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원코스 남미(1 Course South America) 독자 여러분! 오늘은 아르헨티나(Argentina)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로 떠나보겠습니다. 아르헨티나 남단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Los Glaciares National Park)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페리토 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 Cruise)입니다. 높이 74m의 얼음 절벽이 호수 위로 솟아오르며 하루에도 수 십 차례 ‘쾅’ 하는 굉음을 내뿜는 장관을 보기 위해 빙하 크루즈와 빙하 트레일에 매년 70만 여 명이 방문합니다.(2024년) 그러나, 빙하 이름의 주인공 모레노는 낯설 것입니다. ▷ 모레노는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탐험가 프란시스코 파스카시오 모레노(Francisco Pascasio Moreno, 1852~1919)의 이름이며, 페리토(Perito)는 전문가란 뜻입니다. 19세기 후반, 모레노는 파타고니아를 종횡으로 탐사하며 나우엘 후아피 호수(Lago Nahuel Huapi)와 아르헨티노 호수(Lago Argentino) 등을 ‘최초로’ 지도에 올렸습니다. 1877년 그는 오늘날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흘러드는 아르헨티노 호수에 국기를 꽂아 아르헨티나 영유권을 주장했고, 이 기록이 훗날 국경 중재(1902)의 결정적 증거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빙하 일대는 칠레가 아닌 아르헨티나 땅이 되었고, 그는 자연스레 빙하의 이름이 될 만큼 상징적 인물이 되었습니다. 아니 국경선을 확정한 탐험가라니, 우리나라로 비유한다면 두만(豆滿)이나 압록(鴨綠)이 탐험가의 이름이랄까요? 테마여행신문 Theme Travel News TTN Korea ⓒ 원코스 남미(1 Course South America)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파타고니아의 빙하 보석, 아르헨티노 호수(Lago Argentino) : ▷ 남미 대륙 최남단 파타고니아 지역에 자리한 아르헨티노 호수(Lago Argentino)는 대자연의 웅장한 걸작품입니다. 면적 1,415km²로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담수호이자 남미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인 이곳은 빙하가 만들어낸 신비로운 푸른빛과 함께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여행자들을 매혹시키고 있습니다. ▷ 빙하가 빚어낸 천연의 예술품 : 아르헨티노 호수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빙하와의 밀접한 관계입니다. 이 호수는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Los Glaciares National Park) 내에 위치하며, 남부 파타고니아 빙원(Southern Patagonian Ice Field)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빙하들로부터 물을 공급받습니다. 면적 13,000~16,800km²에 달하는 이 빙원은 남극과 그린란드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빙원입니다. ▷ 호수의 신비로운 푸른색은 '빙하 밀크(Glacial Milk)'라고 불리는 현상 때문입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생기는 미세한 암석 입자들이 물에 섞여 특유의 터키석 빛깔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빙하 퇴적물로 인해 호수 깊은 곳의 물은 매우 차갑고 탁하며, 표면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과 강한 층화를 이룹니다.
▶ 라구나 니메즈 보호구역(Reserva Laguna Nimez)의 칠레 플라밍고(Chilean flamingo) : ▷ 1986년에 설립된 아르헨티나의 첫 도시형 자연보호구역 중 하나로, 호수 연안과 인접해 있어 총면적 약 35헥타르에 이릅니다. 이곳에는 최대 80종의 조류가 관찰되며, 대표적인 종이 바로 칠레 플라밍고(Chilean flamingo, Phoenicopterus chilensis)입니다. 키 110~130 cm, 날개 길이 150 cm까지 자라며, 짙은 분홍빛 깃털과 검은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리가 특징입니다. ▷ 플라밍고는 부리 내부의 여과판을 이용해 미세한 갑각류와 조류성 플랑크톤을 걸러 먹으며, 여기에 풍부한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깃털에 스며들어 화려한 빛깔을 냅니다. 호수 수심이 얕은 곳을 걸으며 ‘한쪽 다리로 서기’를 통해 체온 손실을 줄이는 독특한 자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야생에서 약 40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칠레 플라밍고는 ‘근접 위협(Near Threatened)’ 종으로 분류되며, 서식지 파괴와 오염이 주요 위협 요인입니다. 잔잔한 호수 위에 펼쳐진 핑크빛 물결은 파타고니아의 야생이 전하는 경이로움을 놓치지 마시길…….
▶ 페리토 모리노 빙하 크루즈(Perito Moreno Glacier Cruise) : ▷ 페리토 모리노 빙하(Perito Moreno Glacier)는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르헨티나 호수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 둘째는 빙하와 가장 근접한 위치로 다가갈 수 있는 빙하 크루즈, 셋째는 국립공원 내에 마련된 빙하 트레일을 걷는 것입니다. 당일치기 관광객이라도 1시간 가량의 빙하 크루즈와 약 2시간이 소요되는 빙하 트레일을 순차적으로 모두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푼타 반데라(Punta Bandera) 항구에서 출발하는 유람선들은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빙산들 사이를 항해하며 업살라 빙하(Upsala Glacier), 스페가치니 빙하(Spegazzini Glacier), 오넬리 만(Onelli Bay) 등을 구경할 수 있게 해줍니다. ▷ 빙하 크루즈를 마친 뒤에는 바로 옆에 마련된 데크 산책로(Footbridges)에서 걸으며 빙하를 새로운 각도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살아서 호흡하는 듯한 빙하의 무게감과 파수꾼처럼 흘러드는 유빙(iceberg)을 마주하고 나면, 이곳이 왜 ‘지구의 얼음 실험실’이라 불리는지 절로 와 닿습니다. 한 번의 크루즈가 아닌, 시간 순으로 기록된 여정 전체가 잊을 수 없는 파타고니아 체험으로 새겨집니다.
▶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Parque Nacional Los Glaciares) : ▷ 파타고니아 얼음왕국의 심장,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Parque Nacional Los Glaciares) : 거대한 남빙원(Sou Patagonian Ice Field)에서 흘러내린 얼음의 강줄기가 마치 살아 숨 쉬듯 거대한 빙하(Glacier)를 이루는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Parque Nacional Los Glaciares)은 1937년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스(Santa Cruz)주에서 창설되었습니다. 726,927헥타르(ha)의 광활한 면적에는 대륙빙과 빙하, 아한대 숲(Magellanic subpolar forest) 그리고 팍한 파타고니아 스텝(West Patagonian steppe)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된 이곳은, 세계에서 남극·그린란드·아이슬란드를 제외한 가장 큰 외빙원(ice cap)이 빚어내는 경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공원 내 47개의 주요 빙하(large glacier) 중 페리토 모레노(Perito Moreno Glacier), 우프살라(Upsala Glacier), 스페가치니(Spegazzini Glacier)가 가장 유명하며, 이들 중 13개는 태평양(Pacific Ocean)으로 흘러갑니다.
▶ 페리토 모리노 빙하 산책로(Perito Moreno Glacier Walkways) : ▷ 아침 햇살이 파타고니아의 평원을 물들 때, 엘칼라페(El Calafate)에서 출발한 차량은 80킬로미터를 달려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합니다. 낮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는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Los Glaciares National Park) 입장 절차를 마친 뒤, 설렌 마음으로 산책로(Pasarelas or Walkways)에 첫발을 디딥니다. ▷ 낮은 산책로(Balcón Inferior) : 발 앞에서 부서지는 얼음 조각의 으르렁거림이 귓가를 울리고, 짙푸른 얼음벽(ice wall)이 수면 위로 60미터 높이로 우뚝 서 있습니다. 대자연의 장엄함이 단숨에 전해지며, 이 순간의 긴장감은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입니다. ▷ 하부 산책로(Circuito Inferior) : 짧은 휴식을 취하며, 간단한 음료와 현지 빵을 맛봅니다. 햇빛에 반짝이는 빙하는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섬세한 색채를 드러냅니다. 휴게 공간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기존 사진으로는 담기 어려운 광활함을 선사합니다. ▷ 첫 번째 전망대(Mirador Primer Balcón) : 계단을 올라 제일 높은 전망대에 서면, 빙하 전면부의 폭이 5,000미터에 이르는 장대한 풍경이 시야를 가득 메웁니다. 발밑으로 펼쳐진 총연장 4.7킬로미터의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각기 다른 각도에서 얼음의 질감과 수직 절벽을 감상합니다.
▶ 빙하 분열 지구(Zona de Ruptura)에서 만나는 기후 위기 : ▷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Glacier)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성장(前進) 중인 빙하로, 하루 평균 약 2미터씩 전진하다가 격렬한 칼빙(calving) 현상으로 거대한 얼음 조각을 물속에 떨구어 버립니다. 그때 울리는 우르릉거리는 소리는 마치 자연이 토해내는 심장 박동처럼 다가옵니다. ▷ 기후 변화의 현장 : 현재 파타고니아의 빙하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빙하 중 하나입니다. 이로 인해 흥미로운 지질학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거대한 빙하의 무게가 사라지면서 땅이 연간 4cm 이상의 속도로 융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역사상 기록된 가장 빠른 빙하 조정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수천 년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 수십 년 만에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 모레노가 ‘영원히 살아 움직인다’고 기록했던 이 빙하는 오랫동안 균형을 유지했으나 2020년부터 연 2,000 m가량 뒤로 물러서는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빙하가 아직도 하루 평균 2 m 전진하지만, 녹는 속도가 더 빨라 순침식이 일어난다고 분석합니다. 기후위기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된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이름의 주인처럼 다시 한 번 파타고니아 보전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산증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