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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 상세페이지

에녹

  • 관심 0
e퍼플 출판
소장
전자책 정가
5,000원
판매가
5,000원
출간 정보
  • 2020.01.10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9.9만 자
  • 8.8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63478942
ECN
-
에녹

작품 정보

어차피 나에게 없었다.
사랑할 곳도, 사랑할 사람도, 사랑에 관한 생각도.
욕심을 쥐면 뼈를 으스러뜨리는 벽돌 같은 주먹과 내 가슴을 쪼기 위해 달려드는 시뻘건 눈동자가 나의 모든 생활을 감시하는 곳에서 난 아무 꿈도 꿀 수 없었다. 알고 자란 윤리, 배움, 도덕이 허공에 뿜어대는 담배 연기의 체류 시간만큼도 존재하지 않는다. 두려운 건 이곳에 익숙해져 가는 내 몸과 마음이었다. 그리고 난 원래 이런 여자였다는 스스로에 대한 세뇌였다. 여기를 나간다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에 불안했다.
정녕 이렇게 살다 죽는 것일까. 술이 주는 진통과 환락이 소금물 되어 내 혈관을 적신다.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갈증을 뒤로하고 그래도 연거푸 마시는 이유, 아직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희망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죽으려 해도 죽지 않는 건 신이 나를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만나야 할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 두꺼운 에녹의 벽 너머로.


어차피 나에게 없었다.
육체를 원하는 욕정도, 정욕을 쏟을 대상도, 사랑도.
위인 중에 사생아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난 위인이라 할 만큼 인류애를 가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부재가 부끄럽지도 않았다. 그러나 유일한 수치가 있다면 화류계의 꽃이 날 낳았다는 사실이다. 차라리 태중에 지웠다면 천국의 아기천사로 살아 사람들의 고정관념 속 마스코트가 되었을 것이다. 그게 어머니의 첫 번째 실수였고 두 번째는 내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했다는 것. 벌떼에 둘러싸인 꽃은 본능적일 뿐이다. 살기 위해, 더 생육하고 번성하기 위해 향기를 퍼뜨린다. 먹여 살린다는 건 신성하고 거룩한 일이다. 내가 나온 자궁은 열심히 일해야 했다. 날 먹이기 위하여. 하지만 그 성스러운 일이 내 눈을 가리지 못했다. 신화의 저주처럼 많은 남자에게 희롱당하던 꽃은 내 눈 대신 뇌를 멀게 했다. 성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내 욕망은 퇴화했다. 어떤 아름다운 꽃을 가져도 뜨거움이 없다.

작가 소개

세상 끝까지 상상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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