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원코스 남미(1 Course South America) 독자 여러분! 오늘은 남미의 국립공원(National Parks)으로 떠나보겠습니다. 남미의 국립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빙하가 새파란 빛을 뿜어내며 거대한 벽처럼 솟아 있고, 안데스 산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맥의 행진을 보여줍니다. 눈 덮인 봉우리와 푸른 계곡이 맞닿은 풍경은 마치 세상 밖의 무대에 서 있는 듯한 경외감을 줍니다. ▷ 남미 국립공원은 지구의 ‘생물 다양성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들리는 수천 종의 새소리, 갈라파고스와 같은 섬에서만 살아가는 독특한 생물들, 알티플라노 고원의 라마와 알파카까지. 인간의 개입이 적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원시적 생태계는 그 자체로 시간이 멈춘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 등산, 트레킹, 카약, 빙하 위 하이킹까지, 남미 국립공원은 모험을 원하는 이들을 유혹합니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대자연 속을 며칠간 걷는 트레킹은 세계의 여행자들이 ‘인생 여정’이라 부르는 코스이며, 파타고니아의 바람은 진짜 모험가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상징이 됩니다. ▷ 남미의 국립공원은 단순히 자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추픽추를 품은 ‘마추픽추 역사 보호구역’처럼, 때로는 잉카 문명의 흔적이 웅장한 산과 계곡 속에 녹아 있습니다. 인간이 남긴 발자취와 수천 년 변치 않은 자연이 만나 이룬 풍경은 그 어떤 현대 건축물도 재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전달합니다. 테마여행신문 Theme Travel News TTN Korea ⓒ 원코스 남미(1 Course South America)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그들은 어떻게 걸었는가? 라파누이 국립공원(Rapa Nui National Park) : ▷ 라파누이의 역사는 망망대해를 건너온 용감한 항해자들로부터 시작됩니다. 유전학적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폴리네시아인으로, 오늘날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속한 마르키즈(Marquesas) 제도에서 서쪽으로부터 항해해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바나나, 토란, 사탕수수와 같은 필수 작물과 닭, 그리고 폴리네시아 쥐를 카누에 싣고 새로운 땅에 정착했습니다. ▷ 섬의 구전 신화는 전설적인 초대 족장 호투 마투아(Hotu Matu'a)가 그의 고향 히바(Hiva) 땅에서 벌어진 부족 간의 전쟁을 피해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섰다고 전합니다. 그의 제사장 하우 마카(Hau Maka)가 꿈속에서 바다 건너 새로운 섬을 보았고, 그 계시에 따라 호투 마투아와 그의 부족민들이 카누를 타고 이곳 라파누이에 도착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라파누이 사회의 기원과 정통성을 설명하는 건국 신화로서, 이후 모든 족장(ariki)들이 자신들의 권위를 호투 마투아의 직계 후손이라는 혈통에서 찾게 되는 근간이 되었습니다.
▶ 최초의 거인들을 만나다! 이시구알라스토/탈람파야 자연공원(Ischigualasto/Talampaya Natural Parks) : ▷ 이시구알라스토 주립공원의 후기 트라이아스기 지층(약 2억 3,100만 년 전)은 공룡 진화의 '창세기'와도 같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공룡 시대의 서막을 연 주인공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 가장 대표적인 발견은 '헤레라사우루스 이스치구알라스텐시스(Herrerasaurus ischigualastensis)'입니다. 길이 약 3.5미터에 이르는 이 육식 공룡은 최초의 거대 포식자 중 하나로 여겨지며, 1988년 온전한 두개골이 발견되면서 초기 공룡의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은 '에오랍토르 루넨시스(Eoraptor lunensis)'입니다. '달의 계곡에서 온 새벽의 약탈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 작은 공룡은 가장 원시적인 공룡 중 하나로 꼽히며, 공룡의 공통 조상이 어떤 모습이었을지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 태고의 시간을 간직한 숲, 로스알레르세스 국립공원(Los Alerces National Park) : ▷ 알레르세는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오래 사는 나무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개체는 3,600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공원 내에서도 가장 신성시되는 곳은 메넨데스 호수 북쪽 끝자락에 숨겨진 '알레르살 밀레나리오(Alerzal Milenario)', 즉 '천년의 알레르세 숲'입니다. 이곳에 바로 공원의 상징인 '엘 아부엘로(El Abuelo)', 즉 '할아버지 나무'가 서 있습니다. 이 나무의 추정 수령은 약 2,600년, 높이는 60미터에 육박하며 직경은 2.8미터에 달합니다. 이 태고의 거인을 만나는 여정은 쉽지 않습니다. 오직 허가된 보트 투어와 가이드가 동반된 하이킹을 통해서만 접근이 허용되며, 이는 이 살아있는 기념물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 여기서 한 가지 명확히 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로스 알레르세스의 '할아버지 나무'도 경이롭지만, 세계 최고령 나무의 후보로 거론되는 또 다른 알레르세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국경 너머 칠레의 알레르세 코스테로 국립공원(Alerce Costero National Park)에 있는 '그란 아부엘로(Gran Abuelo)', 즉 '증조 할아버지 나무'는 최근 연구를 통해 수령이 5,000년을 넘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므두셀라(Methuselah)'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 두 나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이 위대한 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존중의 표현이며, 저널리즘의 엄격성을 지키는 길이기도 합니다.
▶ 살아있는 빙하!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Los Glaciares National Park) : 이 공원의 빙하들은 한 가지 매우 독특한 특징을 지닙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빙하가 해발 2,500 m 이상의 고지대에서 형성되는 반면, 이곳의 빙하들은 거대한 빙원의 영향으로 불과 1,500 m 높이에서 시작하여 200 m 저지대까지 흘러내립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로스 글라시아레스는 일반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빙하 활동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 접근성은 과학 연구와 관광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의 후퇴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현실로 우리 눈앞에 드러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빙하가 만들어낸 거대한 U자 계곡과 그 끝에 고인 아르헨티노(Lago Argentino) 호수와 비에드마(Lago Viedma) 호수는 빙원이 단순한 지형적 특징이 아니라 이 땅을 직접 조각한 창조주임을 증명합니다.
▶ 불, 재, 그리고 얼음의 수호자! 산가이 국립공원(Sangay National Park) : ▷ 산가이 국립공원의 진정한 경이는 단지 화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아마존 분지의 해발 900미터 저지대에서부터 엘 알타르 정상의 5,319미터 고지대까지, 무려 4,400미터가 넘는 극단적인 고도 차이가 만들어내는 '수직적 생태계'에 있습니다. 이 가파른 고도 변화는 수평적으로는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나타날 기후와 환경의 차이를 불과 수십 킬로미터의 좁은 공간 안에 압축시켜 놓았습니다. 이 '수직의 컨베이어 벨트'는 수많은 미세 기후와 독특한 서식지를 만들어냈고, 이는 폭발적인 생물다양성과 높은 고유종 비율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산가이 국립공원을 탐험하는 것은 마치 지구의 모든 생태계를 수직으로 여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 여정은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인 해발 5,000미터 이상의 황량한 '빙하 지대'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은 생명이 살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이지만, 안데스산맥의 거대한 저수지 역할을 하며 모든 생명의 원천인 물을 공급합니다. 고도를 조금 낮추면 해발 3,000미터 이상에 펼쳐진 '파라모(Páramo)' 지대가 나타납니다. 파라모는 안데스 고산지대의 독특한 초원 생태계로, 푹신한 쿠션 식물과 볏과 식물들이 마치 거대한 스펀지처럼 대기 중의 수분과 비를 흡수하여 저장합니다. 이렇게 저장된 물은 천천히 흘러내려 강을 이루고, 마침내 아마존강의 거대한 물줄기로 합류하게 됩니다. 파라모는 산가이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심장과도 같은 곳입니다.
▶ 태초의 시간, 하늘의 섬, 카나이마 국립공원(Canaima National Park) : ▷ 2009년,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 영화 '업'(Up)은 수천 개의 풍선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집과 함께 남아메리카의 잃어버린 폭포를 찾아 떠나는 한 노인의 꿈을 스크린에 펼쳐 보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파라다이스 폭포'(Paradise Falls)라 불린 그곳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모험과 낭만의 불을 지폈습니다. 그러나 이 환상적인 폭포는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었습니다. 영화 제작진은 영감을 얻기 위해 실제로 남아메리카의 정글 깊숙한 곳으로 여정을 떠났고, 그곳에서 상상보다 더 장엄하고 경이로운 실재를 마주했습니다. 바로 베네수엘라 카나이마 국립공원(Canaima National Park)의 심장부에서 떨어지는 앙헬 폭포(Angel Falls)였습니다. ▷ 이 땅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은 비단 어제가 아닙니다. 한 세기 전인 1912년,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 경(Sir Arthur Conan Doyle)은 그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에서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고원 위에서 공룡과 같은 선사시대 생물들이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펼쳐냈습니다. 그의 영감의 원천 역시 카나이마의 기이한 풍경을 지배하는 테이블 마운틴, 즉 '테푸이'(Tepui)였습니다. 이처럼 카나이마는 단순한 자연의 경이를 넘어, 지난 100년 이상 인류의 상상 속에서 가장 신비로운 미지의 땅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