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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화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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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종이책 정가
37,000원
전자책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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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00원
판매가
27,800원
출간 정보
  • 2014.11.17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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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19.8만 자
  • 42.0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67352356
ECN
-
새 문화사전

작품 정보

새 관찰이 일으키는 시상詩想, 그리고 그것이 주는 인문학적 함의
‘새’는 왜 문학이 되고, 역사가 되었나
새 깃털 하나와 날갯짓 한 번이 일으키는 상징과 코드로
새로운 문화사전을 쓰다

36종 새에 대한 섬세한 관찰
새와 관련한 옛 문헌과 고전문학 총망라
조선의 풍경화와 영모화, 민화, 중국 명청시대 새 그림에서부터
현대의 희귀한 새 사진에 이르기까지 새에 관한 모든 것을 담다


옛사람들의 새에 대한 이해 방식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그들은 새에서 새를 보기보다는 인간을 보았다. 새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하면서 끊임없이 인간의 삶을 반추해보았다. 학을 마당에 놓아기르면, 학의 무궁한 생명력과 흰 깃털의 고결함이 내 삶 속에 깃들 것으로 믿었다. 내 집에 까치가 둥지를 틀면 까치가 물고 올 반가운 소식이 언제나 함께할 것으로 여겼다. 위아래의 차례를 지키고 한 번 정한 배필은 죽어도 바꾸지 않는 기러기를 혼인의 예물로 바쳐 새 언약의 징표로 삼았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고 자기 갈 길을 지키는 정신을 살려 꿩은 선비의 폐백이 되었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탁란한 뻐꾸기 새끼를 기르는 것을 보고는, 작은 것이 큰 것을 낳았으니 장차 큰일을 이룰 조짐이라며 기뻐했다.
이런 시선은 때로 새에게는 불공정한 폭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올빼미가 울면 주인이 죽거나 그 집에 불이 난다 해서 보기만 하면 죽였다. 올빼미가 기쁜 소식을 몰고 오는 까치집을 차지한 것을 내게 올 기쁨을 빼앗는 듯이 여겼다. 병아리를 채가는 솔개는 탐관오리의 화신으로 낙인찍혀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나무속을 파먹어 동량으로 쓸 재목을 망치는 딱따구리는 가증스런 파괴자로 미움을 받기도 하고, 나무를 좀먹는 벌레를 잡아먹어 나무를 지켜주려는 수호신으로 생각되어 칭찬받기도 했다. 새의 행동, 새의 생태 하나하나는 모두 인간세계의 도덕적 준칙에 따라 판단되어 좋고 나쁨이 결정되었다. _서설

새 문화사전, 문학과 회화에서 읽는 새

도롱이옷 풀빛과 뒤섞여 있어 蓑衣混草色
백로가 시냇가 내려앉았네 白鷺下溪止
놀라서 날아갈까 염려가 되어 或恐驚飛擧
일어날까 다시금 가만있었지 欲起還不起
(이양연李亮淵, 「백로白鷺」)


백로가 도롱이를 풀더미로 착각하고 그 위에 앉았다. 백로가 놀랄까봐 선뜻 일어서지 못하고 기다려주는 작자의 고운 마음씨와 백로가 어우러진 애틋한 풍경이다. 발이 딛고 선 땅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에게 허공을 자유로이 나는 새는 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인간은 힘찬 날갯짓을 하는 새를 보며 비상을 꿈꾸고, 자유를 갈망한다. 그럼에도 새는 늘 인간 삶에 가까이 있다. 아침에 짹짹거리는 새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까치가 울면 기쁜 소식이 올 것을 기대하고, 올빼미가 울면 불길한 예감에 잠을 설친다. 어떤 새는 특이한 몸 빛깔이나 목소리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기도 하고 혹은 미움을 사기도 한다. 다양한 새의 모습은 문학작품과 그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학에 등장하는 새들은 무척이나 다채로운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특히 고전 속 「황조가」의 꾀꼬리, 고려 예종이 지은 「유구곡」의 뻐꾸기, 「정과정곡」의 접동새 등 우리 옛 한시에서 이미 새는 인간 가까이서 삶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노래해왔다. 회화에서 새를 그린 것은 영모화翎毛?라 부르며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그림 속 새들은 대부분 상징적인 의미를 띠기 때문에 독화讀?의 원리를 알고서 보면 그림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렇듯 새 그림에는 옛사람의 문화를 읽는 지도가 숨겨져 있다.
이처럼 새를 보고 문학뿐 아니라 조류학과 미술을 가로지르는 작업을 총체적으로 정리해 저자는 『새 문화사전』을 펴냈다. 즉 이 책은 세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인문학 가로지르기를 시도하는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시작은 작은 걸음에서 비롯되었다. 한시를 연구하다가 생겨난 새에 대한 호기심이 이에 이른 것이다. 이 책은 옛 한시와 설화, 그림 속에 담긴 새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 10여 년 전에 펴냈다가 그림 속에 담긴 풍부한 상징성과 화가의 탁월한 솜씨, 그 화려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도판들을 새롭게 추가하고, 새와 관련된 민화와 도자기 자료들을 충가했으며, 새 전문가의 사진들도 함께 수록했다. 또한 『발합경』 「태평성시도」 등 그간 보충된 연구를 바탕으로 결정판 ‘새 문화사전’으로 묶어냈다.

새와 교감하며 사는 삶
까치에서 직박구리까지 우리 문화 속에 자리잡은 새와 관련된 기록들을 다양한 프리즘을 통해 살펴보자. 먼저 인간의 삶 가까이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한 새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까치, 닭, 학, 제비, 참새, 거위 등이다. 까치는 희작喜鵲이라 하여 기쁜 소식을 상징한다. 호작도(까치호랑이 그림)는 까치와 표범을 함께 그린 그림으로 둘을 합치면 신년보희新年報喜의 뜻이 된다. 한시에서 까치 소리는 그리워하는 임이 올 것이라는 기대, 과거급제의 믿음 등과 연결된다. “약속을 두시고선 왜 안 오시나/ 뜰의 매화도 시드는 이때/ 가지 위 까치 소리 들려오기에/ 거울 보며 부질없이 눈썹 그려요.”(이옥봉, 「규정」) 까치 소리에 임이 오실 줄 알고 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애타는 마음을 그려낸 한시다. 닭은 ‘꼬끼오’ 하고 힘찬 울음으로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어미를 잃은 새끼들을 데려다 기른 의리 있는 암탉, 제 짝을 죽인 이웃 수탉을 제 새끼들을 끌고 가 죽여 복수한 암탉 등 닭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장닭이 바위 위에 올라가 있는 그림은 실상대길도室上大吉圖라 하여 집안에 길한 일이 많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학은 신선들의 탈것이다. 태어나 세 살이 되면 정수리가 붉어지고 일곱 살이 되면 잘 난다. 예순 살이 되면 새 깃털이 나고, 백예순 살에 암수가 마주보는 것으로 잉태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학은 장수를 축원하는 세화歲?로 많이 그려졌다. 또한 선인들의 학 애호로 이를 길들여 집안에서 길렀는데, 조선 후기 서유구의 『금화경독기』에는 야생 학을 잡아 길들이는 법·질병 예방법·먹이 주는 법·춤을 가르치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제비는 신의의 상징이다. 주인집이 가난해도 옛 둥지를 다시 찾아주는 제비의 모습을 노래한 시가 숱하다. “주인의 초가집 깊은 것도 마다 않고/ 해마다 봄만 되면 옛 둥지를 찾아오네/ 인간 세상 명리 좇아 헤매는 자들아/ 사람으로 저 새만도 못함을 비웃노라.”(김익, 「연래」) 또한 제비 목구멍에 돋아 있는 돌기를 보고 새끼를 죽이려고 일부러 가시를 먹였다고 생각한 선인들의 오해도 흥미롭다. 참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는 얄미운 새이자 제 꾀를 믿고 까불다가 그물에 걸리고 마는 어리석인 존재이기도 하다. 참새는 까치와 발음이 같아 그림에서 역시 기쁜 소식을 상징한다. 거위는 개 대신 집을 지키던 지혜로운 새다. 제 짝이 죽으면 상심해서 목이 메도록 우는 의리도 지녔다. 왕희지는 특히 거위를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한데, 장승업의 「우군환아도右軍換鵝圖」에 그 모습이 남아 있다.

보는 사람의 눈길을 끄네, 아름다운 빛깔의 새
이어서 옛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새들을 다룬다. 백로, 물총새, 딱따구리, 후투티, 앵무새, 공작새, 금계, 메추리, 백두조, 할미새, 밀화부리, 동박새, 황여새 등이다.
백로는 순우리말로 해오라기다. 주로 연밥과 함께 그려지는데 백로 한 마리와 연밥이 같이 그려진 그림인 일로연과도一路連科圖에는 과거에 한 번에 급제하라는 축원의 뜻이 담겨 있다. 백로를 세 마리 그리면 ‘삼사도三思圖’로, 선비가 간직해야 할 세 가지 생각을 뜻한다. 아홉 마리는 ‘구사도九思圖’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에서 알 수 있듯이 백로는 깨끗함의 표상이기도 한데, 흰 깃이 한몫을 한다. 물총새는 고기를 잘 잡는 솜씨 좋은 사냥꾼이다. 비취새 혹은 쇠새라고도 한다. 『금경』에서는 “등에 예쁜 깃털이 있어 비취라 한다. 빛깔이 아주 푸른데 선명하면서도 화려해서 사랑스럽다”고 설명해두었다. 이런 까닭에 화가들의 시선에 붙잡혀 옛 그림들에 오롯이 남아 있다. 한편 고독자의 모습으로 그려지거나 시정詩情을 돋우는 촉매로도 등장한다. 딱따구리 역시 아름다운 빛깔의 소유자다. 딱따구리는 나무를 쪼아 죽게 만드는 못된 새이면서 거꾸로 벌레를 잡으려 고군분투하는 나무의 수호신으로 그려지는 등 이중적 의미를 띤다. 외딴곳에 고독히 사는 사람은 딱따구리 소리를 한밤중 그리운 사람의 노크소리로 착각하기도 해, 그 사무치는 마음을 더 흔들어놓기도 했다. 김시습, 이우, 김안로 등 많은 문인이 딱따구리를 노래했다. 후투티는 모자를 쓴 멋쟁이다. 그런데 멋들어진 겉모습과 달리 지저분하기 짝이 없어 냄새나는 할망구라고 불리고, 뽕나무를 좋아해 오디새라고도 한다. 후투티는 씨 뿌리는 계절이 왔음을 알려주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미리 감지해 알려주는 새로도 통한다. 앵무새는 빛깔이 곱고 사람 말을 흉내낼 줄 안다. 그 종류가 다양하며 문학작품 속 단골손님인데, 사람처럼 지혜를 깨우친 앵무, 말하는 재주 때문에 잡혀와 조롱에 갇힌 불쌍한 앵무 등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공작새는 천사의 깃털과 악마의 목소리를 가진 새로 유명하다. 공작은 자신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가서 쪼아버리고, 사람이 잡으려 다가가도 꽁지덮깃이 상할까봐 가만히 잡힐 정도로 자아도취에 빠진 왕자병의 소유자다. 불이 붙은 듯한 꽁지깃으로 새 중의 왕으로 대접받았다. 금계는 다섯 가지 덕을 가진 새로 사랑받았다. 이는 깃털 속에 갖춘 오방색을 두고 한 말이다. 최영년은 금계 울음소리를 ‘봉황불여아鳳凰不如我’라고 했는데, 이는 ‘봉황이 제아무리 아름답대도 나만은 못하다’라는 뜻이다. 금계는 성질이 뻣뻣하고 공작과 마찬가지로 자아도취 경향이 다분하다. 메추리는 ‘현순백결懸?百結’이라는 성어와 관련 있다. 무늬가 있고 꽁지깃이 없는 메추리의 모습이 마치 기운 누더기옷 같다는, 즉 가난한 살림을 뜻하는 말이다. 메추리는 정해진 짝이 있고 어디서든 만족하며 사는 안분자족의 상징이다. 메추리와 조 이삭을 함께 그린 그림을 안화도安和圖라 하며 편안하고 화락하게 복을 짓고 살라는 축원의 뜻을 담고 있다. 백두조는 할미새의 사촌으로, 두 마리를 함께 그려 부부가 해로하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머리색이 하얘 한시에 종종 흰머리 새로 등장한다. 할미새는 『시경』의 고사로부터 어려울 때 돕는 형제를 상징한다. 잠시도 쉬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부산떠는 모습이 큰일이라도 난 듯하다. 백두조와 달리 할미새는 보통 한 마리를 그린다. 예부터 집안에 상서로움을 가져다주는 길조로 여겼다. 밀화부리는 노란 부리가 특징이다. 부리에 기름을 발라놓은 듯 반질반질해 기름을 훔쳤다는 오해로 혹은 박고지를 잘 훔쳐 먹는다는 이유로 절지竊脂라는 이름이 붙었다. 동박새는 눈가에 흰 실로 수를 놓은 듯한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귀엽고 깜찍한 장난꾸러기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황여새는 태평성세를 알리는 새로 태평작太平雀이라고도 한다. 늘 봄꽃과 함께 그려져 봄을 여는 설렘을 나타낸다.

‘사연 사연!’ 사연 있는 새들의 이야기
그다음으로 문화적 의미를 띠는 새들을 다룬다. 매, 꿩, 뻐꾸기, 두견이, 소쩍새, 비둘기, 기러기, 파랑새, 종다리, 원앙, 까마귀, 꾀꼬리, 솔개, 올빼미, 쏙독새, 뜸부기, 직박구리다.
매는 맹금류다. 사냥 문화와 관련 있는데,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매사냥이 보인다. 매의 종류, 사육·사냥법 등 다양한 기록이 남아 있다. 흔히 쓰는 말 ‘시치미를 뗀다’에서 시치미는 매의 꽁지에 매다는 장식인데, 남의 매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시치미를 떼버리고 모른 척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꿩은 야생 조류 중 길들이기가 가장 어렵다. 새장에 가두어 기르기 힘든 그 굳은 지조의 정신을 높이 사 선비의 폐백으로 삼았다.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 그 새끼는 꺼벙이라 한다. 흰 꿩은 태평성세를 알리는 상서로운 조짐이다. 뻐꾸기는 울음에 얽힌 전설이 많다. 씨 뿌리라는 독촉, 배고프니 떡국을 달라는 소리, 나라를 되찾자는 복국의 소리로도 들었다. 또한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도망가버리는, 육아를 책임지지 않는 얌체족이다. 두견이와 소쩍새는 옛글에서 곧잘 혼동된다. 생김새가 영 다른데도 그렇다. 접동새가 두견이인지 소쩍새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시가에서 두견이는 촉 망제望帝의 전설과 결부된다. “촉 사람들이 두견이가 우는 것을 보고 망제를 슬피 여겼는데, 그 울음소리가 마치 불여귀, 즉 돌아감만 못하다고 하는 것 같았다”(『촉왕본기』) 소쩍새는 ‘촉도 촉도’ 귀촉도, ‘접동 접동’ 접동새, ‘주걱 주걱’ 주걱새 등 울음소리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소쩍새가 ‘솥작’ 하고 울면 풍년이 들고, ‘솥텡’ 하고 울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비둘기는 강한 귀소성을 지닌 새다. 당나라 때부터 비둘기를 이용해 천 리 밖에 소식을 보내곤 했다. 18세기에 애완용 조류로 본격 수입되어 서울 지역에서 사육이 제법 성했다. 비둘기는 부부간의 다정함을 상징하지만 비가 오면 둥지에서 아내를 내쫓는 매정함도 지니고 있다. 『발합경』에는 비둘기에 대한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어 주목을 요한다. 기러기는 혼인 예물로 쓰인다. 한 번 정한 짝이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을 지어 날고, 위아래 질서가 엄격하며 협동정신을 자랑한다. 기러기와 갈대를 함께 그린 그림을 노안도蘆雁圖라 하는데 축수도의 일종이다.
파랑새는 서양에서 행복의 상징이다. 동양에서 역시 서왕모의 사자로 인간계와 신선계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며 기쁨과 희망을 상징한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동학혁명 때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라고 민요에 등장하며 민중의 희망과 좌절을 상징하는 새가 되었다. 종다리는 노고지리다. 노고질老姑疾로 읽어 “시어머니가 아프다”며 안타까워하는 며느리의 노래에 자주 등장한다. 원앙은 금슬 좋은 부부를 나타낼 때 흔히 쓰인다. 신혼부부의 이불과 베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원앙금침이 그것이다. 죽음으로써 사랑을 지킨 한빙 부부의 사연 등 원앙새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이 여럿 있다. 까마귀는 대체로 어둡고 적막한 풍경에 등장한다. 무덤가를 떠도는 청소부, 가을 들판에 떼지어 깍깍대는 구슬픈 울음소리, 인생의 갖은 비애를 떠올리게 한다. 제주도의 극성스런 까마귀 떼 이야기가 「탐라오」 「탐라점철」 등의 작품에 등장한다. 꾀꼬리는 곳고리, 곳골, 굇고리, 괵고리 등으로 옛 문헌에 나오는데, 선명한 노란빛의 깃털과 아름다운 자태를 떠오르게 하는 꽃꼬리새로도 불린다. 새끼와 떨어지게 하면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진 채로 죽는 등 새끼 사랑이 남다르다. 솔개는 벌레를 먹지도 못하고 사냥을 하지도 못해 빈 마을을 맴돌면서 병아리 등을 낚아채는 폭군이자 탐관오리의 상징이다. 올빼미도 본의 아니게 미움을 받는데, 『회헌집』 「일악조설」에는 못된 짓을 한 올빼미를 사람들이 일부러 죽인 이야기가 나온다. 동양에서는 특히 재앙을 불러오는 불길한 새, 자신을 키워준 어미를 잡아먹고 떠나는 패륜의 새로도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는 지혜의 상징인 것과 정반대다. 쏙독새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이에 얽힌 전설도 적지 않다. 혀를 차는 소리, 무채 써는 소리 같은 독특한 울음소리로 인해 소 잃은 머슴의 넋이 새로 태어나 소를 찾아 숲을 헤맨다는 이야기, 시장한 나그네가 무채 써는 소리에 군침을 흘린다는 이야기 등이 전해진다. 뜸부기는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오빠 생각」)라는 동요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논이나 들판에 산다. 뜸부기의 울음소리를 옛 시에서는 ‘이활활’이라고 했는데 이는 진흙이 너무 미끄러워 걸을 수가 없다는 푸념이다. 직박구리는 ‘호로록피죽새’ ‘제호로’ 등으로 불리고, 그 소리를 피죽 달라고 보채는 백성의 울음소리나 술 한잔 먹자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선인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새다.

작가

정민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61년
학력
1990년 한양대학교 대학원 문학 박사
1985년 한양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1983년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경력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 도교 문화학회 부회장
한국 언어 문화학회 부회장
한국한문학협회 연구이사
수상
2011년 제4회 우호인문학상 한국문학부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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