도 넘어서지 못한 내 안의 나를, 너무도 쉽게 넘어버리는 너를 나는 어찌해야 할까.
#아찔한 첫인상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스무 살도 남자는 남자
#연하의 절륜함에 빠지다 #5년의 금욕, 하룻밤이 모자라 #댕댕인줄 알았더니 늑대? #연하킬러? 마성의 그녀
#미성년이란 말로 밀어내기엔 내 나이가 스물이라서 #당신이 꿈꾸는 평범한 사랑, 그거 나랑 해.
#떨어져 지낸 5년, 넌 남자가 되었고 난 겁쟁이가 되었다.
[미리보기]
“곱게 보내주려고 참고 있는데 왜 망설여요?”
“…….”
“당신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니까 내가 학생도, 남자도 될 수 없는 거잖아.”
대희가 시동을 껐다.
골목을 훤히 밝히던 헤드라이트 불빛이 사라지자 골목이 어둠에 휩싸였다. 그가 한숨과 함께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키스할까?”
“뭐?”
“차 내를 둘러봐요. 이곳 어디에도 학생의 흔적은 없어. 그저 여자를 바래다주는 남자만 있을 뿐이지. 당신이 바라는 평범함, 이런 거 아닌가?”
“그런데 왜…….”
“평범한 남자가 할 법한 생각이니까. 늦은 밤, 좋아하는 여자를 바래다주면서 쉽게 놓아주고 싶은 남자가 평범할 리가. 무엇보다 당신이 나를 남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기도 하고. 평소 반응으로 봐선 분명 남자로 인식하는데, 그 못된 입은 늘 다른 말을 한단 말이지. 꽉 물어 버리고 싶어.”
입술을 물어 버린다고? 그보다 키스는 좀 더 달콤하고…… 달콤하고…….
희원의 시선이 대희의 입술에 고정됐다. 저 입술이 닿으면 어떤 기분일까.
“눈감아 봐.”
희원이 몸을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명령했다. 대희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아니라 나?”
“용기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흐음, 뭔가 너무 전투적인데…….”
대희가 피식 웃으며 눈을 감고 그녀 쪽으로 고개를 숙여 주었다.
“얌전히 덮침을 받으려고 했더니, 갈증만 나게 하고 물러나는 건 반칙이죠. 숨은 참지 말고 코로 쉬어요. 내 키스에도 숨을 참으면 숨 막혀 죽을 테니까. 남자나 여자나 입술을 여는 법은 간단한데. 이렇게 혀를 이용하거나, 그냥 간단하게 요청하면 되잖아. 열어 달라고.”
대희가 혀로 그녀의 입술을 핥으며 웃었다.
“열어 줘요. 열어.”
요청이고 명령이었다.
“으으…….”
희원이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짚고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