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삼국지를 접하는 독자라면
읽기 편하고 흥미로운 요시카와본 『삼국지』가 안성맞춤이지 싶다."
―만화가 최훈(GM, 삼국전투기 등)
나관중에 의해 역사에서 이야기로 거듭난 『삼국지』
요시카와 에이지의 손에서 신화로 완성되다
“천하대세(天下大勢)는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통합되고(分久必合), 통합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한다(合久必分).”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위와 같은 구절로 시작된다. 한편 일본의 ‘국민 작가’로 불리는 요시카와 에이지는 1939년 『삼국지』 연재를 시작하면서 곧바로 후한 건녕 원년의 황하 강변으로 독자들을 이끌어 간다.
“강물은 유구하게 흐르고, 미풍은 상쾌하게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이는 변사들이 소리 내어 읽던 ‘연의’가 홀로 읽는 ‘소설’이 되었음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중일전쟁 중 특파원으로 종군하며 중국 대륙의 광활함과 민족의식의 웅대함에 매료되었다. 그가 전장에서 집필한 『삼국지』의 서장에서, 유구한 황하의 흐름을 바라보며 결의를 다지는 청년 유비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삼국지’의 시대를 알리는 오프닝으로 각인되었다. 이후 수많은 평역본들이 나왔지만, 역사의 격동기에 요동치는 대륙의 울림을 온몸으로 흡수한 요시카와 에이지처럼 『삼국지』의 영혼을 온전히 담아낸 작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출간 이후 70여 년 동안 일본에서만 총 1억 부 이상 판매되면서 불멸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이토록 오랫동안 변함없이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가 된 비결은 세월의 때를 타지 않는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번역 외에도, 요시카와 에이지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돋보이는 각색과 인물 해석에 있다.
요시카와 에이지의 과감한 각색은 오랜 세월 박제된 기록처럼 전승되어 온 『삼국지』의 세계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게임과 만화, 드라마 등 수많은 서브컬처가 양산되며 현대적 기준을 만들어 세웠다. 또한 요시카와 에이지의 탁월한 필력은 인물 하나하나에 진정한 깊이를 부여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유비와 관우, 장비, 조조, 제갈량, 조운 등의 이미지를 완성해 냈다. 구구절절한 묘사 없이 대사와 행동 몇 가지만으로 역사적 인물들을 선명히 눈앞에 그릴 수 있도록 만드는 작가는 예나 이제나 요시카와 에이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