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도를 집필하면서...
수에 칠 가치도 없을 만큼 부족하기만 한 제가 하나님의 은혜로 참으로 행복하게 목회를 마무리 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 은퇴를 일 년 반 남겨 놓은 채 주님 앞에서 목양의 절대평가를 받을 날을 기 다리고 있습니다. 막상 주님의 평가가 내려진다고 생각하니 감사와 두려움이 겹쳐 지나갑니다. 감사 할 것은 “목회는 쉽고, 가볍고, 재미있다!” 외치면서 놀이마당으로 즐기며 목회할 수 있게 하셨던 주 님의 은혜입니다. 두려운 것은 주님의 시선에 비추어진 제 목회의 적나라한 현실입니다.
사람들의 평가라면 그리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제 주제에 지방에서는 좀 규모가 있는 목회를 했으니 상대적으로 실패한 것 같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목회하는 동안 특별히 자 욱 난 허물없이 지나올 수 있었으니 성도들이 보기에 그래도 괜찮은 목회자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특히 목회 현장에서 허점투성이를 믿어주고 무조건 순종하며 섬겨 준 교역자들과 장로님들을 포함 한 모든 성도님들과 함께 목양할 수 있었던 것은 은총 중의 은총입니다.
그럼에도 두려운 것은 하나님의 시선입니다. 주님의 최종 평가입니다. 영원한 세계에서의 돌이 킬 수 없는 평가입니다. 하나님의 시선도 사람들과 동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나님의 평가도 사람들과 같이 내려지면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겠다 싶습니다. 문제는 하나님은 그렇지 않으 시다는 것이 조바심을 내게 만듭니다. 세상에서 적당하게 평가 받고 위로받다가 막상 그날에 그 분 에게 전혀 아니라면, 그 노릇을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마음에 안타깝습니다.
은퇴를 앞둔 저를 가장 초조하게 하는 요인은 제 목장의 성도들입니다. 정말 귀한 분들입니다. 눈 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분들입니다. 저희 교회를 방문한 목회자들에게 이런저런 칭 찬도 받는 분들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저희 교회를 은혜롭다 말씀하십니다. 저도 그렇게 동의하며 목회해 왔습니다. 그런데 내 사랑하는 영적 가족들을 말씀 위에 놓고 바라보니, 많은 분들 이 세상 풍조에 속절없이 동화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대로 주님 앞에 선다면 어떻게 될 까 생각해 보면 가슴이 타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은퇴를 앞에 두고 제 목회를 점검하면서 확실하게 잡히고,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습니 다. 그것은 저희교회 강단의 말씀선포 문제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저희교회 강단에 회개의 외침이 줄어들었고, 희생과 진액을 쏟아내는 헌신에 대한 말씀이 옅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헛된 영화 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고, 번영과 축복에 대한 말씀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성도들은 세상 풍조 에 밀려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데, 강단은 점점 영적으로 무기력해 가고 있었습니다. 썩어질 세속의 영광에 대한 소리들은 난무하는데, 고난의 십자가에 대한 말씀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비단 제가 섬기는 교회만이겠습니까? 이 시대 대부분의 한국교회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십자가 없는 영광은 상상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런데 저희 강단에서 십자가는 희미해 져 가고 있었습니다. ‘십자가의 도’ 즉 ‘십자가에 대한 말씀’이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십자가 없는 영광이 계속 선포되고 있었습니다. 고난과 희생과 헌신에 대한 말씀은 자취를 감추어가고, 능력을 잃어버린 십자가만 허공을 치고 있었습니다. 원색적인 생명의 복음은 사라져 가고, 세상의 영화로 포장된 값싼 복음이 강력한 엔진을 부착한 채 수직상승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그 럴싸한, 좀 더 괜찮아 보이고 근사해 보이는 언어의 유희들만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덧 성도들 은 이런 말씀들에 아주 친숙해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진리대로 ‘십자가의 복음’이 선포되는 것이 부 담스럽게 느껴질 만큼 영적 암세포가 짙게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영적인 중병을 진단하면서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진심으로 회개에 들어갔습니다. 그리 고 늦었지만 ‘십자가의 도’를 가지고 내 사랑하는 성도들의 영적수술에 들어가야 하겠다는 결단을 했습니다. ‘십자가에 대한 말씀’을 가지고 정면 돌파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예수님이 가신 ‘십자가 의 길’을 조명하면서 그 길을 따르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명약관화한 진리에 초점을 맞추어 내 사랑하는 성도들을 영적으로 섬기기를 사모합니다.
비록 졸저이지만 많은 분들이 ‘십자가의 도’를 통해 처음 사랑을 회복하기를 기도합니다. ‘십자가 의 말씀’을 통해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기 원합니다. 바울처럼 십자가만 자랑 하는 성도들로 세워지기를 사모합니다. 주님이 홀로 가신 그 길,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으면서 십자 가를 통해 영적인 치유와 내적 치유, 삶의 제 문제들을 해결 받기 원합니다.
무엇보다 주님께서 가신 그 좁은 길들을 따라가면서 예수님 안에서 하늘나라의 상속권, 장자의 권세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하늘나라에서 사랑하는 주님과 함께 누릴 영광의 면류관 을 바라보면서 달음질하기 원합니다. 마지막 최후평가에서 최고의 평점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장자권으로 동역자들을 섬겨 온지 이 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리스도의 장자권과 하나님의 자녀 권세 누림’과 함께 ‘십자가의 도’가 짝을 이루어 한국 강단을 더욱 생명력 있게 세워가기를 기도합니 다. 다음에는 ‘부활의 복음’에 대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도를 부탁합니다.
모든 영광을 오직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내 사랑하는 주님께 올려 드립니다.
이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