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02.04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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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두 번째로 파혼을 당했을 때는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로 파혼을 당했을 때는 어라, 뭔가 이상한데, 라는 의문이 들었다.
네 번째로 파혼을 당했을 때 연우는 생각했다.
와, 이거 큰일 났네.
백씨 가문의 첫째 딸, 백연우.
네 번째 파혼을 당한 후 그녀는 제대로 된 밥상을 받지 못했다.
매파의 말도 안 되는 핑계 때문에.
“비나이다, 비나이다…. 산신님, 제가 굶어 죽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밥 대신 무 조각을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
서낭당에서 기원을 드리던 연우는 고소한 기름 냄새에 홀려
제단에 바쳐진 절편을 덥석 집어먹고 마는데….
“남의 제사상에 손을 대?”
“죄송해요…. 책임질게요….”
“어떻게.”
“나, 나를 대신… 드…실래요?”
◇ ◆ ◇
커다란 손이 다가왔다. 뺨을 살며시 쓰다듬더니 턱을 붙잡는다. 닿은 곳이 화끈하게 달아올라 연우는 목을 조금 움츠렸다.
“파혼했다지? 그래도 그런 말을 쉽게 하면 안 돼.”
세상에, 내가 파혼한 것까지 알다니. 정말 모르는 것이 없다.
연우는 감탄했다. 그러나 파혼과 자신을 잡아먹으라는 말에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차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드릴 수 있는 게 없는걸요….”
“…….”
“내 잘못이니까 책임을 질게요….”
남자의 눈길이 바들바들 떨리는 입술에 콕콕 꽂혔다. 그의 입이 천천히 벌어진다.
“책임이라.”
낮은 목소리는 푹 잠겨 있었다. 듣기가 힘들 정도로. 얼굴이 다가오기에 연우는 눈을 꾹 감아 버렸다.
얼굴 가까이 따뜻한 숨결이 느껴진다 싶었을 때 입술에 말캉한 것이 꾹 눌렸다. 닫힌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처음으로 접하는 타인의 입술이 무서울 정도로 뜨겁다.
이자가 신이라 그런 걸까. 맞닿은 입술이 타 버릴 것 같았다. 연우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
거의 질식하기 직전에 남자의 입술이 슬며시 떨어져 나갔다. 연우는 남자의 품에서 참았던 숨을 터뜨렸다. 자신이 그에게 안겨 있는 줄조차 모르고 그의 옷자락을 꼭 쥔 채 작게 기침을 하자 남자가 어깨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나도 이제 책임을 져야겠군.”
남자는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연우에게는 그 얼굴이 더 위험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콩닥거렸다.
“첫눈이 오기 전에 데리러 가겠어.”
“첫눈….”
연우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그녀를 그대로 두고는 왔을 때만큼이나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연우는 얼이 빠져 그 자리에 한참 앉아 있다가 누가 볼세라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다.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돌아왔는지조차 모르겠다. 볼이 계속 화끈거렸다. 몸 안에 신의 기운이라도 들어온 걸까. 묘한 흥분이 도무지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연우는 뜬눈으로 날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그다음 날, 연우에게 다섯 번째 혼담이 들어왔다.
작가
- 촉수의 맛 (아리엔카, no one)
- 결혼 계약을 연장하는 방법 (사슴묘묘)
- 마녀와 그레텔 (사슴묘묘)
- 달콤한 동거 (사슴묘묘)
- 신데렐라는 밤마다 오빠의 개가 되는 꿈을 꾼다 (사슴묘묘)
- 신 앞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박연필, 백목란)
- 가족끼리 이러면 안 되는데 (사슴묘묘, 백목란)
- 호희비사 (사슴묘묘)
- 괴물 황제의 전리품 공주 (사슴묘묘)
- 완전한 사육 (불편한관계, 사슴묘묘)
- <호희비사> 세트 (사슴묘묘)
- 혐오하는 너와, XX (공리C, 류아)
- 우울한 반쪽짜리 성녀와 그녀의 두 번째 성기사 (사슴묘묘)
- 폭군과 여우 (사슴묘묘)
- 폭군과 여우 (사슴묘묘)
- 벽에 고정된 공주님 (사슴묘묘)
- 야외에서는 주의할 것 (유솔비, 내네)
- 그래도 하고 싶어 (사슴묘묘, 박연필)
- 이혼 후에 (사슴묘묘, 유설화)
- 호희비사 (사슴묘묘)
리뷰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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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재밌는데 토끼 같은 여주랑 우직.단단.순애 남주 조합을 맛있게 말아줘요
ssj***2025.09.05ㅠㅠㅠㅠ 달달해요 이런 풍 좋당
kim***2024.12.29- 스포일러가 있는 리뷰입니다.omy***2024.09.14
큰 고구마 없음 .. 재밌음 동양풍은 아니고 동양풍 탈을 쓴 소설 .. 한번에 쉽게 잘 읽힘 ....
ysy***2024.02.13고구마가 심하게 오래가지않고 후딱정리돼서 그냥가볍게읽기용
sho***2024.01.14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ssu***2024.01.09유치하고 내용도 별로없는데... 그 내용마저도 부실함
fut***2024.01.01동화같은 아야기네요. 좀더 아기자기해도 좋았을 것 같아요
spi***2023.12.26좀더 아기자기 했어도 좋았을듯 20%정도 부족한 어른이를 위한 동화?
myb***2023.09.10아야기에 집중하기엔 좀 부족 한 것 같아요.
jih***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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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질 필요 없다니까요? (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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