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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천사에게 죽음을 상세페이지

책 소개

<순결한 천사에게 죽음을> 주인공 이지유의 오랜 친구 이선아가 자살한 지 1년 후, 이선아의 어머니 박민아는 이지유에게 죽은 이선아의 방에서 발견한 일기장에서 본 두 친구를 만나고 싶다며 찾아온다. 그런데 다음 날 두 친구가 학교에 나오지 않고, 불길한 마음에 이지유는 사촌오빠이자 형사인 백의용에게 부탁하여 박민아의 휴대폰 위치추적을 한다. 결국 폐교회 지하실에서 한 구의 시체와 갈갈이 찢겨진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박민아를 심문하던 중 밝혀진 또 다른 살인 사건. 백의용은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던 중, 그 사건의 중심에 이지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빚 독촉에 시달려 갑작스런 자살을 하게 되며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왜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죽는 걸까.’ 그런데 범인이 나라고? “아, 들켜버렸네. 재밌는 게임이었는데.” 이지유는 자신도 모르게 사악한 미소가 지어졌다. 사이코패스 인격인 ‘이랑’이 깨어나며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

“우리는 죄의 기준이 없어. 살인을 해도 나쁜 행동인지조차 모르지. 마치 아기처럼. 어떻게 보면 순수하고 순결하다고 볼 수 있겠지.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살 수 없다는 건 너도 알 거야…. 느끼지 못한다면 기억하고 연기하면 돼. 그러면 모든 사람이 널 좋아하게 될 거야. 넌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니까….”


출판사 서평

“내가 대신해서 그들을 죽여줄게요.”
착한 아이 ‘이지유’와 가면 속 사이코패스 ‘이랑’의 살인의 기록

1년 전 자살로 죽은 절친 이선아를 떠올리며 슬퍼하는 이지유. 그때 선아의 어머니 박민아가 나타나 선아의 일기장을 찾았다며, 김주영과 서예은의 학교폭력으로 이선아가 죽었다고 말하고 그들을 다 용서했으니 만나게 도와달라고 한다. 이지유는 그들을 서로 만나게 했지만, 다음 날 그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지유의 사촌오빠이자 형사인 백의용에게 그 사실을 말하고 박민아를 찾게 되지만, 이미 김주영은 죽고 서예은은 죽기 직전이었다. 한편 박민아는 진술 중 그들이 딸 이선아가 아닌 아들 이재열을 죽였기 때문에 자신도 그들을 죽이려고 했다고 주장한다. 그 증거로 이재열이 죽기 바로 전에 자신의 집 앞의 CCTV를 그들이 부셨다고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백의용은 서예은을 찾아가 이재열에 대해 묻자 전혀 모르는 눈치였고, 누군가가 CCTV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한다. 그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되어 고민에 빠진 백의용은 막대한 빚 독촉에 시달리다 갑작스럽게 자살하게 되는데….
몇 개월이 지나고 서예은은 이미 휴학을 한 이지유를 찾아내어서 자신과 나눈 문자내용을 보여주며 이지유에게 스스로 범인임을 인정하라며 추궁한다.

이지유은 그것을 보며 자신이 한 범죄가 떠오르며 자신의 옛날 기억과 ‘이랑’을 알게 되고 이지유는 사라지며 이랑만 남게 된다. ‘이랑’의 시점으로 넘어가며 살인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다트 살인 사건’, ‘매윤산 매립사건’, ‘백의용의 자살’….
이랑은 자신의 천사인 이선아와 관련된 이들에게 죽음을 선물하기로 하고 살인을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한다. 완전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바이를 만들고, 자신은 착한 이지유의 가면을 쓴 채 평화로운 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백의용의 죽음 이후로 이랑은 이상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죄와 벌, 선과 악의 중심에서 혼란을 겪는 이랑. 그녀의 최후의 선택은 무엇일까?

“너무나도 완벽한 삶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한 폭력적 추태는 보지 못했으며, ‘이랑’이 한 일은 난 모르는 일이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모르는 척하는 것이 맞겠지. 속에서 낄낄거리는 뱀의 혀가 들락날락하는 것 같았다. 폭력을 휘두르건 왕따를 시키건, 심지어 살인을 해도 어느 누구도 심지어 나조차도 나에게 죄를 지었다고 하지 않는다면 죄가 없는 것이 아닌가? 누가 나에게 죄를 물을 것인가.”


타락한 천사에게 죽음을 선사하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괴로워하던 이지유, 하지만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라면? 반대로 내가 가해자였다면? 가장 친한 친구의 자살과 그 죽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새롭게 밝혀지는 또 다른 살인 사건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의 진실과 범인. “안녕. 난 나쁜 아이 ‘이랑’이야.”
소설 《순결한 천사에게 죽음을》은 이중인격을 가진 사이코패스 ‘이지유’와 ‘이랑’의 관점을 넘나들며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특히 충격적이면서도 잔혹한 사이코패스의 정신세계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마치 사건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착한 아이 이지유와 살인자 이랑, 두 자아의 시점에서 바라본 살인의 기록 속 진실은 무엇일까? 소녀들이 겪는 잔혹한 현실과 혼란스럽기만 한 내면의 갈등을 긴박감 넘치게 써내려간 한국형 스릴러의 수작이다.

[책 속에서]

이지유는 우울감이 진정이 되자 비로소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제법 선선하니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금방 해가 저물어 빨간 석양이 하늘에 물들어 있었다.
“후…”
가슴 속에 가득 차 있는 한숨을 내뱉었다. 이지유는 집으로 가는 길에 그녀가 죽은 전망대에 가끔 가보곤 했다. 학교 근처이고, 오늘은 왠지 그녀의 꿈을 꾸었기에 가봐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기도 하니까….
터벅터벅… 쓸쓸한 발걸음을 옮겨 전망대에 도착했다. 관광객 빼고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관광객이라고 해봤자 대여섯 명이 전부이지만. 이지유는 사람이 더 없는 후미진 곳으로 갔다. 자전거가 하나도 세워져 있지 않는 자전거 거치대 앞에 그녀의 흔적인 하얀 스티커가 있었다. 잔디도. 풀도 없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그녀는 죽었다. 이지유는 그 길바닥을 손바닥으로 쓸어보았다. 핏자국 하나 없이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참… 당신도 별거 없군요. 이렇게 금방 잊히고…”
날카롭게 말했지만, 이지유는 사실 그녀의 이런 사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사실 이지유는 불쌍해 할 입장이 절대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을 생각하면 이지유는 아직도 치가 떨렸다. 이지유는 그녀의 자리를 다시 쓰다듬었다.
‘왜 이곳을 계속 찾게 되는 걸까.’
이지유는 마음 한켠에 그녀에게 애정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이지유의 오래된 친구였기 때문일까. 이선아와 이지유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고 꽤 친했기 때문에 종일 붙어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이선아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사이가 틀어지며 이지유를 따돌렸다. 이선아가 죽은 날에도 그녀는 많이 울었다. - 1. 타락한 천사에게 죽음을


“사실은 그 애들이 우리 선아를 죽였어…. 물론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이지유는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주영이랑 서예은이 이선아를 죽였다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일까. 이선아와 친한 친구들이었는데? 직접 살해를 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자살을 하게 했다는 것인가.
“네? 그 애들이요? 언뜻 봐서는 친해 보였는데요.”
“…며칠 전에. 침대 밑에 숨겨져 있는 선아의 일기장을 찾게 됐어. 이상한 동영상으로 선아를 협박했더구나…. 마지막 페이지에 그 아이들 때문에 자살을 결심했다고도 적혀 있어. 그리고 선아는 그다음 날 자살을 했지…”
“이상한 동영상….”
1년 전에도 난리가 났었던, 그 동영상.
그것으로 그 두 명이 이선아를 협박해서 자살까지 하게 만든 것일까. 정말 친해 보였었는데.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들은 그녀가 죽기 며칠 전부터 자신을 괴롭히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이선아라는 더 재미있는 장난감이 생겼던 것일 수도 있겠지. 그리고 일기장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면… 분명한 사실이었다. 왕따 시켰던 애가 왕따를 당해 죽다니… 참으로 인과응보에 딱 맞는 죽음이 아닌가.
‘그녀가 과연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니… 갈 때조차 사과하지 않고 간 것을 보니…. 나한테 조금의 미안함도 느끼지 않았나 보네.’
이지유는 씁쓸하게 쓴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죄는 달게 받고 갔구나. 그런 동영상으로 협박을 당하면 정신이 온전하지는 않을 테지. ‘그러고 보니…’ 이지유는 김주영과 서예은이 동영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떠올랐다.
“아… 그래서 그때 동영상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한 거였군요.”
이지유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응. 뭐라고 했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지유는 혹시라도 박민아가 충격을 받을까 봐 말을 아꼈다. 그리고 이 말을 전해준다면 박민아가 김주영과 서예은을 엄청나게 질타할지도 모르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몰라서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박민아는 천천히 이지유에게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을 만나보고 싶어. 사실 일기장을 찾은 것은 석 달 전이야. 그때 이 애들을 찾으면 어떤 짓을 할지 몰라서 석 달 후에나 찾아온 거란다. 내가 얼마나 그 애들을 원망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 다 용서했어.”
그리고는 이지유의 손을 따스하게 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이지유를 쳐다보았다. 이지유는 마지막 밧줄을 잡는 듯 간절한 눈빛으로 부탁하는 그녀를 쉽게 내칠 수가 없었다. 이지유는 도와주고 싶었다. 용서와 사과는 언제나 해피엔딩의 클리셰처럼 따라오니까.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죠??”
이지유는 결국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한번 만나보고 싶어….”
박민아는 눈물을 삼키며 말하는 듯했다. 이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 1. 타락한 천사에게 죽음을


드디어 병원에서 박민아의 정신 상태가 괜찮아졌다는 연락이 왔다. 백의용은 출근을 하자마자 그 인간을 봐야 된다는 소식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채찍 고문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정확히 6일이 지났다. 전보다 호전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몸을 떨고 혼자서 웃는 등 아직도 정신상태가 매우 불안정해보였다. 경찰서에서 박민아는 진술할 때조차 구부정하게 앉아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침을 계속 닦는 등 아직 온전한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김 형사는 취조를 시작했다.
“당신이 김주영을 죽이고, 서예은을 고문했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년들이 우리 아들을 죽였단 말이야!”
경찰들은 앞뒤를 잘라먹고 그 이야기만 하는 것에 짜증이 났다. 박민아는 경찰들이 노이로제에 걸릴 만큼 그 이야기만 수백 번 반복했기 때문이다.
“걔네들이 무슨 이유로 당신 아들을 죽여요.”
백의용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걔네가 11월 8일에, 우리 집에 와서 CCTV를 부쉈다고!! 그리고 바로 우리 아들이 죽어 있었단 말이야.”
“갑자기 아들은 왜 나와?”
김 형사는 짜증을 내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가족관계서를 보면 분명 아들이 한 명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아들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뜬금없었다. 문득 백의용은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집 냉장고에서 나온 남성 시신 한 구. 아직 과학수사대에서 조사하고 있었지만, 당연히 미쳐버린 박민아가 죽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혹시 그가 박민아의 아들인가?
“설마…, 냉장고에 있던 게 당신 아들이에요?”
백의용은 박민아를 똑바로 보며 말하자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
“그래…! 맞아!! 평생 내 곁에 있도록 잘 보관해두었지. 아무튼 11월 8일에 그년들이 우리 집의 앞의 CCTV들을 다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고!! 그리고 그년들이 우리 아들을 죽이고 뭐라고 컴퓨터에 뭐라고 쓴 줄 알아? 둘이나 죽여서 미안하게 됐다고 쓰고 갔다고 그 미친년들이!!”
“…그걸 왜 지금에야 말하는 거요? 아들이 죽었을 때 경찰에 신고하면 더 빨리 해결 됐을 텐데.”
김 형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경찰이 일을 제대로 하는 꼴을 봐야지! 내 딸년도 조사 대충했잖아!! 뭐. 그년이 죽을 때는 조사를 대충 해서 내가 보험금을 아주 톡톡히 받을 수 있었지만.”
“이 아줌마가! 못 하는 말이 없구만. 며칠 뒤에 당신은 재판을 받게 될 거고….”
“그래. 나는 어찌되든 상관없으니까. 그년들 벌 좀 받게 해줘! 한 년은 안 죽은 거 다 알아!!!”
그녀는 김 형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말을 끊고 미친 듯이 소리를 꽥꽥 질렀다. 주변 경찰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는 표정을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됐기 때문에 백의용은 다른 경찰에게 진술을 맡기고 방을 나갔다. 주 형사와 김 형사가 백의용을 따라가면서 투덜거렸다.
“저 아줌마. 정신병이 심각한 모양이야. 저런 말 귀담아 듣지 마! 아무 상관도 없는 애들이 저 아줌마 아들을 왜 죽이겠어? 그것도 CCTV까지 부수고 쇠줄을 챙겼을 정도면 철저히 계획적인 것 같은데. 처음 본 사람을 누가 계획적으로 죽이냔 말이야? 이유도 없이?”
주 형사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주 형사도 백의용과 함께 지하실에 함께 있었던 인물이기 때문에, 사람을 죽여 놓고선 오히려 그 피해자에게 벌을 주라고 하는 박민아가 역겹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 1. 타락한 천사에게 죽음을

한기가 도는 차가운 방. 온 벽과 바닥이 피로 칠갑이 되어있고,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란 찾아볼 수 없으며, 따뜻함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방 중간에는 차가운 시체, 그 앞에 괴기스러운 웃음을 짓는 소녀는 마치 악마와 같았다. 나는 온몸이 떨렸다. 난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 방마저 익숙하다는 것. 그리고 그 소녀가 ‘나’라는 것을…. 어린 나는 나를 보고 씩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피에 굶주린 미치광이처럼 보였다.
“아니야… 저건 내가 아니야!”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싫었다. 난 살인마 따위가 아니야. 눈물이 흘러 나왔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절망했다. 보고 싶지 않아. 알고 싶지 않다고! 검은 형체는 그런 나의 손목을 사납게 낚아채며 소리쳤다.
“이게 너의 진짜 모습이야! 너도 알잖아?”
이랑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탕탕 치며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나는 침묵했다. 지난 모든 기억이 댐이 터지듯 뇌에 흘러들어오고 있었지만. 침묵하고 싶었다.
‘그래. 난 언제나 살인 현장에 있었지.’
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모르는 척하는 것일 뿐이다.
이 차갑고 어두운 덩어리, ‘이랑’이 ‘나’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조용한 적막 속에 이랑의 웃음소리만이 흘렀다. 한참이 지나고, 나는 매우 천천히 말했다.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하고 싶어서 그랬어.”
“…사랑?”
이랑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갸우뚱하며 쳐다보았다.
“얼마나…. 얼마나 외로운 지 너는 몰라!!”
난 머리를 쥐어 잡았다. 예전 기억들이 봇물 터지듯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나를 경멸하던 손가락과 눈동자, 욕설과 폭력, 그리고 외로움…. 소름 돋을 만큼 차가운 느낌에 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깔깔깔…”
내 모습을 보고 있던 이랑은 매우 크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랑이라니…. 넌 절대 그런 것과 함께 있을 수 없어!” - 2. 나는 살인마. ‘이랑’이야


‘행복해지고 싶다….’ 언제나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말이다. 그리고 다들 평범한 사람이 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나에게 말했다.
그러면 영화에서 본 것처럼 평범하게 놀이동산도 가고 카페도 가면서 행복한 미소를 띨 수 있는 걸까?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걸까? 나는 가끔 ‘내가 평범한 사람 되는 상상’ 을 하면 즐거워하지만, 결국 내가 돌아갈 곳은 하얀색으로 둘러싸인 정신병원뿐이다. 꽤 절망적이지만 난 평범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어이-!”
멀리서 아빠의 소리가 났다. 아빠는 천천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
나는 너무나도 두려워서 전승의의 뒤에 숨었다. 손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 아빠는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자마자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나는 자기 맘대로 내 몸에 손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입술을 꽉 물며 참았다.
“음…? 자네 얼굴이 왜 그래? 설마, 이랑이가?!”
전승의의 발개진 눈을 보고 아빠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바뀌었다. 너무 무서웠다. 그는 의사가 있든 말든 나를 때린 적이 많았고 심지어 그녀가 말리다가 실수로 맞은 적도 있었다. 설마 오늘도 맞는 건가…. 나는 전승의의 옷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아…, 공 차다가 실수로 그런 건데요. 이랑이 괜찮냐고 손도 잡아주었어요.”
전승의는 한 손으로는 그를 막고 다른 손으로는 나의 팔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따뜻함이 느껴졌고 마음이 편해지며 떨림이 멈추었다.
“뭐? 정말로?”
그는 전승의를 보며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우리를 보며 말했다.
“내년쯤에는 평범한 학교에 보낼 예정이었는데 잘 됐군.”
그는 뒷짐을 지며 끌끌 웃음소리를 냈다.
“…네? 학교에 다니면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냥 특수 학교에 다니는 편이…”
“경찰청장 딸이 그런데 다닌다고 하면 퍽이나 좋겠어?? 그리고 우리 애는 이제 정상이야!”
그는 의사의 말을 중간에 확 끊을 만큼 순간적으로 화가 난 것 같았다. 손가락으로 전승의의 어깨를 툭 치기도 했다.
“천천히 한발씩 나아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전승의는 되도록 돌려 말했지만 그의 붉어진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건 학교에서 배우면 돼! 내 아이야!!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양보할 수 없어! 내년도에 학교에 보낼 거니 그렇게 알아!!”
그가 꽥꽥 소리를 지르자 전승의는 당해낼 수 없는 듯 입을 다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이랑아. 이제 너 이름을 바꿀 거야. 이지유로. 알겠나? 네가 그렇게 된 건 그 부정한 이름 때문도 있어.”
아빠는 다시 내 머리를 제멋대로 마구 쓰다듬고는 차를 타러 갔다. 그가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가자 전승의는 무릎을 굽혀서 나를 쳐다보았다.
“괜찮을지 모르겠네. 평범한 학교에 가는 거 괜찮아?”
그녀는 매우 걱정하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걱정을 할까. 학교는 마치 영화와 같이 아름답고 재미있을 텐데. 나는 그녀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 그럼 이제 평범하게 놀이동산도 가고 카페도 가고 그럴 수 있잖아! 좋겠다. 너도 같이 놀러 가자!”
나는 순간 너무 기쁜 것을 표출했나 싶어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기쁘고 재미있는 행동은 평범한 사람의 기준과 달라서 가끔 분노하거나 당황해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웬만하면 기분을 표현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나는 다시 입을 꽉 다물고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같이 놀자….”
의사는 살짝 웃더니 내 머리를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동안 나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집과 병원 외의 다른 곳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학교에 가게 되면 분명 카페나 놀이동산에도 갈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하려면 학교에서 더욱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 줘야 하겠지. 나는 이를 꽉 물었다. 이제는 나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도 느끼는 척하는 가면 쓴 꼭두각시가 되어야만 한다. - 2. 나는 살인마. ‘이랑’이야


‘학교 끝나고 남아. 할 말 있어.’ 그녀에게서 온 짧은 문자였다.
교실에 들어가자 그녀가 책상에 앉아 멍하니 창문 밖을 보고 있었다. 창문을 모두 열어 두어서 교실의 커튼이 펄럭거리며 먼지가 날렸다. 어느덧 11월, 시원하고 청초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내 뺨을 가볍게 스쳤고 나는 기분이 좋아서 눈을 살짝 감았다. 교실에는 나와 이선아 둘 뿐이었다. 은근한 햇빛이 그녀의 갈색 머리에 비쳐서 잘 익은 보리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예전에 빈 교실에 둘이 남아서 공부를 하던 것이 기억이 났다.
“…진짜 공부하네. 저를 뛰어넘으려고요?”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복숭아 같은 볼을 꾹 눌렀다. 당시 나는 전교 1등이었고 그녀는 2등이었다. 그녀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계속 내가 자신보다 위에 있는 것이 신경 쓰였던 것인지. 나에게 공부를 알려달라고 했다.
“흥, 내가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거지. 너는 금방 넘을 수 있어!”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내가 수학 때문에 너를 못 이기니까. 수학 좀 알려줘.”
그녀는 호기롭게 문제집을 피면서 밝게 웃었다. 그때 자몽 향기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까지 다 기억이 생생했다.
‘그때 참. 행복했는데.’
비록 단조롭고 소소한 행복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허탈하게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주먹을 꽉 쥐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난 내가 한 짓에 후회 따위 하지 않았다.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난 똑같은 선택을 하리란 걸 분명히 알았다. 내 이성도 본능도 그 어느 것도 나를 붙잡을 수 없을 만큼 크나큰 쾌락임을 아니까. 그녀를 굴복시키는 것. 이젠 포기했지만, 그녀가 잠깐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난 다시 시도할 것이었다.
‘어차피 다 끝난 일이니까.’ 나는 끝난 일을 곱씹으며 후회하는 일이 없었다. 그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거지. 나는 그 생각을 뒤로 한 채 먼 산을 쳐다보고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왜 불렀어요?”
그녀는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그녀가 눈물을 삼키느라 말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게. 왜 이런 날에 네가 보고 싶은 걸까.”
노을빛에 그녀의 눈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그녀는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나한테 미안한 거 없어?”
“미안한 거요…?”
미안하지 않았지만 미안한 표정을 짓고 싶었다. 많이 연습했으니까 능숙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의도와는 다르게 제멋대로 차가운 표정만이 지어졌다.
“미안해요.”
그녀는 내 표정을 보고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됐어. 넌 옛날부터 그랬지. 네가 그런 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게 나니까.”
그녀는 얕은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매우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풀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줄게… 생일 선물이야.”
목걸이에 박혀있는 하늘색 토파즈가 반짝거렸다. - 3. 순결한 천사와의 조우


저자 프로필

손사랑

  • 출생
  • 학력 간호학과

2020.09.25.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2000년 출생.
현재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생이며
인간의 심리, 정신에 관하여 관심이 있어,
나중에 정신과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릴러, 미스터리 그리고 로맨스 장르의 소설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저자 소개

손사랑
2000년 출생.
현재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생이며
인간의 심리, 정신에 관하여 관심이 있어,
나중에 정신과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릴러, 미스터리 그리고 로맨스 장르의 소설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목차

1. 타락한 천사에게 죽음을
2. 나는 나쁜 아이 ‘이랑’입니다
3. 순결한 천사와의 조우
4. 다트 살인 사건
5. 은방울 꽃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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